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 영정(1694-1775) 조선 역대 왕중에서 가장 오래 사신 분이 영조대왕으로 81년 5개월을 사셨다. 당시 조선사람들이 대략 35세까지 살았고 조선조28명의 국왕은 평균46세까지 살았다니까 임금 영조는 거기에 비해서 대단히 오래 사신 것이다.
영조가 어느날 “나 만큼 오래 산 사람이 혹시 있나?” 싶어서 알아 봤더니 나라의 수도인 한양 안에 딱 한 사람 자기와 동갑인 노인이 있었다. 영조는 반가운 마음에 동갑 노인을 불러 상을 내리고,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끝에 물었다. “그래, 너는 어찌 그리 오래 살았는고?” 노인이 답한다. “네, 저는 지금까지 술도 안마시고, 잡기(雜技)도 안하고, 여색을 멀리하고. 행실을 조심하고. 주경야독(晝耕夜讀)하고... .” 등등 하는 말에 영조는 혀를 끌끌 차면서, “그렇게 살 바엔 뭐하려고 그리 오래 살았는고?”
대왕 말씀은 “사람이 한 세상 살면서 하고 싶은 짓도 해보고, 잡기도 즐기고 ,가끔 타락 비슷한 짓도 해 가면서 살아야지, 뭐 그렇게 고지식하고 답답하게만 살았느냐” 는 것이다. 그러면 영조 자신은 그렇게 살았느냐? 그건 천만에 말씀이다. 그렇게 살기에 임금 영조는 워낙 약점이 많았다.
영조의 어머니는 원래 궁녀들에게 세숫물 떠다 바치는 종인 무수리였다.
그러던 무수리가 어쩌다가 성은을 입어서 영조를 임신하자 영조 모자(母子)는 독하기로 유명한 장희빈(張禧嬪)에게 매 맞아 죽을 뻔 한 적도 있었다. 아버지 숙종 임금이 어느날 깜빡 낮잠이 드셨데 꿈에 장희빈의 후원 마당에 큰 독 안에 새끼 용(龍) 하나가 갇혀서 “아바마마 살려 주세요” 하고 애원하는 것이었다.
숙종이 퍼뜩 깨어서 장희빈의 처소가 가보니 꿈대로 큰 독이 있고 그 안에 만삭의 영조의 어머니가 피투성이 되어 실신해 있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장희빈이 임신한 무수리 영조 어머니를 때려 죽이려는데 갑자기 “상감마마 듭시요” 하는 소리에 놀라서 무수리를 독으로 덮어 놓은 것이었다. 영조는 그렇게 해서 살아나긴 했지만 천민 출신 어머니의 컴플렉스를 평생 지니고 살아야 했다. 그리고 왕위에 오르고 나서도 전 왕이며 형인 경종(景宗: 장희빈의 아들)을 독살했다는 루머 때문에 재위 내내 괴로워했다.
영조는 그 때문인지 스스로에 대단히 엄격하여서 왕으로서 조금도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열심히 공부해서 학문을 닦았으며, 정치적으로는 탕평책 등으로 정국을 안정시키고, 형벌을 완화시키고, 각 도에 방죽을 수축하여 가뭄에 대비했고, 조세제도인 균역법을 실시함으로 민생(民生)을 도모 했다. 그 뿐 아니라 후에 가슴을 치며 크게 후회했다고는 하지만 아들 사도세자까지 뒤주에 넣어 죽일 정도로 가족에게 냉혹하고 스스로에 엄격했다.
왕자 때에는 왕이 되기 위해서, 왕이 되고 나서는 왕위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시킨 영조는 어쩌면 “사람이 한 세상 살면서,” 이것도 해 보고 저것도 해 보며, 더러는 곁 길도 갔다가 후회하고 바른 길로 되돌아 오는, 그런 보통 인생이 어쩌면 무척 부러웠을 것이다. 참으로 조선 땅, 조선 백성을 다 가진 왕이었지만, 개인적으로 무척 불행했던 사람이 조선 21대 임금인 영조였다.
우리는 주위 여러 분야에서 성공을 했다는 많은 사람을 보면서 산다. 정치적으로 대단히 출세한 사람, 경제적으로 유복한 사람, 학문으로 큰 성취를 본 학자, 대중의 인기를 크게 얻는 연예인 운동선수, 몇 만의 신도를 자랑하는 대형교회 목사님. 그런 사람들은 모두 행복한가? 꼭 그렇지만도 않다. 사람들을 자세히 보면 성공했다는 것과 행복하다는 것은 전혀 별개 임을 알 수 있다.
성공한 사람들은 한가지 일에 목표를 세우고 대단히 노력한 사람들이다. 사실 우리 인간이 무언가에 목적을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은 귀한 일이다. 살면서 곁길로 가지 않고 바른길로 만 산다는 것도 본 받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 ‘목적’이라는 울무에 매여 산다는 것,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산다는 것 역시 피곤하고 불쌍한 인생 아닐까?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귀중한 선물은 ‘자유’이고, 그리고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자유스로운 영혼이다. 꼭 어디에 집착하여 매달려서 살지 않고, 자유스럽게,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 바로 행복한 삶이 안닌가 싶다. 젊은 시절에는 부지런히 공부하고 자식 키우고 땀흘려 일하는 것이 행복이었지만 노년의 지금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는 것이 또한 행복인 것이다. 더욱이 늙어서도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주위에 무언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더 말 할 나위 없이 행복한 삶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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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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