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국의 TV방송의 아주 유명한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LA의 한인이민역사 현장을 비춰주었다. 도산 안창호 선생과 그 유족들, 유품들을 접하면서 나이 40줄이 넘는 출연자들이 ‘도산 안창호’에 대한 무지함과 무관심에 ‘부끄럽고 죄송하다. 책에서는 배우지도 않았다‘며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들이 그대로 방영되는 것을 보았다.
며칠 전에 아직 개봉되지 않는 한국영화 ‘밀정’의 시사회가 워싱턴에서 있었다. 일제치하의 잔학함과 목숨을 걸고 가족과 재산까지 바쳐가면서 독립운동을 하는 ‘선각자’들의 활동과 그들을 좇는 일본경찰간의 역사적 실제 사건(1922. 황옥경부 폭탄사건)을 현대적으로 각색해서 보여줬다. 관람한 후에 그곳에 만장했던 연세 드신 분들중에 과연 몇분들이나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제대로 보셨을까?‘
그 일제의 만행이 그 다음의 역사인 ‘반공’으로 덧씌워 버리니, ‘일제’는 그 분들에게는 잊혀진 전설이 되어버렸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난 다음에 스크린 앞으로 나가서 ‘그 일본 경찰들이 여전히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다’는 걸 영화속의 종로경찰서에 폭탄 던지듯이 소리질러 버리고 싶은 심정으로 친구와 함께 쓰디쓴 맥주잔만 황량하게 비웠다.
해방 이후에 이민을 떠나 온 세대의 이민생활은 딱히 단정 짓기 어려운 일면도 있다.
구태여 ‘한국사회의 패배자’라고까지야 표현하지 않더라도 이미 한국을 떠나면서 삶의 지표는 ‘밥 고 살기 위해서’에 귀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의 생각은 그렇다.
지금은 다소 상황이 달라진 부분도 없지 않겠지만 적어도 이민 30년 넘은 이민 1세대는 더욱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특유의 성실함과 노력으로 그 1차적 문제들을 의외로 빨리 해결하시는 분들이 수구초심의 심정과 향수 등이 겹치고 늘어난 커뮤니티에서 자의든 타의든 시간과 여력을 갖고 봉사의 현장에 나서고 크고 작은 직분들을 맡는다.
삶의 궤적에서 어딘가에 이름을 올려야할 때가 왔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비록 15년 짧은 이민생활의 경험이지만 정작 본인들이 알든 모르든지 공인으로 나서게 되면 ‘도산 안창호와 이승만의 길’ 둘 중에 하나의 길이 놓이게 된다. 리더십의 결과가 그렇다는 것이다.
또한 놀랍게도 ‘머리로는 도산을 지향 한 듯 한데 몸은 이승만이다.’ 이번에 방영된 TV를 보면서 그런 분석에 의미를 더하게 되었다. 알기 쉽게 말해서 한국의 일부 정치인들처럼 ‘말로는 ‘봉사’를 내걸지만, 자신의 이름 내걸기에 바쁘더라‘는 것이다. 동포를 위하는 마음으로 직분을 맡게 되면 크든 작든 숭고한 것이다. 그게 크게 잘못이라고 볼 것인가 하는 것은 지면상 논외로 하자.
1913년 도산이 만든 유명한 흥사단의 약법 전문에는, ‘민족을 살리는 참된 길임을 확신하는 우리는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직무에 구애됨이 없이 흥사단 운동에 평생을 바치기로 이에 동맹한다.’ 라는 대목이 나온다.
꼭 흥사단 단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여기에서 뭔가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의미로운 부분이 발견된다. 한국인으로서 동포나 조국과 관련된 정체성을 지닌 단체라면 ‘민족’이라는 최고가치의 범주에서 벗어 날 수가 없고, 그래서 이는 곧 그런 크고 작은 조직과 단체의 리더들을 두고 말함이요, 그 리더들은 ‘그 사회적 위치와 직무에 구애되지 말고...’ 민족사회에 봉사하라는 것이다.
그런 리더들에게 요구되는 으뜸이 ‘인격’이고, 도산 식으로 표현하자면 ‘건전 인격’이다. 덕^체^지를 갖추고 ‘자신보다는 단체와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는’ 그런 인격체들이 리더가 되어야 하며 ‘회장자리’에 욕심 부리기보다는 ‘어떻게 봉사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비록 회장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필요한 일들을 하는 리더들이 많아야만 민족이 부흥된다고 했다. 이를 몸소 보여주는데 필생을 다한 분이 바로 도산이었다.
그랬던 도산이 우리 역사책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나의 눈에는 ‘이승만’과 같은 사람들만 천지 사방이다.
<
강창구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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