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쌈짓돈 털어 푸드트럭 창업 3년만에 연매출 600만달러
▶ SNS 통한 소통이 큰 힘 덤 등 한국의 정 알려 인기

컵밥의 김종근(앞줄 맨 왼쪽), 송정훈(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공동대표가 드레이퍼 매장 직원들과 함께 푸드트럭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목표는 ‘컵밥으로 우주 정복’이다. 한순간의 망설임 없이 두 사람이 동시에 외쳤다. 이상하다. 영 허무맹랑한 소리만으로 들리지 않는다. 쌈짓돈 4만5,000달러를 모아 중고 트럭 하나를 사서 3년 만에 연 매출 600만달러로 키웠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참 별나다. 도시락을 직접 싸들고 집에 찾아가 무료 홈 파티를 열어주고 왔다면서 신나게 사진을 보여준다. 이 솔직하고 자신감 넘치는 한국 청년들이 유타주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단순히 맛있는 ‘한국 컵밥’이 아닌 ‘한국의 정’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유타주 솔트레익시티에서 남쪽으로 20마일 가량 떨어진 도시 드레이퍼에서 ‘컵밥’(Cupbop)의 송정훈(38)·김종근(43) 공동대표를 만나봤다.
■유타주의 마음을 사로잡은 컵밥
시작부터 ‘대박’이었다. 2013년 5월, 중고 트럭에서 시작한 ‘컵밥’은 첫 날 영업이 1시간반 만에 끝나버렸다. 준비했던 170인분이 순식간에 동이 났다. 빠르고 간편하고 맛있는 컵밥이 통할 것이라는 예상은 적중했다.
흰 밥에 야채와 고기, 소스를 선택하는 컵밥에 일식 셰프 8년 경력의 김종근 대표의 특제 소스가 올려졌고, 식당과 고객을 연결하는 광고회사를 운영했던 송정훈, 박지형(32) 대표의 노하우가 더해졌다.
그 결과 3개월 만에 두 번째 트럭이 마련됐고, 3년이 지난 지금은 트럭 6대에 매장 6곳 그리고 축구·농구장 등 15개 경기장에 자체부스가 운영 중이다. 미식축구 경기 동안 팔리는 컵밥만 1,600개. 15개 경기장 모두 수십개의 푸드벤더 중 독보적인 매출 1위를 유지 중이다.
유타주에서는 12월부터 차례로 5개 매장이 더 문을 열어 매장은 총 11개가 되고, 아이다호주와 해외에서는 처음으로 인도네시아에도 각각 2곳이 영업 중이다. 직원은 120명이 됐고, 세 명의 공동대표가 각자 1만5,000달러씩 모은 투자금은 연매출 약 620만달러로 성장했다.
■인기의 뿌리는 4만명의 팔로워
컵밥이 ‘반짝 성공’으로 끝나지 않은 이유는 ‘소통’ 덕분이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4만명의 SNS 팔로워는 컵밥 인기의 뿌리가 됐다. 시작은 SNS를 팔로우하거나 코멘트를 남기는 한 명을 뽑아 푸드트럭을 집 앞으로 몰고 가서 가족, 친구 등 25명에게 차려준 ‘컵밥 파티’였다. 당첨자뿐 아니라 초대된 25명 모두 컵밥의 팬이 됐고, SNS를 통해 화제가 되면서 지역 TV와 신문에 소개돼 인기가 급부상 했다.
노숙자 셸터 앞에 푸드트럭을 세워두고 팔로워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태그하면 도시락을 싸들고 집으로 찾아가는 이벤트도 시작했다. 마케팅 아이디어가 손님들과 ‘재미있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마음으로 이어진 셈이다.
“새 매장 위치나 새 메뉴를 정할 때도 한 번도 우리 맘대로 정한 적이 없어요. 늘 SNS를 통해 손님들에게 물어보죠.”(송) “가끔 저희가 실수한 것이 SNS에 불만으로 올라오면 손님들이 나서서 해명해 줘요. 직원이 4만명인 것처럼 든든하죠”(김)
■ ‘한국의 정’ 알리고 싶어
손님의 99%가 타인종인 만큼, 철저히 미국 입맛에 맞췄고, 메뉴 이름도 ‘비빔밥’ 대신 ‘쉐이크밥’으로 지었다. 하지만 컵밥에는 한국이 가득하다. 매장에는 남산타워부터 태극기, 독도까지 한국의 상징이 한쪽 벽면에 그려져 있었다.
주문은 ‘교자’가 아닌 반드시 ‘만두’라고 얘기해야 하고, 한국말로 주문하면 덤을 가득 담아준다. 만두도 일부러 3개로 정했다. 두 명이서 오면 나눠 먹으라고 얘기하면서 꼭 하나씩 더 얹어 준다. “한국의 ‘덤’과 ‘정’을 알리고 싶어서”가 이유다.
“유타에서 꽤 유명한 분이 찾아와서 20개를 내줄테니 함께 하자고 했는데, 거절했어요. 돈을 생각했다면 당연히 해야 했지만, 하지 않은 이유는 딱 하나였죠. ‘우리만의 색깔을 잃을까 봐’였어요. 지금도 유혹이 엄청나요. (송)
남가주 한인 식품업체 ‘왕글로벌넷’과 한국의 동아제약 등 한국을 알리는 청년들의 모습이 보기 좋다며 후원해 주는 곳들도 생겼다. 감사한 마음은, 이들 역시 열정이 가득한 청년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한국의 ‘청년 장사꾼’이랑 재미있는 일들을 많이 계획하고 있어요. 우선 내년에는 1명을 뽑아서 5일간 한국 관광을 시켜줄 생각이에요. 완전히 색다른 컨셉의 고기집도 들여오려고 한국에서 온 2명이랑 동고동락하면서 메뉴 개발 중이에요”(송)
“선택을 할 때 돈이 우선이 된 적은 없어요. ‘재미’가 첫 번째죠, 어떻게 보면 비즈니스 마인드는 없는 편이에요. 하지만 무엇보다 즐기면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맥도널드처럼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 가도 컵밥을 먹을 수 있는 날이 오도록 만들고 싶어요”(김)
<
유타주 드레이퍼-박지혜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