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감·폐렴은 증상이 유사 전파경로^접종시기도 비슷 같이 맞으면 폐렴 사망 줄어
▶ 면역력 떨어지는 환절기 대상포진도 함께 접종을
전국 병^의원과 보건소 1만7,000여 곳에서 일제히 영^유아(6~12개월)와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독감 무료접종이 시작돼 연말까지 접종할 수 있다. <연합뉴스·뉴시스>
독감 예방접종 계절이다. 전국 병ㆍ의원과 보건소 1만7,000여 곳에서 일제히 고령인과 영ㆍ유아(6~12개월)를 대상으로 독감 무료접종이 시작됐다.
만 75세 이상과 영ㆍ유아는 지난 4일부터, 65~74세는 지난 10일부터 연말까지 무료 접종할 수 있다. 무료 접종 대상자뿐 아니라 만성질환자, 55세 이상 고령자, 12세 이하 어린이, 면역저하 우려자 등 고위험군은 예방접종 자체가 독감을 막아내고 증상을 줄이는 평생 건강의 안전띠다. 올해는 예방효과가 더욱 높아진 세포배양 백신, 4가 백신 등 새로 나와 선택폭도 넓어졌다.
전문가들은 또한 “독감 예방접종 때 폐렴 등 다른 예방접종도 동시에 하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독감과 폐렴은 전파경로가 유사하고, 호흡기 감염증 등과 같은 장기에서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고, 예방접종 시기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독감 백신 70~90% 예방 효과
독감 백신은 이에 포함된 균주와 유행하는 바이러스 항원이 일치하면 건강한 성인에서 70~90%의 예방효과를 나타낸다. 고령인의 예방효과는 30~40%이지만 입원 예방 50~60%, 사망 예방 80% 정도 효과를 보인다. 접종 후 2주 정도 지나면 방어항체가 생기고 평균 6개월(3~12개월) 면역효과가 지속된다.
독감 바이러스는 A, B, C 세 가지 형이 있다. A형 2종(H1N1, H3N2)과 B형 2종(야마가타, 빅토리아)이 사람에게 주로 유행한다. 독감 백신은 A형 2종과 B형 1종 항원 등 3개를 막는 3가 백신이 국내에서 접종됐다.
그러나 3가 독감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B형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B형 ‘미스매치’ 사례가 빈번히 나타나면서 예방효과를 넓히기 위해 4가 독감 백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4가 독감백신은 기존 3가에 B형 바이러스주 1종을 더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의약품청(EMA),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2013~2014년부터 4가 독감 백신 접종이 폭넓게 예방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는 4가 독감 백신을 노년층, 임신부,접종을영ㆍ유아 등 고위험군에게 정부가 무료로 접종하는 국가예방접종에 첫 도입했고, 올해엔 4가 독감 백신만 접종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4가에 세포배양 생산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독감 백신(스카이셀플루4가)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달걀을 사용해 백신을 생산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무균 배양기를 통해 생산하는 세포배양기술을 도입해 항생제나 보존제를 쓰지 않는다. 3세만 넘으면 누구나 접종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독감 유행이 12월이나 1월 이후 발생하는 것을 감안하면 10월 초 접종을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독감 무료 접종이 가능한 지정의료기관은 보건소에 전화로 문의하거나 예방접종 도우미 홈페이지(nip.cdc.go.kr)에서 확인하면 된다.
폐렴ㆍ대상포진 백신도 함께 맞으면 좋아
독감 예방 접종을 하면서 같이 맞으면 좋은 백신도 있다. 바로 폐렴과 대상포진 백신이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독감과 폐렴 백신을 동시 접종하면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폐렴으로 인한 입원율과 사망률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인 사망 원인 가운데 뚜렷이 늘고 있는 것이 폐렴으로 인한 사망이다. 폐렴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에 감염돼 발생하는 폐 염증이다. 지난해 폐렴 사망자는 1만4,718명으로 2011년보다 71%가량 늘었다(통계청). 암이나 다른 질환의 경우 폐렴 같은 2차 질환 위험성이 더 커지므로 폐렴구균(폐렴사슬알균)백신 접종을 통해 상당히 예방할 수 있다.
국내에서 맞을 수 있는 폐렴구균 백신은 단백접합백신(10가, 13가)과 다당질백신(23가) 두 가지(3개 제품)가 있다. 영ㆍ유아와 소아(생후 2~59개월)에게 무료로 접종하는 백신은 단백접합백신이다. 65세 이상은 다당질백신에 한해 무료 접종할 수 있다. 단백접합백신은 모든 연령대로 적응증이 늘어났다. 13가 백신은 성인의 경우 아직까지 개인이 비용을 내고 일반 병ㆍ의원이나 종합병원에서 맞아야 한다. 65세 이후 1회 접종만 하면 된다. 당뇨병과 만성콩팥질환, 심혈관질환, 간질환 등 같은 기저질환이 있거나 항암치료나 면역억제제를 먹는 성인은 나이에 관계없이 접종해야 한다. 특히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기관지천식 같은 만성폐질환이 있다면 꼭 맞아야 한다.
또한, 면역력이 떨어지는 요즘에 불쑥 찾아오는 불청객 대상포진을 막기 위해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가 어릴 적 수두를 일으킨 뒤 몸 속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진 순간 발병한다. 신체 한쪽 부위 피부에 심한 통증과 물집을 만든다. 주로 배나 가슴 부위에 생기고 얼굴, 목에도 나타난다. 특히 대상포진은 면역력이 떨어진 50대 이상에서 많이 발생한다. 요즘에는 과로,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습관 등으로 인해 젊은 환자도 늘고 있다.
대상포진의 무서움은 통증과 합병증이다. 고령일수록 심해진다. 대상포진으로 인한 통증은 흔히 산통(産痛)에 비유되곤 한다. 의학적 통증 척도(SF-MPQ)에 따르면 대상포진은 통증 22점으로 수술 후 통증(15점), 산통(18점)보다 심하다. 환자들은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 ‘살이 타는 듯한 통증’ ‘숨이 턱턱 막히는 통증’이라고 말한다. 대상포진 환자의 96%가 이런 급성 통증을 경험한다.
다행히 대상포진은 50세 이상에서 평생 1회 접종하면 된다. 1회 접종하면 51~70% 예방효과를 나타내고, 병에 걸려도 합병증인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암 앓으면 면역력 떨어져…예방접종 해야
한국인은 평균수명까지 살면 남성의 38%, 여성의 35%가 암에 걸린다. 이혜진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암을 앓고 있거나 완치된 경우라도 면역력이 저하돼 감염병에 취약해지므로 암 경험자는 예방 접종을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전에 예방접종을 했더라도 일부 백신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면역력이 떨어져 추가 접종해야 한다. 또 새로 개발된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해외 여행 등 특수상황에 맞게 예방접종을 추가해야 한다.
암 경험자뿐만 아니라 가족도 함께 접종하면 감염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암 경험자에게 추천되는 예방접종은 독감을 포함해 폐렴구균, 대상포진, 파상풍ㆍ디프테리아ㆍ백일해 등이다. 이 교수는 “암 경험자는 독감 예방접종 때도 ‘불활성화 백신’을 맞는 게 좋고, 가족은 생백신을 맞더라도 문제 없는 것으로 돼 있지만 가능한 한 불활성화 백신을 맞는 것을 더 추천한다”고 했다. 생백신을 맞은 가족 구성원은 안전을 위해 2~6주 면역력이 떨어진 암 경험자와 떨어져 지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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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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