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화요일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들도 모두 개학했다. 인근 라우든과 프린스 윌리암 카운티는 지난주에 개학했는데 페어팩스 카운티는 올해도 노동절 다음날에서야 했다. 그러나 내년부터 적어도 몇 년간은 노동절 전에 개학할 예정이다. 이미 내년에는 노동절 한 주 전 월요일에 개학하는 것으로 결정이 내려졌다. 대신에 여름방학도 그 만큼 일찍 시작할 것이다.
그동안 페어팩스 카운티가 노동절 후에나 개학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소위 ‘킹스 도미니언(Kings Dominion) 법’ 때문이었다. 킹스 도미니언은 버지니아 주의 중심 지역에 위치한 놀이공원이다. 그런데 이 공원의 이용이 절정인 때가 여름철 마지막 휴가로 간주되는 노동절 연휴다. 그러니 이용자나 직원들 상당수가 학생들이기에 학교가 노동절 이전에 개학을 해버리면 이용자나 직원들이 모두 감소하게 된다. 그러면 이 놀이공원의 영업 뿐만 아니라 버지니아 주 전체의 여행산업이 타격을 받기 때문에 학교 개학은 노동절 후에나 허용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의 취지다.
물론 이 법에 폭설로 휴교를 많이 한 경우 등의 예외 규정이 있기는 하다. 그래서 노동절 전에 개학을 하는 학군들도 상당히 있다. 라우든과 프린스 윌리암 카운티가 바로 그 예다. 그런데 페어팩스 카운티는 한번도 이런 예외규정을 적용받아 본 적이 없었다가 내년에 처음으로 적용받아 노동절 전에 개학하게 되는 것이다.
페어팩스 학군이 내년에 노동절 전에 개학하기로 한 주된 이유는 사실 학생들의 학업 때문이다. 매 학년말에 치루어지는 여러 가지 중요한 시험 날짜들을 고려할 때 개학을 일찍 하면 학생들의 시험 준비에 조금이라도 더 시간적 여유를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학 입학에 중요하게 여겨지는 AP 시험들은 전국적으로 매년 5월 초에 치루어진다. 시험 날짜는 시험을 주관하는 외부기관이 정하기 때문에 지역 학군이 임의대로 바꿀 수 없다.
그런데 이 시험을 치루기 위해서는 시험을 치기 전까지 시험과목의 교과과정을 모두 마쳐야 한다. 즉 6월이 되어야 2학기가 끝나지만, 5월의 시험 준비를 위해 교과과정을 그 전에 마치도록 서두르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이러한 시험을 치룬 후에는 이미 교과과정을 모두 마쳤기에 학년말까지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결국 시험 전이나 시험 후 모두 다 수업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
또한 5월말의 메모리얼 데이 휴일을 넘기면 날씨도 더워오고 여름방학 생각에 들떠 면학 분위기도 어수선해진다. 더욱이 그 때쯤이면 거의 모든 대학들이 이미 방학을 해버려 대학생 형제들이 있는 학생들은 이미 집에 돌아온 대학생 형제를 보면서 공부에 집중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그런데 지난 주 메릴랜드 주지사가 내년부터 메릴랜드 주의 모든 공립학교들이 노동절 후에 개학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동안 메릴랜드 주에서는 대표적인 휴양도시인 오션시티를 제외한 모든 학군들의 학교들이 사실 노동절 전에 개학했었는데 이제 모두 개학을 늦춰야 하게끔 된 것이다. 물론 이러한 행정명령의 적법성도 논란이 될 수 있겠지만 이제 페어팩스 카운티 학군이 취하기로 한 방향과 정반대로 나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행정명령의 배경에는 경제적 이유가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즉, 킹스 도미니온과 마찬가지로 노동절 연휴에 여름철 휴가를 마지막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되는 오션시티의 경제 활동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행정명령 조치를 ‘오션시티 법’이라고 불러야 되겠다 생각한다.
나는 학사일정을 정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학생들의 학업성취라고 본다. 경제 논리도 중요하지만 학업성취 보다 더 중요할 수는 없다. 그러한 면에서 이번 메릴랜드 주지사의 행정명령에 선뜻 동의할 수 없다. 그리고 버지니아 주에서는 그러한 행정명령이 내려지지 않기를 바란다. 오히려 기존의 킹스 도미니언 법이 속히 폐기 되었으면 좋겠다. 각 학군의 학사일정은 해당 학군의 자율에 맡기는 게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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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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