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 가수들 참여한 정규앨범 ‘아이덴티티’…“자아 찾는 과정 담아”
▶ “빌보드 1위곡 넘어야 한다는 압박감도…동서양 가교 되고 싶어”
그룹 파이스트무브먼트가 지난 20일 강남구 신사동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로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핫 100’ 1위에 오른 그룹 파이스트무브먼트는 최근 한국 가수들이 대거 참여한 정규 앨범 ‘아이덴티티’(IDENTITY)를 전 세계 동시 발표했다.
"우리도 엄청 쇼킹했어요. 캐나다 공연 중 1위 소식을 듣고 음악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죠. 하지만 바로 '이걸 뛰어넘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어요. 샴페인을 한 잔씩 마시고 바로 공연에 집중했죠."
2010년 '라이크 어 지식스'(Like A G6)로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로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핫 100' 1위에 오른 일렉트로닉 그룹 파이스트무브먼트(Far East Movement)는 6년 전 최고의 순간을 이렇게 떠올렸다.
'라이크 어 지식스'는 당시 회사에서 마음에 안 들어 해 직접 CD를 구워 공짜로 돌리고 유튜브에도 올리며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 곡이었다.
이후 6년간 이들에겐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최근 강남구 신사동에서 인터뷰한 세 멤버는 "음악적으로 성장했고 최근 '트랜스패런트 에이전시'란 레이블도 설립했다"며 "직접 프로듀싱하고 매니지먼트도 하며 우리 스스로 계속 질문을 던지며 여기까지 왔다"고 떠올렸다.
파이스트무브먼트는 최근 정규 앨범 '아이덴티티'(IDENTITY)를 전 세계 동시 발표하며 한국 활동에도 나섰다.
한국계 미국인 프로그레스(본명 노지환), 일본과 중국 혼혈 미국인 케브 니시, 필리핀계 미국인 DJ버맨 등 아시아계 팀인 만큼 정체성이란 뜻의 앨범 제목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2013년 '더티 베이스'(Dirty Bass) 앨범 이후 음악에 지쳐 작업을 멈추고 서울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여행을 다녔어요. 우리 안에 잠재된 문화를 배우고 싶었죠. 음식을 맛보고 문화를 체험하고 여러 아티스트를 만나며 동양의 뮤지션들과 작업하고 싶어졌어요. 앨범에는 자아를 찾는 과정이 담긴 셈이죠."(케브 니시)이때의 영감을 쏟아부은 앨범에는 윤미래, 씨스타 효린, 소녀시대 티파니, 박재범, 로꼬, 어반자카파, 엑소 찬열 등 한국 가수들이 대거 피처링에 참여했다. 미국의 솔자보이, 티나셰, 메이시 그레이 등도 참여해 자신들의 포부인 '이스트-웨스트 커넥션'을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앨범의 테마를 드러낸 곡은 윤미래가 부른 '파이터'이다. 몽환적인 전자 사운드에 따뜻한 가사가 담겨 힐링을 주는 트랙이다. 뮤직비디오에는 세 멤버의 모습과 가난하던 시절 우리네 흑백 영상이 교차해 뭉클하다.
니시는 "우리가 걸어온 길을 담고 싶었다"며 "부모님 세대가 이민 와서 힘들었던 삶도 뮤직비디오에 간접적으로 녹이고 싶었다. 음악적으로 존경하는 윤미래 씨가 잘 표현해줬다"고 말했다또 엑소의 찬열과 티나셰가 부른 '포리얼 러브'(Freal Luv)에는 트랩, 알앤비, EDM(일렉트로닉댄스뮤직), K팝 등이 섞여 실험적인 시도가 감지된다.
세 멤버는 참여 가수를 선정한 이유를 소개하며 그들의 역량에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아시아계 미국 그룹 파이스트무브먼트 [연합뉴스 자료사진]
"어반자카파는 융합된 하모니가 아름다웠고, 찬열은 깊고 낮은 톤의 랩이 매력적이었죠. 효린은 '렛 잇 고'를 부르는 영상을 보면서 엄청나다고 생각했어요. 오랜 친구인 티파니는 곡에 어울리는 목소리였고, 박재범과 로꼬는 다음 세대를 이끌 뮤지션들이죠."
원거리 친구들과 함께 앨범을 완성하기까지 4년이 걸렸다. 단순히 이메일과 전화로 의견을 주고받지 않고, 스튜디오에서 만나 같이 음악을 만들고 가사를 적으면서 조화를 이루려 노력했다고 한다.
콧수염이 매력적인 프로그레스는 "셋이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공동으로 참여하는데 다행인 건 우리의 작업물 중 버린 곡이 없다는 것"이라며 "4년 전 녹음한 것까지 다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앨범을 낼 때마다 '라이크 어 지식스'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는지 물었다.
"매일 그 압박감을 느꼈고 지금도 느끼고 있죠. 히트를 위해 음악을 만들면 좋은 음악이 안 나오니 그 부분을 생각 안 하려고,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해요."(니시)
이들은 아시아 시장이 서구에서도 조명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거 미국 힙합그룹 우탱클랜이 중국 이미지를 차용했고 요즘 인기인 영국 듀오 혼네가 팀명과 뮤직비디오에서 일본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프로그레스와 니시는 "아시아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아시아인이 섹시하다는 이미지가 생겨 신나고 자랑스럽다"며 "이번에 참여한 미국 뮤지션들도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을 알아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참여해줬다"고 말했다.
특히 K팝 시장에 대해 니시는 "K팝에 대해 몰랐는데 (미국 유명 프로듀서) 테디 라일리가 SM엔터테인먼트에 와 K팝을 만들고 있는 것에 놀란 적이 있다"며 "로스앤젤레스에서는 K팝을 프로듀싱하는 게 이제 부러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앞으로 다양한 작업을 통해 동서양의 아티스트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아시아 색이 짙다'며 손가락질받던 파이스트무브먼트란 이름도 팀을 결성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작해 자신들이 동양인인 걸 전 세계에 알리고 다시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오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7년 전 연합뉴스와 인터뷰했을 때와 달리 멤버 한 명이 줄었다고 하자 한국계 미국인 제이 스플리프(본명 정재원)는 2년 반 전 탈퇴했다고 한다.
"결혼해서 가정을 꾸렸어요. 요즘은 가정생활에 충실하고 매일 자전거만 타던데요. 하하."(프로그레스)
그룹 파이스트무브먼트가 지난 20일 강남구 신사동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로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핫 100’ 1위에 오른 그룹 파이스트무브먼트는 최근 한국 가수들이 대거 참여한 정규 앨범 ‘아이덴티티’(IDENTITY)를 전 세계 동시 발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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