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부 시술하는 의료행위지만 대부분 비의료인에 맡겨 세균·바이러스 감염 우려 크고 감염·에이즈 등 노출 가능성
▶ 어깨에서 옆구리 내려온 문신 제거비용 무려 4,000만원
문신은 감염도 되기 쉽고 제거하기도 힘들어 되도록 삼가는 것이 좋다. 문신을 제거하고 있는 청소년 모습. <부천성모병원 제공>
“의사 선생님, 얘 문신 좀 지워주세요. 앞길이 구만리인 녀석이 문신을 하고 어떻게 살려고 하는지 걱정입니다.”올 봄 왼쪽 어깨에서 옆구리까지 용 문신을 고교생 K(18)군을 이끌고 온 A교사는 서울 강남 피부과 B원장에게 하소연했다. 하지만 K군과 A교사는 상담만 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문신제거 비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B원장은 “명함 크기 문신을 없애는데도 1회 비용만 20만원 선”이라며 “K군의 경우 너무 광범위하게 문신해 치료비만 4,000만원 넘게 들어 치료를 포기했다”고 했다
최근 자기과시, 애정표현, 미용 등의 이유로 인기를 끌고 있는 문신이 감염은 물론 시술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문신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의료행위다. 바늘 등 날카로운 도구를 통해 피부진피에 염료를 새기기 때문이다. 민성욱 서울대병원 피부과 연구교수는 “문신을 배워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이 소수라 그렇지 문신도 엄연히 의료행위”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문신은 의료기관이 아닌 타투이스트 등이 운영하는 전문업소에서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엄밀히 말해 불법이다. 인체에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침습적인 시술임에도 불구하고 의학 지식이 부족한 비의료인이 문신을 하고 있다.
대한피부과학회지(2012년 5월)에 발표된 ‘젊은 한국 남성의 문신에 대한 임상적 연구’논문에 따르면 조사대상 223명 중 173명(73.3%)가 타투이스트 등 전문 시술자로부터 문신시술을 받았다. 의료기관에서 문신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문신이 대중화되면서 전문업소의 위생상태가 개선됐다고 하지만 감염위험성은 여전하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전문업소가 의료기관처럼 세균과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기 힘들다”며 “문신을 예쁘게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부작용이 생기면 진단은 물론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신이 잘못돼 감염될 수 있는데, 감염은 단기ㆍ장기 감염으로 구분된다. 오염된 기구사용, 시술업소의 불결한 위생상태 등으로 세균에 감염돼 접촉성피부염에 걸릴 수 있다. 이런 감염은 단기 감염에 해당된다.
문제는 장기 감염으로 매독, 임질 등 성병은 물론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노출될 수 있다. 여기에 BㆍC형 간염에 걸릴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최재우 청담오라클피부과 원장은 “단기 감염에 노출되면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지만 AIDS, BㆍC형 간염에 걸리면 문신을 한 본인은 물론 불특정 다수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했다.
문신 부작용이 무서운 것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화장품의 경우 피부 표면에 발라 알레르기 반응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문신은 피부 진피에 염료를 새겨 넣기 때문에 확인 자체가 불가능하다. 문신한 뒤 2~3개월 지나면 피부가 부풀어 오르고 딱딱해지는 육아종이 대표적이다. 육아종이 심해지면 수술까지 고려해야 한다.
감염과 부작용도 문제이지만 한번 새긴 문신은 제거하기 힘들다. 청소년기에 치기로 문신을 했다가 어른이 돼 후회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먹물, 먹, 숯 등을 사용한 검정 계통 문신은 그나마 레이저시술로 제거할 수 있지만 빨강, 노랑 등 화려한 색깔을 입힌 문신은 레이저시술로도 없애기 힘들다. 민 교수는 “검정 등 단색 문신은 레이저를 쏘면 입자가 잘 파괴돼 제거할 수 있지만 노랑, 빨강 등 밝은 계통의 색들은 레이저를 쏴도 입자가 잘 파괴되지 않아 제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레이저시술을 반복하면 열에 의한 충격으로 피부도 손상될 수 있다. 게다가 피부가 변성되면 레이저시술로도 문신하기 전 상태로 온전히 회복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최재은 고대안암병원 피부과 교수는 “분위기에 휩쓸려 문신했다가 뒤늦게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후회하는 이가 많다”며 “레이저시술도 한계가 있는 만큼 되도록 문신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신은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어린 시기에 많이 하기에 가정과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젊은 한국 남성의 문신에 대한 임상적 연구’논문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43.2%(98명)는 호기심으로 문신을 했다. 여러 연구결과에 따르면 문신한 사람은 하지 않은 사람보다 충동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하기 쉽다. 민 교수는 “청소년기에 문신한 뒤 어른이 돼 직장생활이나 결혼을 할 때 문신을 많이 지우려고 한다”며 “멋을 내려고, 자기과시를 위해 함부로 문신하면 후회한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최근 가슴, 목 뒤, 등에 문신하는 여성도 늘고 있는데 한 번의 선택이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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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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