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이란 상대방이 한 일을 높이 평가해 주는 행위이다. 현대의 부모들은 자녀 칭찬을 많이 한다. 자녀의 자존감을 높여주고자 하는 의도도 있지만,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훈육을 하는 것이 자녀의 좋은 면들을 끌어내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나쁜 행동을 야단치고 체벌하는 것보다 좋고 바람직한 행동을 칭찬을 해 줌으로써 자녀가 좋은 행동을 더 하고 싶도록 유도하는 현대 부모의 부드러운 훈육 철학은 자녀의 심리적 정신적 건강까지 배려한다는 점에서 나쁠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체벌 대신 칭찬이라는 좋은 그릇을 사용한다고 해서, 그 속에 담긴 메시지들도 모두 좋은 것일까? 오늘 칼럼을 통해서, 부모가 자녀에게 흔히 하는 칭찬에 담긴 메시지를 점검해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1.“너는 참 똑똑한 아이야.” - 이것은 아이의 지능에 대한 칭찬이다. 또한 이 칭찬에는 너의 지능이 높은 것이 나를 기쁘게 한다라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 미국 스탠포드대 캐롤 드웩(Carol Dweck)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똑똑하다는 소리를 반복적으로 듣고 자라 자신이 정말로 똑똑하다고 믿는 아이들은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보려는 모험심이 그 칭찬을 받지 않은 아이들보다 떨어진다고 한다. 지능에 대한 칭찬을 받은 아이들은 자신이 똑똑하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에 실패하면 자신이 똑똑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날까봐, 도전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어려운 문제를 푸는데 실패를 할 때마다, 이들은 자신이 똑똑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리게 되며, 지금까지 똑똑하다는 칭찬으로 쌓아올렸던 자존감이 급기야는 폭락해 버리는 파국을 맞는다. 그들에게는 노력이라는 것은 별 가치가 없다. 점점 시험 점수나 결과물에만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 노력의 즐거움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된다. 아이의 지능을 칭찬하는 것보다는 노력과 과정을 칭찬해 주는 것이 아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노력에 대해 긍정적인 사고를 하도록 도울 뿐 아니라, 발전하려는 의지를 심어주며, 새롭고 어려운 일에 도전해 나가는 용기를 갖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2.“너는 착한 아이지.” - 이 칭찬은, 아이의 성품을 칭찬하는 말이자 동시에, 네가 착하게 행동해야 더 사랑스럽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모든 부모는 아이가 착하고 둥글둥글한 사람으로 자라나기를 바란다. 내 아이가 부모 말 잘 듣고, 자기일을 야무지게 잘 하며,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만한 현명한 행동을 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는 바램을 담아 이런 칭찬을 하는 것이다 . 일본의 저명한 아동교육심리학자이자 교수인 가토 다이조 박사가 쓴 <착한 아이의 비극>이라는 책은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부모의 욕심으로 강요된 착한 아이는 사랑받지 못할까 두려워 착한 행동을 연기할뿐, 내면 깊은 곳에서는 자신감이 없어 늘 남의 눈치만 살피고 불안해 하게 된다. 부모의 잘못된 양육 태도가 아이의 인생에 비극적 문제를 일으킨다…” 가토 박사는 강요된 착한 아이가 아닌, 세상에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아이로 키울 것을 권고한다. 아이의 성품을 칭찬하기보다, 아이가 한 구체적인 행동 하나하나를 칭찬하되, 부모가 느낀 것을 그대로 말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자면, “네가 설겆이를 해 주니까 엄마가 오늘 피곤 했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너는 소중한 아이야”라고 많이 말해주라. 이 말에는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하든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이 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담겨있으며, 이것은 자녀의 높은 자존감 형성에 든든한 초석이 될 것이다.
3.“네가 ***보다 잘 한다/낫다.” - 비교하며 칭찬하는 것은 비교하며 야단치는 일 만큼이나 아이에게 해롭다. 아이로 하여금 비교의식에 시달리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항상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비교 당하고 평가 당한다고 의식하기 시작하면, 자신이 어떤 일에 실패했을 경우, 자신이 남들보다 못나고 부족한 사람이라는 무기력한 자괴감에 빠져 다시 일어 설 힘을 얻지 못하고 고통 속에 살아가게 된다. 한인 부모들은 자신과 자녀를, 또 자녀를 주변 아이들과 비교하는 말을 쉽게 하는 경향이 있다. 비교하는 말은 칭찬이든 꾸지람이든, 사람에게 독극물과 같은 해로운 말임을 깨닫기 바란다.
4.“공부 별로 안하는 것 같더니 A 받았네! /노력도 별로 안했는데 합격했네! /모로해도 서울만 가면 되지. 잘 해냈다!” - 과정에는 관심을 주지 않고 결과에만 치중해서 칭찬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결과만 좋게 나오면 된다는 메시지를 준다. 그것은 앞으로 이 세상을 헤쳐나가야 할 아이들에게 정말 위험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배금주의와 외모/학벌지상주의가 팽배한 세상에 살고 있다. 어떻게 돈을 벌든 돈이 많고 봐야 인간 대접을 받으며, 인격보다 외모/학벌을 갖추어야 어딜 가든 쉽게 인정을 받는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된 데는, 아이들에게 끊임 없이 결과만을 중시하는 메시지를 심어준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데,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에만 치중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는 위험한 사고방식이다. 이 칼럼을 읽는 독자 모두 우리아이들에게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본을 보이는 어른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상을 받아오거나 높은 성적을 받아올 때도 축하해 주어야 겠지만, 뛰어나지 않은 결과를 받아 올 때도, 반드시 그 과정에 칭찬할 만한 점을 들어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5.“네가 최고야! 네가 제일 멋지다!” - 무엇을 칭찬하는지 분명하지 않은 이러한 칭찬이나 과장된 칭찬, 빈말로 하는 칭찬들은 괜히 아이들에게 부담과 불안감만 준다. 뭘 더해야 칭찬 받는지도 알 수 없으므로 전혀 의미가 없다. 아이들을 칭찬 할 때는,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한 것이 어떤 좋은 영향을 끼쳤는지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구체적으로 칭찬해 주는 것이 좋다.
문의 giante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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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메릴랜드주 ESOL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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