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포함 전역에서 지진동 감지…KTX 긴급 정차 후 서행하기도
▶ 카카오톡·전화 한때 ‘먹통’…진앙 주민 “세상 무너지는 줄”
12일(이하 한국시간) 늦은 오후 전국이 흔들렸다. 40여분 간격으로 거푸 발생한 지진에 온 국민이 놀랐다.
이날 오후 7시 44분 32초 경북 경주시 남서쪽 9㎞ 지역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8시 32분 54초에는 경주시 남남서쪽 8㎞ 지역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났다.
규모 5.8은 관측 이래 최대다. 5.1도 4번째에 해당한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숨 돌리던 많은 국민은 48분여 만에 다시 찾아온 심한 흔들림에 혼비백산해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 경주·울산·대구·부산 주민들 '잠 못 드는 밤'
진앙인 내남면 경주 부지리 주민들은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며 연방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마을 100명가량의 주민은 대부분 70∼80대다.
이장 최두찬(55)씨는 "마을회관 벽시계가 떨어져 깨지면서 회관에 모여 있던 주민이 놀랐다"며 "회관에 모였던 주민이 두 번째 지진(본진)에 밖으로 뛰쳐나가는 등 혼란스러웠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포항 일부 주민도 지진이 나자 놀라서 밖으로 달려 나왔다.
한 포항시민은 "에어컨 위에 올려둔 물건이 떨어졌다"며 "현기증이 날 정도다"라고 말했다. 다른 시민은 "평생을 포항에 살았으나, 지진으로 이만큼 건물이 흔들린 건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인 80층 두산위브더제니스 건물이 휘청거리고, 63층 부산국제금융센터에는 대피령이 내려졌다.
두산위브더제니스 33층에 사는 신모(56)씨는 "건물이 덜덜덜 떨리는 것이 느껴졌고, 화분과 장식품이 흔들거렸다"면서 "지진 이후 아이들이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 시민도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했다. 어린 자녀의 옷도 제대로 입히지 못한 채 대피한 주민들은 밖에서 이웃과 모여 추가 피해를 걱정했다.
"소달구지에 올라탄 것 같은 느낌이었다"거나 "액자와 화분이 떨어져 다 깨졌다"고 말하는 시민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대구 시내 한 백화점에 있던 시민은 "백화점 지하 1층에 있는데 크진 않았지만 꽝하는 듯한 소리와 함께 건물이 심하게 흔들렸다"며 "순간 건물을 빠져나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손님뿐 아니라 직원조차 동요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라고 말했다.
◇ "건물 마구 흔들려"…화들짝 놀란 시민 밖으로
역대 최강 지진으로 인한 진동은 전국 곳곳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강원 강릉시 교동의 한 아파트 8층에 거주하는 오모(53·여)씨는 "건물이 옆으로 움직이는 걸 5초간 느꼈다"고 했다.
대전 아파트에서는 2차 지진에 놀란 주민의 비명이 들리기도 했다. 유성구 한 아파트 주민 300여명은 지진에 깜짝 놀라 단지 내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긴급 대피했다.
한 주민은 "샤워하다 놀라서 옷을 대충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며 "아기를 둘러업고 나오는 옆집 신혼부부와 함께 몸을 피했다"고 전했다. 다른 주민은 "주변이 어두워 보이지 않아 북한에서 쳐들어온 줄로 착각할 정도였다"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서울과 경기, 인천, 광주, 충남과 충북에서도 지진동을 느낀 주민의 신고가 소방본부에 잇달아 접수됐다.
청주의 박모(52)씨는 "건물이 10초가량 심하게 흔들려 순간적으로 현기증이 발생할 정도였다"며 "지진으로 이런 공포를 느끼기는 처음"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의정부시에 사는 김모(40·여)씨는 "누워있는데 침대가 흔들거릴 정도로 지진이 느껴졌다"고 알려 왔다.
바다 건너 제주도 예외는 아니어서 아라동 아파트 주민이 흔들림을 느끼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지금 평화로 타고 있었는데, 순간 차가 완전히 흔들렸다"며 "바람 때문인 줄 알았는데 바람 한 점 없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 TV 떨어지고, 벽 갈라지고, 배관 터지고…
이날 오후 8시 8분께 경주시 건천읍 한 아파트에서 방안의 TV가 떨어져 할머니가 가슴을 다쳤다.
황성동 한 아파트에서는 물탱크가 부서졌고, 성동동 아파트 상가에선 기와가 떨어지기도 했다.
오후 9시 9분께에는 전남 장성군 문향고에서 '기숙사 벽이 갈라졌다'는 신고가 119상황실에 접수됐다.
기숙사 건물에서는 2∼4층 3개 층에 걸쳐 벽 갈라짐 현상이 발견됐다.
비슷한 시각 순천시 중앙동의 한 건물 외벽 장식물은 지진의 진동을 견디지 못하고 떨어졌다.
순천에 사는 주민(43)은 주택 내부에서 머물다 지진의 진동을 TV 셋톱박스가 다리로 떨어지는 가벼운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창원시 진해구 경화동의 한 아파트에서도 벽에 금이 갔다. 창원시 의창구 LG전자 물류센터 인근과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일대에서는 수도배관이 파열됐다.
경주와 부산에서도 "건물 벽과 바닥에 금이 갔다"는 신고가 여러 건 들어왔다. 기장군 장안읍 내덕마을에선 옹벽이 붕괴했고 정관읍 덕산마을 도로가 파손됐다.
각 학교에서도 안전사고를 우려해 일제히 야간자율학습을 중단하고 학생을 귀가시켰다.
◇ KTX 서행하고, 도시철도 일시 운행 중단
지진 여파로 일부 KTX 열차는 긴급 정차했다.
코레일은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한 뒤 지진대응매뉴얼에 따라 38개 열차에 대해 정차 지령을 내렸다.
열차는 이어 일부 구간을 지날 때 평소보다 속도를 줄여 운행했다. 서행구간은 대전∼영동, 김천∼동대구, 노포∼부산(시속 90㎞), 동대구∼노포 구간(시속 30㎞) 등이다.
이 때문에 경북 칠곡에서 부산 인근 노포 구간의 열차 운행이 일부 지체됐다. 열차 운행 과정에서 발생한 인명피해는 없다고 코레일은 밝혔다.
각 지역 도시철도도 한때 운행이 중단됐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오후 7시 44분 경북 경주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하자 재난 매뉴얼에 따라 지하철을 일시 정차시켰다고 밝혔다.
역마다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수동 방식으로 시속 25㎞ 저속 운행하다가 10분 뒤부터 운행을 정상화했다.
부산도시철도 역시 수 분간 열차 운행을 일시 멈췄고, 대전도시철도도 지진 발생 이후 수 분간 서행 운행했다.
◇ '카톡' 먹통에 재난 문자 없어 불안 가중
충격받은 국민의 불안감을 키운 건 또 있었다. 메신저 '카카오톡'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장애가 생겼기 때문이다.
메시지를 보낼 수 없거나 로그인이 안 되자 많은 이들은 안부조차 물을 수 없는 상황에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통화량도 급증해 일부 지역에선 전화 연결이 지연되는 등 통신 장애까지 발생했다.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날 지진 발생 후 진앙을 중심으로 통화량이 평소 대비 약 20배 늘어났다.
전화 통화가 급증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발신 신호가 가지 않고, 연결이 지연됐다.
이 와중에 국민안전처 재난대응문자는 지진 발생 9분 뒤인 오후 7시 53분에야 해당 지역 주민에게 발송됐다.
규모 5.8의 본진이 발생했을 땐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진동을 느꼈지만, 서울과 경기 주민은 긴급재난문자를 받지 못했다.
안전처 홈페이지는 한때 다운되기도 했다.
◇ 원전은 정상 가동…삼성·LG 생산라인 일부 중단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경주에서 2차례 발생한 지진에도 인접한 월성원전을 비롯해 고리, 한울, 한빛 등 전국 원전은 영향 없이 정상운전 중"이라고 밝혔다.
지진은 월성원전과 고리원전 내 설치한 정밀 지진 감지기에 감지됐다. 다행히 구조물 계통과 기기 건전성을 확인한 결과 이상은 없었다고 한수원 측은 전했다.
한수원은 안전 운영을 위해 고리, 월성, 한울원전과 본사에 긴급 재난비상을 발령해 대응하고 있다.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에도 지진에 따른 피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지진 발생 직후 비상상황실을 가동하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의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일부 생산라인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 구미공장에서 가동 중단된 건 금형정밀의 생산라인인데, 이곳은 내진설계가 돼 있지만 정밀한 작업이 요구됨에 따라 예방 차원에서 시행한 조처라고 회사 측은 전했다.
LG디스플레이도 "지진 발생으로 LCD 패널의 자동 이동라인이 멈춰 섰다"고 밝혔다.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이 크고 얇아서 지진 발생 때 깨질 수 있어 자동 이동시스템이 저절로 가동을 중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서발전 소속 울산 LNG복합화력 4호기의 가동은 멈췄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 발전 기기는 민감한 진동에도 중단되도록 설계돼 있다"고 설명하며 별다른 피해는 없다고 전했다.
불국사, 석굴암 등 경주 지역 문화재도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인왕동에 있는 국보 제31호 첨성대는 지진 피해가 가장 우려됐지만, 다행히 현재까지 특이사항은 없다. 인근 편의점 기와가 떨어져 깨진 것과 비교된다.
현장에 있던 경주시청 문화재보수팀 오재봉 주무관은 "최상단부 우물정(井)자 모양 정자석이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긴 했다"며 "첨성대가 내진 설계돼 있다는 말을 현장에서 실감했다"고 덧붙였다.
진앙 인근에 있는 공항에서도 현재까지 피해 상황이 접수되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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