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와 차가 같이 통과하는 도로
짜증나는 날씨에 친구 따라 무작정 떠난 여행지가 알래스카였다. 알래스카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게 없었다. ‘텍사스'보다 두 배나 큰 미국에서 가장 큰 주로 인구가 60만 명이 살고 있다는 상식과 인간이 살 수 없는 버려진 땅을 러시아가 미국에 1867년도에 7백20만불(1 에이커에 2센트)에 팔았다는 상식만 알고 있었다.
새벽잠을 깨고 앵커리지에 도착하니 첫 느낌이 역시 ‘더 그레이트 랜드'(The Great Land)였다. 세계 2차대전 당시에 미국에서 기차와 자동차가 같이 통과할 수 있는 4Km 길이로 세계 하나 밖에 없는 ‘원 웨이 터널'을 지나 위티어 항구에 도착했다.
‘프린스 윌리암 사운드' 만에서 바다 빙하를 보기 위해 유람선을 탔다. 원시림과 잘 어울리는 해협에 얼음조각이 떠내려 오는 곳에 물개와 고래들이 노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배안에서 빙하조각을 띄운 한 잔의 칵테일의 향이 정신을 맑게 해주었다. 세계 유일의 거대한 바다빙하에 접근하여 빙하가 바다에 떨어지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디날리 국립공원 가는 길
다음날 디날리 국립공원을 향하는 6시간 버스여행 중 농작물이나 집들은 전혀 볼 수 없는, 자연 그대로 보존하는 주,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은 주, 공해가 없는 주, 신선한 공기와 물로 동식물이 오염되지 않은 주라는 것을 여러 곳에서 알 수 있었다.
특히 어느 하이웨이든 2차선을 넓히면 자연파손 때문에 길을 넓히지 않고, 공장이나 건축물로 자연을 오염시키거나 자연 파손을 모두 금지시키고 있는 특이한 주였다. 농경지, 가축 키우는 곳, 논밭도 찾아볼 수 없는 자연 그대로의 숲속에서 야생동식물이 살고 있는 색다른 이방지대 였다. 공원에 도착하여 디날리의 변하는 ‘4계절 영화'와 전시관을 관람했다.
다시 하루에 1,000마일을 달리는 개 썰매의 고장을 지나 태초의 자연생태계 그대로의 모습을 지닌 ‘마운틴 맥킨리' 산으로 향했다. 원주민의 말로 ‘The Great One’이라고 하며 북아메리카에서 20,320피트로 가장 높은 산이다. 미국에서 20개의 높은 산 중에 17개가 알래스카에 있다고 한다.
경비행기에 몸을 싣고
산봉우리 밑에 하얀 머플러를 두르고 있는 것 같은 구름들이 너무 아름다웠고 병풍을 쳐놓은 그림 같은 대자연의 예술품이었다. 또한 산 밑에는 꼿꼿하고 가냘프게 서 있는 사철나무인 전나무(spruce tree)와 자작나무(birch tree)가 조화를 이루어 노란색의 단풍으로 물들여 놓은 아름다움에 모두 와 - 와 - 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산과 산 사이에 빙하, 빙하가 녹아 흐르는 800 피트의 폭포, 흐르는 물처럼 보이는 빙하, 빙하에서 흘러내리는 모양에 따라 이름 지어진 면사포 폭포, 말꼬리 폭포 등등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많은 단체 사진도 찍었던 행복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경비행기로 아름다운 마운트 맥킨리 정상에 올라 빙산을 걷는 체험을 하기위해 장화를 신고 준비 하는 동안 기대와 불안이 엇갈리는 시간이 흘렀다. 긴장 속에 10인승 비행기를 타고 정상을 향하고 있는데 ‘타워'에서 기상 상태를 알려오는 방송이 들려올 때는 몹시 불안했었다. 결국 기상 상태의 악화로 다시 돌아와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긴장하고 불안하게 생각했던 경비행기였으나 출발과 착륙은 모두 안전 상태의 비행이었다.
온천에서 감상하는 오로라
다시 버스를 타고 치나 온천으로 가는데 산속에 살아있는 하얀 구름들로 산들이 움직이는 것 같은 착시 현상을 일으키며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더욱이 공기가 맑고 공해가 없어 단풍 색갈이 선명하여 노란색의 단풍이 더 예쁘고 아름답게 보였다.
치나 온천은 황금을 찾는 북극 탐험 광부들에 의해 발견된 지구상에 가장 북쪽에 위치한 야외 유황 온천이다. 2시간 동안 43도가 넘는 온천 속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하늘에 오로라의 장관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날씨 관계로 오로라를 볼 수 없었지만 북극의 해지는 모습과 구름 속으로 사라져 가는 석양의 햇살을 보니 영화 속의 해피 엔드로 끝나는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아침 식사를 하자마자 1890년대의 황금을 캤던 장비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는 광산에서 현장 학습을 하듯 물에 씻고 걸러내고 남은 금 조각들을 모아 목걸이를 만들었다. 바로 옆에는 금세기 최대의 토목공사로 꼽히는 알래스카의 파이프 라인이 있다. 북극해에서 '걸프만 발데즈' 까지 땅으로 산으로 바다 밑으로 연결된 800마일의 송유관을 통해 하루에 200만 배럴 원유를 보내준다고 한다. 이 파이프 라인 또한 자연 생태 보호와 공해 방지를 위한 알래스카의 대작품이다.
블루베리와 구름
알래스카 최고인 드라이브 코스인 리챠드슨 하이웨이를 달렸다. 해발 2,800피트에서 5,000피트가 넘는 산봉우리들에 널려있는 노란 단풍과 블루베리 나무들이 붉은색으로 산을 덮고 있고 또 어김없이 하얀 목도리를 두르고 있는 구름들이 산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바다의 빙하, 산속의 빙하, 마타누스카의 육지 빙하는 사람들이 직접 가까이 가서 만져 볼 수 있는 암석, 화석, 지층 그리고 각종의 식물들을 볼 수 있는 육지 빙하가 있었다. 어느 것 하나 파손 된 것 없이 자연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환경이 돋보였다.
기후의 변화도 다양하여 2-3피트 되는 야채도 자라고, 100파운드가 넘는 양배추가 있고, 북극 쪽에는 사막 같은 곳도 있고 겨울에는 24시간 밤이고 여름에는 24시간 낮인 곳도 있다. 중앙 알래스카에 있는 유콘 강은 1월에는 영하 50도, 여름은 100도가 넘고 건조한 공기로 산불이 나기도 한다.
또한 로드 아일랜드 주 보다 더 큰 맑은 상수 물줄기와 수만 개의 호수와 강이 있으니, 지구상의 공해로 인한 식수난이 올 줄 알고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알래스카에 생수를 생각한다면 얼마나 부자의 나라가 될지 상상 하니 축복 받은 미국임은 틀림이 없다.
땅끝마을로의 기차여행
마지막 앵커리지 역에서 땅끝마을 스워드 항구까지의 5시간 기차 여행은 평온한 알래스카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환상적인 여행이었다.
거대한 협곡, 호수에 비춰진 웅장한 산, 단풍과 구름에 덮인 산봉우리, 빙하, 동물들 특히 흰머리 독수리와 무스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있는 환상적인 동물들의 천국인 듯 했다.
특히 연어 부화장에서 연어들이 알을 낳기 위해 올라오는 곳에 오르지 못하고 죽어 있는 수많은 연어들이 썩어서 생선냄새가 코를 찌르는 악취 속에 많은 철새들이 몰려드는 자연의 순리와 자연의 생태를 보니 썩은 악취 냄새도 독특하게 느끼고 즐길 수 있었다.
노동절 연휴에 7박 8일의 긴 여정을 위해 힘 써주신 ‘선 여행사' 직원들에게 감사드리고, 맛있게 먹었던 킹 크랩과 싱싱한 핑크 연어회를 기억하고, 맑은 공기, 밝은 자연 환경 속에서 보냈던 시간과 공간을 머릿속 깊이 간직하며, 잊지못할 자연의 조화속에 아름다움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어진다.
글, 사진/ 이 진(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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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진(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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