정치적 스캔들을 의미하는 약어로 최순실 게이트다, 박근혜 게이트라고 하는 관습은 워터게이트에서 유래되었다. 1972년 미국 대선때에 민주당 전당위원회의 사무실이 워터게이트 호텔 겸 임대사무실 건물에 위치하고 있었던 바 닉슨의 백악관에서 전직 CIA직원 등을 포함한 야반 침입조를 그곳에 보냈던 것이 어리숙하게도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에서 미국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마저 심각한 정치적 부정사건의 어미에 게이트를 붙이게 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지의 두 젊은 기자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이 집요하게 그 사건을 뒤따라 다녀 백악관 참모들의 개입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했을 때 대부분의 정치부 기자들은 그 사건이 유야무야로 끝날 ‘찻잔속의 태풍’ 정도로만 여겼었다. 그래서 닉슨은 압도적으로 재선되었지만 두 기자들의 추적은 계속되어 닉슨 재선위원회의 돈이 워터게이트 침입범들에게 지불되었을 뿐 아니라 전직 법무장관 그리고 백악관 비서실장 등의 개입이 점점 드러나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닉슨까지도 워터게이트 침입범들의 변호사 비용 등을 논의하는 녹음 테이프가 발견된다. 하원에 의한 탄핵이 가결되고 상원에 의한 소추가 진행되기 직전에 공화당 중진위원들도 사직을 권고했기에 닉슨은 1974년 8월에 중도하차하는 불명예를 겪게된다.
그런데 전술한 두 젊은 기자들의 불철주야의 부지런함에 더해 그들의 사실 추적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를 때마다 그들이 ‘딥 스로트(Deep Throat)’라 명명한 소스가 그들에게 제보를 해준 것이 그 두 기자의 퓰리처상에 크게 기여했다. 그들은 그 비밀 소스를 무덤까지 가져가겠다는 약속을 했고 지켰지만 ‘딥 스로트’ 자신이 2005년에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사건 당시 FBI의 제 2인자였던 마크 펠트가 비밀정보의 제공자였었는데 치매병으로 죽기 전에 사실을 밝히는 것이라고 술회했다. 사심이 전혀 없는 파사현정의 정의감이 그의 동기였을 듯하다.
그런데 최근 제임스 코미 현 FBI 국장이 큰 논란에 휩싸이게 되었다. 코미는 공화당에 적을 걸고는 있지만 양당에서 얼마나 좋은 평가를 받았던지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2013년에 10년 임기의 국장직에 임명된 사람이다. 그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법무부 부장관을 하던 시절 애쉬 크로프트 장관이 대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있었을 때 장관대행이었다. 그런데 9.11 사변때문에 민간인들의 전화 도청이 법원의 영장 없이도 가능케 한 임시법의 연장을 백악관에서 추진했을 때 코미는 원리원칙대로 반대의견을 보였다. 백악관 수석변호사와 그의 일행이 장관의 중환자실로 몰려가서 그 법 연장 문서에 그의 서명을 받으려고 한다는 제보가 있자마자 코미는 호송차의 사이렌까지 울리면서 급거 병원에 도착한다. 그는 장관에게 서명하지 말라고 종용했고 장관도 백악관 관료들에게 코미를 가리키며 저 사람이 장관 대행이니까 못하겠다고 했다는 유명한 일화를 남겼다.
그런 코미는 금년 7월에 클린턴 여사가 국무장관 시절 규정을 어기고 자기 사저에 민간설치 기계로 이메일을 주고받은 것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클린턴이 지극히 부주의했지만 법을 어기려는 의도에서 한 것으로는 보기 어려워 기소 건의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다. 민주당 진영은 코미의 결정을 대환영한 반면 공화당 쪽에서는 의회 청문회를 열어 만약 새 증거가 나오면 다시 수사를 하겠다는 언질을 받아 낸 바 있었다.
그런데 클린턴의 최측근인 후마 애버딘 이 제 2의 딸처럼 가까운 관계인 바 클린턴의 중매로 2001년에 하원의원에 당선되었던 앤소니 위너와 결혼하게 됐다. 위너는 자기의 치부를 사진 찍어 여자들에게 보내는 해괴망측한 섹스팅 때문에 하원의원 직을 사직할 수밖에 없었다. 금년 8월에는 위너가 또 섹스팅을 한 까닭에 애버딘과 별거중이다. 사실은 소설보다 더 재미있다는 말처럼 위너가 최근 15세 소녀에게 섹스팅을 한 까닭에 그의 컴퓨터가 FBI에 압수된다. 그 컴퓨터 내용을 들여다보던 FBI 요원들은 애버딘과 클린턴 사이에 왕래된 이메일을 발견하고 국장에게 보고한 것이 지난 주 목요일이었다.
코미는 금요일에 상하 양원의 해당 위원회에 편지를 보내 클린턴 이메일 사건을 재개해야 할 가능성을 언급한다. 그 이메일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를 모르면서 대선이 11일 밖에 안 남은 시점에 그런 발표를 한 것은 코미가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끼치려는 동기에서 그리 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만약 애버딘과 위너가 공유했다는 컴퓨터에 국가기밀이 있다면 클린턴이 당선되더라도 청문회 등으로 시끄러운 정국이 될 것이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 주요 신문들의 논조이고 보면 참으로 이상한 대선 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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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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