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YT·美지역매체, 피해 여성들 인터뷰…트럼프 “소송으로 맞서겠다”
▶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美 대선판의 최대 이슈 부상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과거 여성을 더듬고 강제로 키스하는 등 성추행을 했다는 주장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11년 전 '음담패설 녹음파일' 공개와 '내전'을 방불케 하는 공화당 주류 진영과의 갈등 등으로 이미 만신창이가 된 트럼프는 하루가 멀다고 쏟아지는 잇단 성추문으로 궁지에 몰리게 됐다.
트럼프가 모두 날조된 것이라고 일축하며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트럼프의 성추행 논란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미국 대선판의 최대 이슈로 부상한 형국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트럼프에게 성추행 피해를 봤다는 여성 2명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제시카 리즈(74)는 36년 전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트럼프가 자신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38살이던 리즈는 이코노미 좌석에 앉아 있었는데 일등석에 자리가 비어 승무원의 권유로 일등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리즈가 옮긴 옆자리에는 트럼프가 앉아 있었다. 트럼프는 자신을 소개했고 두 사람은 악수하고 나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비행기가 뜨고 45분이 지난 시점에 트럼프가 좌석 팔걸이를 제치더니 리즈에게 접근해 더듬기(grope) 시작했다. 리즈는 트럼프가 자신의 가슴을 만지고서는 스커트에 손을 넣으려고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리즈는 "그는 마치 문어 같았다"며 "그의 손은 (내 몸) 모든 곳에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성폭행이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레이첼 크룩스도 트럼프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2005년 당시 22살이던 크룩스는 트럼프 타워에 있던 부동산 투자·개발회사 '베이록 그룹'에서 안내원으로 일했다.
2005년 어느 날 아침 크룩스는 회사 건물 엘리베이터 밖에서 트럼프를 우연히 만났다.
크룩스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트럼프와 사업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트럼프에게 자신을 소개하고 악수를 했다.
크룩스는 이후 트럼프가 자신을 놓아주는 대신 뺨에 뽀뽀하고서는 "내 입에다 직접 키스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할 수 있을 정도로 나를 하찮게 봤다는 생각에 너무 화가 났다"고 회상했다.
리즈와 크룩스는 모두 당시 경찰에 신고하지는 않았다.
리즈는 당시 시대 분위기상 신고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크룩스의 경우 20대 초반의 여성이 첫 직장에서 트럼프라는 거물을 상대하기가 어려웠다고 NYT는 크룩스의 당시 남자친구의 말을 빌려 전했다.
대신 두 사람 모두 가족과 친구 등 지인들과 트럼프의 만행을 공유했다.
민디 맥 길리브레이(36)도 미 지역 매체 '팜비치포스트'에 자신을 트럼프의 성추행 피해자라고 소개했다.
길리브레이는 2003년 플로리다 주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소유 '마라라고'(Mar-a-Lago) 저택에서 트럼프가 자신의 엉덩이를 만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소울 가수 레이 찰스의 콘서트 사진을 찍으려는 사진작가 친구 켄 다비도프랑 동행한 상태였다.
길리브레이는 "갑자기 약간 찌르는 듯 움켜쥐는 느낌이 들어 (옆에 있던) 켄의 사진기인가 했는데 돌아보니 도널드가 있었다"며 "그는 눈을 재빨리 돌렸고 나도 급히 몸을 돌려 레이 찰스를 바라봤다"고 설명했다.
미 '피플 매거진'의 기자 너태샤 스토이노프는 트럼프가 성추행했다는 내용의 글을 자사 웹사이트에 직접 올렸다.
그는 2005년 트럼프와 멜라니아의 결혼 1주년 관련 인터뷰를 하러 마라라고에 갔을 때 트럼프가 단둘이 남겨진 방에서 자신이 동의하지 않았는데 키스를 했다고 주장했다.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들의 주장에 트럼프와 트럼프캠프는 강력히 반발했다.
트럼프는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혀 일어난 적이 없는 일"이라며 자신을 모함하기 위한 내용을 기사화한다며 소송으로 맞서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서도 "추락하는 뉴욕타임스의 허위 기사는 완전히 날조된 것"이라면서 "이번 기사도 여성에 대한 잘못된 기사를 써 이미 신뢰를 읽은 바로 그 똑같은 사람들이 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NYT의 지난 5월 기사에 등장한 모델 출신 트럼프의 전 여자친구 로완 브루어 레인이 NYT 보도 직후 "NYT가 자신의 발언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고 반박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트럼프캠프도 이들의 주장이 "완벽한 거짓이며 조작된 인신공격"이라고 반발했다.
성추행 피해 여성들의 주장과 별개로 트럼프가 어린 소녀를 두고 미래의 데이트 상대자로 거론하는 영상도 나왔다.
CBS 뉴스에 따르면 1992년 46살이었던 트럼프는 CBS의 '엔터테인먼트 투나잇' 크리스마스 특집 편을 찍던 중 어린 소녀들 가운데 한 명(10)과 문답을 나눴다. 이후 트럼프는 카메라에 대고 "10년 후에 저 아이와 데이트를 할 것인데 믿기느냐"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현재 저속한 표현으로 유부녀 유혹경험을 자랑하는 2005년 10월의 음담패설 녹음파일이 폭로되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는 9일 대선후보 간 TV 토론에서 '여성의 동의 없이 키스하거나 몸을 더듬었다'는 녹음파일의 발언 내용에 대해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미스 USA대회'와 10대를 대상으로 하는 '미스 틴 USA대회' 참가자들이 옷을 갈아입는 탈의실에도 마음대로 드나들었다는 주장이 쏟아져 나와 비난을 받고 있다. 트럼프 본인도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탈의실에 드나들었음을 시사하는 언급을 했다.
미스 유니버스 미녀들에 둘러싸인 트럼프 [AP=연합뉴스 자료사진]
”트럼프가 문어처럼 더듬었다”고 주장한 제시카 리즈 [AP=연합뉴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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