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시차 12시간, 메달 유망종목 경기력 부진 등 영향
▶ 폭염 지속에 경제부진 장기화, 취업난 심화 등도 요인
"경기 시간대 자체가 우리와 정반대여서 시청하기 어렵습니다."
올림픽 사상 최초로 남미 대륙에서 열리고 있는 2016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예전 올림픽만 못하다.
시차가 많이 나는 데다 금메달이 기대됐던 종목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일찌감치 탈락하면서 본방송을 시청하기보다는 인터넷이나 아침 뉴스로 경기 결과만 확인하는 선에 그치고 있다.
◇ 12시간 시차에 시청 포기…응원 열기도 '뚝'
직장인 김 모(47·춘천시 동내면) 씨는 최근 리우 올림픽 경기를 챙겨보는 것을 사실상 포기했다.
대부분 밤에 중계되다 보니 경기를 보면 출근길부터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는 각종 효율이 떨어져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밤에 경기를 보고 나서 낮에는 폭염과 싸우며 일하다 보면 체력의 한계도 느낀다.
그런데도 아내와 간간이 리우올림픽 중계방송을 보던 김씨가 결국 잠을 선택한 것은 무엇보다 기대했던 만큼 한국 선수들의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리우 올림픽 경기 시간대 자체가 우리와 정반대여서 경기를 시청하기가 부담스럽다"면서 "축구가 조금만 더 잘해 올라갔으면 그것을 재미삼아 다른 경기라도 더 볼 수 있는데 기대했던 성적이 나오지 않은 실망감이 무엇보다 컸다"고 말했다.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을 응원하는 열기도 과거 올림픽보다 떨어지고 있다.
단국대학교 학생회는 2008 베이징 올림픽과 2012 런던올림픽 당시 수영선수 박태환을 응원하기 위해 단체 응원전을 벌였지만, 이번에는 별다른 행사를 준비하지 않았다.
단국대 관계자는 "박태환이 인천광역시청으로 소속을 옮긴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라며 "아울러 박 선수가 국가대표 선발 전에 여러 가지 사정으로 구설에 오른 사실도 대대적인 응원전을 개최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고 귀띔했다.
회사원 정 모(37) 씨는 "리우올림픽 응원 열기가 예전 같지 않은 이유는 아무래도 시차 탓인 것 같다"며 "밤에 자고 아침에 출근해야 하다 보니 경기를 제시간에 시청하지 못하고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주요 영상만 본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 모(48) 씨도 "예전에는 올림픽이 열리기 전 기대를 모으는 간판스타들이 꽤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다지 관심이 가는 선수가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선수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 결과도 응원 열기를 식힌 이유가 아닐까 한다"고 전했다.
충북에서는 남자 양궁 2관왕을 기대했던 김우진이 개인전에서 예선에서 탈락하고, 정승화(펜싱)·조구함(유도)·장금영(사격) 등 지역 출신 선수들이 메달권 진입에 실패하면서 단체 응원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장경일 충북도 체육회 팀장은 "경기가 심야와 새벽 시간에 열리는 데다 축구 등 인기 종목이나 유력한 메달 후보로 꼽혔던 종목들의 성적이 부진하면서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다"며 "국민의 올림픽에 대한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선수단 성적도 동반하락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광주도 4년 전 런던올림픽 때는 광주 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멕시코 예선 첫 경기 응원전을 펼치는 등 열기가 뜨거웠으나 이번 올림픽 기간에는 단체·거리 응원전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시민들은 개막 전부터 지카바이러스 확산과 불안한 브라질 치안, 대회 시설 미숙 등이 지적되면서 이번 올림픽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 경기 악화로 미래 불안감…"폭염에 전기요금 폭탄 더 관심"
최근 경기 악화에 따른 불안감도 올림픽에 대한 젊은층 관심을 떨어뜨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자리를 찾는 게 시급한 젊은이들로서는 예전처럼 경기를 직접 챙겨볼 여유가 없는 것이다.
대학생 이민우(26) 씨는 "메달 개수보다도 올림픽 개최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장기화한 경기 침체·사회 양극화 등으로 관심도가 떨어진 것 같다"며 "저 역시 취업을 앞두고 영어점수·인턴 경험 등 스펙 쌓기가 우선이라 올림픽 경기를 즐길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서민들은 올림픽보다는 지속되는 폭염과 전기요금 누진세 폭탄에 더 관심을 두는 분위기다.
여기에다 방송사들이 심야 시간에 거의 비슷한 경기만 중계하는 방식도 다양한 소식을 알고 싶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떨어뜨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림픽 경기 시청률은 한 자리 숫자에 머물 정도여서 사상 최악의 광고 판매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영주 강원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리우올림픽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은 경기력에 대한 실망감이 제일 크다"면서 "우리 사회에서 밥 먹고 사는 일과 경제적인 게 더 급하다 보니 올림픽에 신경 쓸 여유로움도 조금 각박해졌다. 이런 걸 넘어 설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도 없고, 경기를 의미 있게 바라볼 구심점도 없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올림픽에 대한 관심은 국민의 의지에 달린 만큼 캠페인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우리나라 선수들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주고, 선수들 경기력이 향상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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