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에 지지율 격차 좁혀져…힐러리 3.1%p 우위
▶ 리얼클리어폴리틱스 집계 선거인단 힐러리 263명 vs 트럼프 164명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1일로 꼭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를 최대 10%포인트 이상까지 앞서며 안정적 우위를 달려왔으나, 대선을 11일 앞두고 터진 미 연방수사국의 클린턴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방침으로 대선판이 요동치는 상황이다.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가 급속히 줄어들면서 남은 대선 레이스는 말 그대로 대혼전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FBI 재수사의 폭발력과 이에 따른 경합주 및 부동층의 표심 변화 정도, 또 심상치 않은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발 민심이반 조짐, 트럼프의 선거조작 및 불복 프레임에 대한 유권자들의 판단 등이 막판 대선판의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 격차 1∼3%p로 좁혀진 조사와 변화없는 조사 혼재…선거인단은 여전히 큰 차이
클린턴은 지지율 격차를 최대 14%포인트까지 벌린 AP통신-GfK 공동조사를 포함해 각종 여론조사 합산 평균 지지율에서 5∼6%포인트 차의 우위를 달려왔으나, 지난달 28일 불거진 FBI의 재수사 방침에 직격탄을 맞고 흔들리는 상황이다.
미 정치분석 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의 여론조사 집계 결과에 따르면 이날 현재 두 사람의 평균 지지율 격차는 3.1%포인트(클린턴 48%, 트럼프 44.9%)로 나타났다.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음파일'이 불거진 10월 초순 8.6%포인트까지 벌어졌던 지지율 격차는 이후 계속 줄어든 뒤 이번 FBI 재수사를 계기로 한층 더 좁혀졌다.
실제 FBI 재수사 방침 발표 이후 실시된 일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는 클린턴을 1∼3%포인트 차이로 바짝 따라붙었다.
전날 공개된 경제전문매체 IBD와 여론조사기관 TIPP의 여론조사(31일·993명) 결과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은 45%대 44%로, 1%포인트 차에 불과했다. 이틀 전인 29일 조사 당시의 격차는 4%포인트였다.
FBI 재수사 방침이 부분적으로 반영된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의 추적 여론조사(10월 25∼28일·1천160명)에서도 지지율 격차는 1%포인트(클린턴 46%, 트럼프 45%)였다. 하루 전 조사 때 지지율 격차는 2%포인트였다.
다만 폴리티코와 모닝컨설트의 조사(10월29∼30일· 1천772명)에서는 클린턴이 42%, 트럼프가 39%로 나와 FBI 재수사 이전의 수치와 동일했다.
NBC-서베이몽키의 온라인 여론조사(10월24∼30일·4만816명)에서도 두 사람의 지지율은 큰 변화가 없었다. 이번 조사에서 클린턴과 트럼프의 47%대 41%로, 6%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는데 이는 한 주 전의 46%대 41%와 비교할 때 이렇다 할 차이가 없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대선 승패를 가르는 선거인단 확보 분석 숫자도 미세하게나마 수시로 변하고 있다. 대선 승리에 필요한 선거인단 '매직 넘버'는 전체(538명)의 과반인 270명이다.
RCP가 이날 현재 집계한 바로는 클린턴이 263명, 트럼프가 164명을 각각 확보했다. 나머지 111명은 승패가 확실치 않은 경합주 선거인단이다.
불과 5일 전의 272명, 126명과 비교해 클린턴은 9명이 줄고 트럼프는 38명이 늘어난 것이다. 경합주 선거인단은 당시의 140명에 비해 29명이 줄었는데 통계상으로만 봐도 이중 상당수를 트럼프가 가져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경합주가 선거 승패의 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 FBI 재수사 변수 이전에도 일부 경합주는 한 때 확실했던 클린턴의 우위가 약화하면서 접전 양상으로 변했다.
일례로 플로리다의 경우 NBC뉴스-월스트리트저널(WSJ)이 마리스트와 공동으로 한 여론조사(10월25∼26일·779명) 양자 대결에서 클린턴과 트럼프는 각각 46%의 지지율로 동률을 기록했다. 자유당 게리 존슨과 녹색당 질 스타인을 포함한 4자 대결에서는 클린턴이 45%로 트럼프(44%)에 1%포인트 앞섰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의 최근 플로리다 조사에서는 트럼프가 46%를 기록해 42%에 그친 클린턴에 4%포인트 앞서며 역전하기도 했다.
◇FBI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최대 변수로
남은 대선판에 미칠 가장 큰 변수는 단연 FBI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지난 28일 미 의회에 보낸 서신에서 "당초 이메일 수사와 무관한 것으로 분류한 이메일 중에서 수사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메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재수사 방침을 밝혔다.
대선 목전에 이미 클린턴 불기소로 결정 난 사안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이는 즉각 대선판에 초대형 '태풍'을 몰고 왔다.
미 언론은 일제히 이번 돌발 사태를 클린턴이 사실상 승기를 굳힌 대선 판도를 흔들 수 있는 '10월의 폭탄'이라고 규정했고, 실제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맹추격하며 클린턴을 1∼3%포인트 차로 바짝 추격했다.
특히 트럼프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을 사임케 한 '워터게이트' 사건보다 더 큰 사안이라고 주장하면서 연일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어 앞으로 표심은 더욱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전날 미시간 주 유세에서도 이번 재수사를 통해 "클린턴 부부의 시대를 끝내자"며 표심을 자극했다.
현재까지 FBI 재수사의 파장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엇갈린다.
IBD-TIPP 조사에서 응답자의 39%는 재수사가 투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반면 33%는 클린턴에 대한 투표 의사가 낮아졌다고 답했다. 또 WP-ABC 조사에선 응답자의 63%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고, 34%는 클린턴을 지지하고 싶은 마음이 약해졌다고 응답했다.
이제 관심은 재수사의 실마리가 된 이메일에 위법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는지, 만약 있다면 대선 전에 공개될지 여부 등이다.
혹시라도 기소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폭탄'이 드러날 경우 대선판은 다시 한 번 크게 출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의 이메일은 FBI가 클린턴의 최측근 후마 애버딘의 전 남편 앤서니 위너 전 하원의원의 미성년자 '섹스팅'(음란한 내용의 문자 메시지)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찾아낸 애버딘의 업무 이메일로, 65만 건에 달하는 이 방대한 이메일은 위너 전 의원의 노트북 컴퓨터에서 나왔다.
◇트럼프 불복카드-오바마케어 민심이반-부동층 표심도 주목
막판 대선판을 뒤흔드는 변수 중 하나는 트럼프의 '선거조작' 주장과 '대선결과 불복' 시사 발언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미디어 등에 의한 광범위한 선거조작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해 왔으며, 급기야 지난 19일 네바다 주(州) 라스베이거스 네바다대학에서 열린 제3차 TV토론을 계기로 '불복카드'를 노골화하고 있다.
패배 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뜻까지 공개로 밝혔다.
트럼프의 이런 전략은 막판 지지층을 결집하고 부동층을 흡수해 불리한 판세를 뒤집어보겠다는 치밀한 계산에 따른 것으로, 여론조사만 놓고 보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트럼프 지지자들은 '미디어가 일방적으로 클린턴을 지지하고 있고, 각 선거구에서 선거조작이 일어나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이런 판단은 막판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중요한 동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핵심 업적 중 하나인 오바마케어도 숨은 변수 가운데 하나다. 그동안 크게 부각되지 않은 이슈지만 밑바닥 표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의 핵심은 오바마케어의 내년 건강보험료가 무려 평균 20% 이상 급등할 것이라는 미 정부의 내부 보고서가 최근 공개되면서 민심이반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보험료 인상폭은 주(州)별로 다른 데 가장 심한 사례 중 하나를 보면 애리조나 주에 사는 27세 주민이 두 번째로 낮은 가격의 '실버 상품'을 선택하면 내년 보험료는 올해(196달러·22만2천 원)보다 116% 급등한 422달러(47만8천 원)로 책정된다.
오바마케어 가입자의 상당수는 클린턴 지지자로, 이탈자가 생긴다면 이는 곧 클린턴 지지기반의 약화를 의미한다. 전날 공개된 폴리티코와 하버드대 T.H.찬 공공보건스쿨의 여론조사(9월14∼21일·1천492명) 결과를 보면 클린턴 지지자 가운데 79%는 오바마케어가 작동하고 있다는 긍정적 답변을 했으나 16%는 문제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밖에 10% 안팎의 부동층 표심이 어디로 갈지도 관심거리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뉴스가 이달 초·중순 유권자 1천90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해 전날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부동층은 평균 8%로 나타났다. 물론 플로리다(10.9%)와 노스캐롤라이나(11.9%) 주 등 일부 경합주는 부동층이 여전히 10%를 넘었다.
이번 조사의 특징은 부동층 가운데 공화당원이 30%, 민주당원이 21%로 나온 점이다. 4년 전 대선 때 민주당원이 공화당원보다 12%포인트 많았던 것과 정반대의 결과로, 이는 이번 대선의 실제 투표 결과도 여론조사와 다르게 나올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밖에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44)가 차례로 폭로하고 있는 이메일 관련 '클린턴 파일', 트럼프의 과거 성추문, 트럼프의 납세회피 의혹, 클린턴재단-트럼프재단 논란, 캐스팅 보트를 쥔 히스패닉 표심과 '러스트벨트'(rust belt·쇠락한 중서부 공업지대) 표심 등도 선거 막판까지 지켜봐야 할 사안들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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