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5차 핵실험 후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미국이 이제는 뭔가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 북한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거나 폐기하지 않을 것이며 외교적 노력만으로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북핵을 포기시키도록 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평화체제 구축은 현재로서는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미국은 북한의 선(先) 핵 포기 이행을 전제로 하고 북한은 선 핵 포기를 어떤 경우라도 받아들일 수 없으며 관계개선, 국교수교, 경제지원, 평화체제 구축이 이루어져야 핵 포기를 논의할 수 있다는 기본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과 미국 모두에게 선 핵 포기는 타협의 여지가 없는 의제라는 것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김정은 체제를 지키는 최후의 수단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핵 포기는 물러설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콜롬비아 대학 제프리 삭스 교수가 말한 것처럼 미국의 ‘나쁜 외교정책’이 북한으로 하여금 선 핵포기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도록 만든 원인을 제공했다. 미국 또한 9/11 테러 이후 대량살상무기 테러 및 확산을 미국 국가안보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협상 의제를 받아드릴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가 외교적으로 풀 수 없다면 대안은 미국의 군사적 대응과 정치적 결단에 의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군사적 대응 방안인 선제타격은 미 행정부(대통령) 독단으로 결정할 수 없고 미 의회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동시에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묵인 없이는 실행할 수 없다. 그래서 불가능한 비현실적인 전략이다. 자위권을 명분으로 침략이란 국제적 비난을 감수하고 실행한다 할지라도 미국의 미사일 방어시스템 성공률이 25% 미만인 현재의 기술적 한계에서 100% 전멸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없을 경우 선제타격은 너무나 위험부담이 크다.
핵우산 정책인 전술 핵 재배치도 그렇다. 존 울프스탈 백악관 NSC군축·핵 비확산 선임국장은 “미소 냉전 시절 군축협상과 핵감축으로 미 본토 사수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술핵만 있기 때문에 한반도에 배치할 핵이 없다”라고 잘라 말하고 있다. 또한 일본 오키나와와 괌에 상주하고 있는 전략 폭격기, 스텔스 폭격기, 핵 항공모함, 핵 잠수함을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출격시키는 일회성 무력시위로 북한에 경고 메시지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근본적으로 북한의 핵 확장을 억제할 수는 없다. 전술핵 사용은 미국이 핵 공격을 받았을 때에만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고 선제공격은 국제법 질서에 반하기 때문에 의회승인을 거치는 정치적 결단을 요구한다. 미국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핵우산으로 부터 한국을 지켜 줄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대안이나 답이 없는 상태이다. 핵우산이 비닐우산이 될 공산이 크다.
오바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제재가 북한의 5차 핵실험 후 새로운 버전으로 나오고 있다. 북한을 국제금융시스템에서 퇴출시켜 돈 줄을 옥죄어 북한 핵을 포기시키겠다는 ‘국제은행간통화협회’ (SWIT) 까지 제재하는 초강경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한다. 이것 역시 빈 수레가 될 확률이 높다. 이란 사례에서 성공했다지만 이란은 원유가 주요 돈 줄인데 원유 판매 대금을 3년동안 봉쇄당하여 핵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위원회 만장일치 합의가 있어 성공한 케이스이다. 북한 경제는 이란과 달리 폐쇄적이고 중국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전체 교역에서 대중 무역 비중이 90%가 넘고 중국 위안화를 통해 거래하면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다.
미국의 선제타격이나 핵우산에 우리 민족의 생존권과 국가의 명운을 맡길 수는 없다. 북핵은 중국의 암묵 아래 만들어진 산물이다. 미국의 경제제재는 중국의 미온적인 협조와 북한에 사활이 걸린 문제에서는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종이호랑이’가 되고 있는 것이다. 북핵은 미국이 중국을 설득해 북핵을 포기 시키든지 아니면 한국이 미국을 설득해 핵무장을 하든지 둘 중에 하나의 방법밖에 없다. 자국의 이익을 고려해야 되기 때문에 미국이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것도 분명히 한계가 있다.
그래서 우리가 나설 수밖에 없다. 핵은 핵으로 대처해야 한다. 재래식 무기로는 애당초 게임이 되지 않는다. 판을 새로 짜야 한다. 자율권이 없는 외교로 재래식 무기 증강으로는 이미 해결될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고 말았다. 새 판에는 똑똑한 외교관도 아니요, 용감한 군인도 아니다. 진정으로 민족의 생존을 위해 국가의 명운을 걸고 미국을 합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정치지도자가 나와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 프랑스 드골이 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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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버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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