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CLOWN)’ 2016
9월에 양민숙의 개인전이 있었다. 9년만의 개인전이다. 그동안 그의 삶에 일어난 일들, 그가 꿈꾸는 삶, 그의 고독과 희망이 오롯이 드러나는 이번 전시엔 다시 한번 찾아가 천천히 들여다 보았는 데도 알 수 없는 기호들과 상징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내면세계를 이해하기위해 오래오래 생각해 보아야하는 미스터리로 가득 찬 그림들이었고 깊은 쓸쓸함과 슬픔이 배어나는 그림들이었다.
삶과 그림에 대해 오래, 깊이 생각해왔고 이미지와 상상력의 세계에서 아주 멀리, 깊이 나아갔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누구나 좋아하는 밝고 편안한 그림을 더 이상 그리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은연중에 미술계에는 작품을 사는 사람과 화상에 의해 팔리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압력이 있다. 화가는 온힘을 다해 그러한 요구에 저항해야만 하는데 경제적으로 힘든 현실에서 무척 단호하고 깊은 성찰에 의해서만 오로지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세계를 그릴 용기를 지닐 수 있다. 세상을 거슬러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밀고 나아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화가들만이 겪고 알 수 있는 일인데 그러한 그림일수록 알아보는 사람이 적은 게 현실이다. 적어도 그의 전시장에는 대부분의 전시에서 느끼는 반복의 식상함 대신 신선함이 있고 끝까지 밀고 나간 상상력의 열린 세계가 주는 힘과 진지함이 있다.
그는 깊은 상처와 고독 삶의 쓸쓸함과 살아내려는 의지를 담은 그림들을 그리고자 한다고 했다. 모든 것을 잃은 듯, 바람 부는 벌판에 홀로 서있거나, 도시의 불빛 한가운데 홀로 서있는 처연한 외로움을 그리면서 인간이기에 누구에게나 있는 그러한 감정을 누군가는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파란 달(Blue Moon)’의 그림은 무척 어둡고 강한 그림인데 가족이 있는데도 세상에 홀로 있는 듯 고독한 느낌을 슬픈 달을 뜻하는 짙푸른색의 달로 표현했다. 달과 함께 홀로 있는 사람이 달로 변하고 있는 수수께끼 같은 그림이다.
광대가 되어있는 자신의 커다란 자화상<사진>은 코와 입술은 빨간, 흑백의 그림인데 자신과 세상을 항해 바보 같은 웃음을 지으며 슬픔을 숨기는 삶의 순간을 공감할 수 있었다.
사랑의 약속을 상징하는 반지가 걸려있는 나무는 고목이 되어 말라있고 서로 약속했던 사랑의 세계는 긴 그림자와 함께 벌판에 홀로 서있는 그 앞에 찬란한 나비의 환상이 되어 나타나 있다. 이별의 장면인 듯 슬픔에 잠긴 연인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화가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슬픔과 상실감을 표현하려할 때, 현대미술에서는 그 이야기가 시각적 세련됨으로 승화하여 인간의 보편적 고독과 슬픔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가를 주시하게 된다. 설명이 아닌 상징적 시각 기호들의 초현실적 배치에 의해 그려지기에 알 수 없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바로 그 알 수 없는 듯한 느낌이 그림에 미스터리를 더하여 관람자를 그림에 집중시키는 효과를 더한다.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복합적 상상의 세계이기에 한참을 더 그림에 생각과 시선이 머물게 하는 힘이 그의 그림에 있다.
좀 더 깊이 생각해보아야 하고 상상계의 문을 더욱 열어 그의 세계를 따라 가게 하는 것이 그의 그림의 큰 매력이다. 슬픔을 그렸는데도 슬픔과 함께 의문하고, 고독과 상처의 이미지를 보며 고독감을 느낌과 동시에 홀로 멀리 서있는 사람의 힘을 느끼는 것은 그가 지난 40년 아주 오래 그림을 생각하고 그려왔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 그의 작품세계를 주시하고 오래오래 관찰하고 자주 그의 그림을 들여다보면서 그의 낯선 세계가 낯익어지고 삶의 쓸쓸함과 상실의 아픔을 공감하며, 흥미로이 그의 새로운 세계를 기대하고 기다릴 수 있다면, 한 화가의 꿈과 현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낯설기에 외면하기 보다는 낯설기에 탐구하며 가까이 할 수 있다면, 그는 화가와 함께 아주 드높고 무상하고 아름답고 열린 또 하나의 세계를 살아갈 수 있을 텐데.....
생계에 지친 우리들의 세상 어딘가에 이토록 오래 지속적으로 홀로 꿈을 꾸는 사람이 있고 삶의 상처와 고독을 이러한 시각으로 초월하여 보여주는 화가가 있다는 것은 우리들에게 큰 다행이다.
그의 그림은 10월 말까지 JB갤러리 개관 그룹전에 초대되어 조현숙, 최성호, 손영숙, 박영국의 새로운 작품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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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숙/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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