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달 전의 워싱턴포스트 논설위원이자 칼럼니스트인 루스 마커스 여사의 한 칼럼은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데이비드 맥컬로의 해리 트루만 전기를 상기시켰다.
루즈벨트가 4선에 성공한 지 몇 달 후 사망한 탓에 부통령이다가 갑자기 백악관 주인이 되었던 트루만은 평민적인 대통령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다. 자기 고향 미주리 주의 친구들에게 편지 할때는 공무가 아니니까 집무실의 서랍에 든 자기가 돈 주고 산 우표를 사용하곤 했었을 정도로 공사가 분명했던 모양이다. 1953년 초에 백악관을 떠날 때 트루만은 이사 비용 조차 없어서 융자를 받았을 정도였단다. 현재로서는 대통령 퇴임 후의 연금이 20만달러 정도지만 60년 전에는 연금제도가 생기기 전이다. 그가 제 1차 대전때 포병 대위로 근무했었기에 받는 연금이 달랑 112달러56센트 였다니까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같은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루만은 마이애미의 부동산 회사에서 이사로 이름만 올려놓으면 10만 달러를 주겠다는 제의나 여러 회사의 상담역 기회를 다 거절한다. 대통령직의 위신과 위엄을 상업화하는 어떤 거래도 할수 없었다는게 트루만의 주장이다. 단지 퇴임 후 (주간지 타임 회사의 사진 잡지였던)라이프 잡지에 회고록을 집필하는 조건으로 60만 달러를 받았단다. 한 번은 고향에서 워싱턴 DC까지 부인과 함께 경호원도 없이 손수 차를 몰고 왔을 정도로 서민적 기질이 많았던 사람이다.
시대가 달라지기도 했지만 대통령 직을 떠난 사람들이 트루만 같은 생각을 가지기는 커녕 백악관의 경험을 최대한 이용하여 치부 하려는 경향이 생긴 듯 하다. 닉슨의 사임으로 선거에 당선되지 않았던 부통령 이었다가 닉슨의 잔여임기를 채웠던 제럴드 포드는 회사들의 이사 자리와 상담비를 받아 챙기기에 급급했다는 것이 마커스의 지적이다. 로널드 레이건은 퇴임 후 일본의 소니 회사에 가서 한 번 연설하는데 200만 달러를 받는 기록을 세웠다.
부시 부자 대통령도 공직을 가진 동안에 “좀 비게된 금고를 채우느라고” 자서전 출판은 물론이고 회사들의 이사직 자리와 상담역을 마다하지 않았지만 클린턴에 비하면 어린애의 장난 수준이다. 빌 클린턴과 힐러리 클린턴은 백악관을 떠난 지 16년 가까운 동안에 무려 2억 3,500만 달러를 벌었기 때문이다.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는 달리 힐러리가 뉴욕주 연방 상원의원이다가 국무장관을 지냈기 때문에 공직자 자산신고 의무 아래 제출한 자료들과 세금보고서의 자진 발표로 밝혀진 내용이다. 마커스는 클린턴 대통령에게 쏟아진 현금 가운데 특히 하나를 지적한다. 클린턴이 영리 대학 회사인 로리에트 국제대학교의 명예총장 겸 상담역으로 번 돈이 무료 1,750만 달러라는 포스트의 보도를 말한다. 그 대학이 이름만 그럴듯하지 유명무실한 곳임을 짐작할 수 있다.
빌 클린턴과 딸 첼시가 클린턴 재단으로부터 보수는 안 받는다지만 힐러리의 국무장관 시절에도 외국 정부 유관단체나 개인들로부터 헌금을 받아왔었다는 것도 그들의 백악관 재입성 전망과 아울러 공직자 윤리 측면에서 아슬아슬한 느낌을 준다. 힐러리가 당선되면 빌 클린턴이 재단 이사직에서 사직할 것이며 외국돈도 받지 않겠다는 발표만 보더라도 그렇다. 그래도 첼시의 사직 이야기는 없으니까 그의 정치적 장래를 꿈꾸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치적 야망이 대단한 집안이다.
마커스 논설위원은 전직 대통령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상업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안을 한다. 그들에게 현재의 연금보다 훨씬 많은 액수를 지불하는데 더해 현직 공직자의 재산과 수입신고 의무를 부과하자는 것이다. 그래도 고개가 갸우뚱 거려지는 출처에 가서 연설하고 돈 받는 것은 못막아도 공개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자제하게 될 것이라는 소망이 담긴 제안이겠다. 지금 한국신문들 제 1면을 장식하는 미르와 K 스포츠 재단에 대한 보도들은 그 두 재단들이 아마도 박근혜 대통령의 퇴임 후의 활동을 위한 포석일 것이라는 데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전두환 씨의 퇴임 후 활동을 위해 만들어졌었다는 일해재단에 전경련이 앞장서서 대기업들로부터 500억원을 모았다가 폭로되는 바람에 유야무야 된 과거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약 1년전에 두 재단이 설립되었을 때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증후는 전경련이 짧은 시간에 770억원을 모았다는 데서 볼 수 있다.
박근혜 씨와 혈육보다 가깝다는 최순실 씨의 역할, 그리고 그같은 보도가 있자 박대통령이 사실무근이라고 단언하면서 두 재단이 해체 병합되는 가운데 문서 파기 등 여러 가지 알쏭달쏭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만약 그 같은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지면 박근혜씨의 퇴임 후 청문회까지도 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 클린턴 부부가 극명하게 예시하는 미국 전직 대통령들의 치부현상보다 훨씬 심각한 부정부패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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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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