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학생 두 명과 교육에 관해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한 명은 이번에 대학에 진학하고, 또 다른 한 학생은 고등학교 졸업반이 된다고 했다. 우선 나에게 관심을 갖고 연락해 온 게 감사했다. 그런데 대화를 나누던 중 나로 하여금 좀 더 깊게 생각하거나 고충을 토로하게 한 부분들도 있었다.
우선 내가 교육위원 직에 있은지도 이제 18년 째인데 교육위원으로 무엇을 이루고 싶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어쩌면 그 동안 이루고 싶은 것을 모두 추구할 충분한 시간을 이미 가지지 않았느냐는 지적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교육위원으로서 일하면서 겪는 어려움들을 몇 가지 소개했다.
우선 자기 자녀들이 실험 대상이 되는 것을 원하는 부모들은 별로 없다. 부모들에게는 자녀들보다 더 소중한 게 없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그렇기에 부모들은 자기 자녀들이 조금이라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은 되도록 피하려고 한다. 그래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하고자 할 때 결과가 이미 검증되지 않은 경우 자기 자녀가 그런 프로그램의 대상이 되는 것을 꺼린다. 대신 다른 학생들이 먼저 해 보고 그 결과에 따라 자기 자녀들에게 선택권이 주어지는 것을 원한다. 그래서 새로운 정책이나 프로그램의 도입이 쉽지 않다.
또 하나는 교육처럼 많은 사람들이 일가견을 가진 분야도 없다는 것이다. 부모들에 따라 교육 수준과 능력은 달라도 대부분의 부모들이 과거에 자신들도 교육을 받아 보았기에 나름대로 모두 프로그램이나 현안에 가지고 있는 견해가 있다. 그래서 부모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들이 과거에 받았던 교육 경험 테두리 안에 묶여 있는 모습을 쉽게 본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자신들이 받았던 오래 전의 교육 프로그램이나 방법에 대한 고정관념이 깊이 자리 잡고 있음을 본다. 그래서 교육 개혁이 어려운 것이다.
그렇지만 그래도 내가 이루고 싶은 것들이 있다. 우선 미국 학생들도 유럽 학생들처럼 외국어에 능통했으면 좋겠다. 미국은 세계에서 리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다른 나라들을 제대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이해는 문화와 역사도 포함된다. 그리고 그렇기 위해서는 그 나라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배우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빠른 방법이다. 이에 나는 미국 학생들의 외국어 교육도 유럽 학생들과 마찬가지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페어팩스 카운티에는 외국 출신 학생들이 많아서 외국어 구사에 능한 학생들도 많다. 그러나 학교 교육을 통해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외국어 실력을 배양하는 부분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낀다. 반면 유럽에서는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영어 뿐 아니라 그 외 다른 나라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고등학교 졸업을 위한 학점 취득에 있어서 좀 더 융통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학점 취득을 위해 모든 학생들이 일정한 시간 동안의 수업을 받아야만 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 각자의 능력에 따라 조기 학점 취득의 길을 열어 놓아야 한다. 그래야 수업 내용이 너무 쉬워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막을 수 있고 학생들에게 그 시간에 본인이 원하는 다른 수업이나 인턴쉽도 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1년 법정 수업일수인 180일을 꼭 교실에 앉아 있어야만 학점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절반만 하더라도 그 수업이 요구하는 교과과정을 모두 마칠 수 있다면 그대로 학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남는 시간은 다른 용도로 시간을 사용하거나 조기 졸업도 가능하게 해야할 것이다. 이는 한국에서도 일부 실행하고 있는 제도로 알려져 있다. 학생들에게는 시간과 기회, 그리고 교육청 차원에서는 예산의 낭비를 막을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된다.
내가 교육위원으로 있는 동안 이러한 일들을 모두 성취하기는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루 아침에 이룰 수는 없더라도 동료 교육위원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주 교육부에 건의하면서 조금씩이라도 그런 방향으로 교과과정이나 교육제도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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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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