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동안 역사 공부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 일들이 몇 있었다. 우선 일요일에는 페어팩스 카운티에 위치한 불런파크에서 열린 파키스탄 커뮤니티 행사에 참석했다. 워싱턴 지역 파키스탄계 주민들에게는 가장 큰 행사인데 매년 파키스탄의 독립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다. 파키스탄은 1947년에 영국의 식민통치로부터 해방되었다. 그런데 독립 시점이 8월 14일과 15일 사이의 자정이어서 공식적으로는 8월 15일을 독립기념일로 지킨다고 한다. 그러니 한국과 같은 셈이다.
나는 지난 5년 동안 매년 이 행사에 참석해 왔다. 유일한 아시아인 교육위원으로서 파키스탄계 주민들에게 인사도 하고 부탁의 말도 전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거의 100도를 육박하는 기온에도 수천명이 모이는 것을 보면서 파키스탄의 독립이 이 지역 파키스탄인들에게 얼마나 뜻 깊은가를 새삼 느낀다. 그래서 그들이 독립하게 된 경위, 종교의 자유와 나라의 독립이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도 찾아 보았다.
다음 날 월요일에는 대한민국 광복절 행사가 열렸다. 파키스탄 커뮤니티 행사 보다는 작은 규모였지만 그래도 여러 한인단체들이 연합해서 치룬 행사로 많은 한인동포들이 자리를 같이 해 주었다. 제법 연세가 든 어른들과 어린 아이들이 함께 참석한다는 것은 모두에게 공감이 가는 그 무엇인가가 마음 속 깊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비록 세대 차이가 나고 태어나 자란 곳과 배경은 달라도 참석자 모두가 선조로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같은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비록 내가 직접 일제치하의 설움과 고통은 당하지 않았지만 나 보다 한, 두 세대 위 어른들이 겪으셨던 게 나에게도 같은 설움과 아픔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같은 역사와 피를 이어 받았다는게 이래서 중요한 것이다.
광복절 기념 행사가 치뤄진 월요일 오전에는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감과 만나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그 날 저녁의 광복절 행사로 시작했다. 그런데 솔직히 교육감은 한국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지 않다. 오랜 세월을 일본의 통치하에 있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의 아픈 역사를 설명했다. 차관정치, 합방, 해방, 남북 분단, 전쟁, 이산가족 등 모두 길게 설명할 수 없었지만 중요한 부분들을 짚어 나갔다.
페어팩스 카운티는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학군들 중 하나이다. 또한 미국 수도의 근교에 위치해 미국과 세계의 정치, 군사, 외교 등 다방면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주민들도 많이 거주하고 있다. 그래서 카운티 거주 학생들의 초중고 공교육 집행의 수장직을 맡고 있는 교육감의 역할 또한 상당히 중요하다. 교육감이 세계 모든 나라의 역사를 다 잘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그룹들의 출신 국가 역사를 공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교육시키는 학생들 선조들의 역사를 제대로 알 때 그들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또한 그들을 바로 교육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교육감과 한국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나도 부단히 주민들의 역사를 공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교육감에게 역사공부 필요를 느꼈던 것만큼 나에게도 그런 필요를 느끼는 주민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번 여름에 미국 역사책 한 권을 읽고 있는게 그래서 참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 역사를 공부해 본게 아주 여러 해 전이다. 비록 한자리에서 오랜 시간 읽진 못하지만 한번에 단 몇 페이지를 읽더라도 그 가운데 내가 그 동안 잘 몰랐던 역사적 사건들과 그 사건들의 여파에 대한 해설을 접하며 많이 배운다.
이 곳에서 살아가는 한인동포들 중에 혹시 아직 미국 역사책을 읽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권하고 싶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의 역사를 배워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감히 말 할 수 있다. 그리고 미국 역사를 공부하면서 우리 한국의 역사를 잘 모르는 후손들과 이웃들에게 한국의 역사도 가르쳐 주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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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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