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LCD 기술 힘입어 갈수록 화려하고 정교해져
▶ 아날로그 방식도 건재 여전
1974년 한국 최초의 양산차인 현대차 포니의 계기판(왼쪽)은 속도계와 연료계 등이 아날로그 형태로 표시됐다. 최근 출시된 현대차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7인치 LCD 화면의 디지털 계기판을 제공한다.
자동차 운전석에서 시선이 가장 많이 머무는 곳은 단연 전방이고 그 다음을 꼽으라면 운전대 너머의 계기판이다. 차량의 주행상태나 이상 등을 알려주는 계기판은 안전운전과도 직결된다.
과거엔 아날로그 방식으로 속도와 엔진 분당회전수(RPM), 냉각수 온도, 연료량 등 필수 정보만을 표시했던 계기판은 디지털과 액정표시장치(LCD)에 힘 입어 갈수록 화려하고 정교하게 진화하고 있다.
■대세는 박막 트랜지스터(TFT) LCD
1970년대 후반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한국산 최초의 양산차 ‘포니’의 계기판은 달랑 속도계와 연료계, 냉각수 온도계만으로 구성됐다. RPM을 표시하는 회전속도계(타코미터)가 없었고, 대신 큼직한 아날로그 시계가 한 자리를 차지했다.
자동차 계기판에 액정표시장치(LCD)가 사용된 건 1990년대 들어서다. 한국산 차 중에서는 현대차가 1999년에 출시한 ‘EF쏘나타’ 계기판의 주행거리계에 처음으로 간단한 형태의 LCD를 썼다.
현재는 계기판에 LCD가 들어가지 않는 차가 거의 없다. 계기판의 양대 축인 속도계와 타코미터는 실제 바늘(지침)이 움직이는 아날로그 방식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도 주행거리, 평균 속도, 연비, 온도, 부품 점검 주기, 타이어 공기압 등은 모두 LCD에 표시된다.
해외에서는 각종 계기들이 한데 뭉쳐 있는 계기판을 클러스터(혹은 인스트루먼트)라고 부르는데 요즘엔 계기판 전체를 선명하고 대용량 그래픽 표현이 가능한 박막 트랜지스터(TFT) LCD로 채운 차들이 늘어나며 ‘디지털 클러스터’가 더 흔한 용어가 됐다.
아우디가 2014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공개한 ‘버추얼 콕핏’(Virtual Cockpit)은 아날로그 계기가 전혀 없는 완전한 디지털 계기판이다.
12.3인치 TFT LCD로 기존 계기판의 모든 정보는 물론 내비게이션, 오디오, 미디어 화면까지 제어한다. 3차원 그래픽이 가능하고, 스마트폰과 연결해 사용할 수도 있다. 버추얼 콕핏은 ‘아우디 TT’에 최초로 적용된 이후 한국에서 출시된 A4와 Q7 등에 들어갔다.
지난 3월말 한국에 상륙한 ‘재규어 올 뉴 XF’도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으로 다양한 정보를 변주한다. 기본 운전모드에서는 속도계가 계기판 중앙에 표시되고, 타코미터가 오른쪽에 있지만 가속이 중시되는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타코미터가 가운데로 이동하는 식이다.
BMW는 충전식(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차 ‘i8’에 100% 디지털 계기판을 채택했고, 도요타 고급 브랜드 렉서스 모델들도 같은 흐름을 따르고 있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차 ‘4세대 프리우스’는 독특하게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디지털 계기판을 배치했다.
■아날로그 계기판의 시대는 끝날까
처음 계기판 전체를 LCD로 채운 한국산 차는 2012년 출시된 기아자동차 ‘K9’이다.
현대차가 올해 내놓은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와 ‘아이오닉 일렉트릭’에도 7인치 TFT LCD와 일반 LCD가 조합된 디지털 계기판이 들어갔다. 의외로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속도계와 타코미터는 지침을 쓰고 그 사이에 7인치 TFT LCD를 조합했다.
디지털 계기판은 주행 상황에 맞춰 한정된 공간에서 그래픽을 활용한 다양한 정보를 보여줄 수 있다.
이런 장점 덕에 운전자가 파악해야 할 정보의 양이 대폭 늘어난 전기차나 정보통신기술(ICT)로 주변 환경과 연결된 ‘커넥티트 카’와 궁합이 잘 맞는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가 똑똑해질수록 운전 정보와 내비게이션 정보, 멀티미디어 등과의 경계가 희미해져 디지털 계기판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계기판이 주류로 부상했어도 아날로그 방식이 종말을 맞을 가능성은 낮다.
운전에 꼭 필요한 정보만을 정확하게 운전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데다 정교한 금형으로 지침과 눈금을 제작한 아날로그 계기판은 입체감이 뛰어나고 조명을 활용하면 고급스러운 감성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잡하고 화려함이 최선은 아니라는 것은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지용구 교수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계기판 시각적 복잡도 분석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연구팀이 한국 내외 23개 차종을 아날로그와 디지털 계기판으로 구분해 평가한 평균 복잡도는 아날로그(50.5점)보다 디지털(57.3점)이 높았다. 100% 디지털 계기판처럼 보다 역동적인 형태로 다양한 정보를 출력하는 계기판일수록 복잡도 점수는 상승했다.
점수가 클수록 시각 정보 처리가 어려워 운전 집중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연구팀의 황보환 박사는 “다양한 기능 제공과 디자인 품질을 위해서 어느 정도의 복잡도가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안전운전을 방해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우디 A4에 적용된 디지털 계기판인‘버추얼 콕픽’은 클래식 모드(위)에서는 속도계와 회전속도계(타코미터)가 커지지만, 인포테인먼트 모드(아래)에서는 중앙 화면이 확대되며 속도계와 타코미터는 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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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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