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매체들을 통해 이미 알려진대로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캐런 가자(Karen K. Garza) 교육감이 사표를 제출했다. 이번 주 월요일에 열린 교육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배경을 설명하고 12월 16일자로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위원회 의장과 부의장에게는 하루 전에 회의 소집을 요청하기 위해 먼저 알렸지만 나머지 교육위원들은 모두 그 자리에서 처음 듣는 소식이었다. 모두 잠시 동안 말을 잃었다. 충격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4년 재계약을 맺은지 3달도 채 안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3년 동안 가자 교육감이 이룬 업적은 놀랍다. 물론 모든 것이 교육감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오랜 시간을 두고 논의 되어 왔던 사안들을 결행한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 월요일 종일 수업 실행이나 고등학교 등교 시간 늦추기 등의 결정은 누군가 큰 리더십을 갖고 이끌어야 가능했던 일이다. 특히 큰 변화를 원치 않는 관료들의 속성상 교육감의 강한 리더쉽이 없는 한 이러한 사안들에 대해 교육청 관료들의 열정적 추진은 쉽게 기대할 수 없다.
3년 전 가자 교육감을 고용하기로 한 결정은 파격적이었다. 당시 내가 교육위원회 의장으로 교육감 선임 과정을 관장했는데, 150년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군 역사상 최초로 여성 교육감을 발탁한 것이었다. 교육감 집무실 밖 복도에 보면 전임 교육감들의 초상화들이 나란히 걸려 있는데 모두 남자이다. 이제 가자 교육감이 떠나고 나면 이 초상화들과 나란히 첫 여성 교육감의 초상화가 걸릴 것이다.
또한 가자 교육감은 페어팩스 카운티와 흡사한 점을 찾기 힘든 텍사스 주 출신이었다. 학업이나 일 모두 텍사스 주 내에서만 했다. 그리고 페어팩스로 오기 전에 교육감으로 있던 학군은 페어팩스에 비해 훨씬 규모가 작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잠재적인 능력을 보여 교육감으로 발탁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발탁이 잘못된 결정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증명되기까지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가자 교육감은 일단 목표가 설정되면 긍정적인 자세로 일을 추진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 나아가는 길에 나타날 수 있는 어려움들은 당연히 있을 수 있다는 마음 자세이다. 컵에 물이 절반 비어 있는 것 보다는 절반 차 있는 것을 보는 시각의 소유자이다. 그렇기에 난제를 접했을 때 그게 가져다 줄 수 있는 좌절 보다는 해법 발견에 초점을 맞춘다.
가자 교육감은 이제 12월에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 시에 위치한 한 교육기관의 책임자로 일하게 된다. 지난 30년간 재임한 공립학교 학군 단위 교육자의 위치에서 미국 전체 교육정책의 변화를 유도하는 기관의 책임을 맡아 이끌어 나가게 된다. 사실 그 동안 짧은 기간이었지만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고생 했을 것이다. 업무량도 많고 미국 수도 근교에 위치한 학군 내의 높은 교육열이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중압감 또한 대단했을 것이다. 12명의 교육위원들로부터 시달림도 제법 받았을 것이다. 우스개 소리였겠지만 새로 옮기는 기관에서 이사회 회의는 1년에 4번 밖에 열리지 않고 회의 시간도 2시간으로 제한 한다고 해서 교육위원들 모두 박장대소 했다.
이제 후임 찾는 작업을 곧 시작해야 한다. 어떤 면에서는 지난 번 보다 이번이 좀 더 쉬울 수 있다. 지난 번에는 교육감 선임 과정 경험이 있는 교육위원들이 4명에 불과 했으나 이제는 8명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학군 내의 여러 그룹들의 의사를 충분히 수렴하고 좋은 자질의 소유자를 선임할 수 있도록 조심스러우면서도 철저한 과정을 거칠 것이다. 반면 일단 교육감이 그만 두기로 한 만큼 새 교육감 선정은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 행정의 공백을 줄이고 조직의 동요도 최소화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서둘러도 제법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일단 임시 교육감도 선임해야 한다. 이러한 모든 과정에 학군 내 주민들의 협조, 격려와 조언을 구한다.
내가 가자 교육감을 소개할 때에 그의 진한 남부 억양이 나의 한국말 억양과 같다고 말하곤 했었는데 후임 교육감의 억양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가자 교육감의 앞길에 성공과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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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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