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청의 리더십 컨퍼런스가 열렸다. 교육청과 각 학교 소속 간부급 교직원들 천오백명 이상이 참석했다. 이는 연례행사인데 일반적으로 8월 첫 주에 열린다. 교육위원들에게는 사실 8월 한 달 동안은 회의가 없고, 일반 교사들이나 학생들도 8월 말까지 방학이지만, 간부급 직원들에게는 벌써 다음 학년도 준비 시점에 다다른 것이다.
이 컨퍼런스에서 교육감은 개막 인사 때 주정부 학력평가 시험에 대한 언급을 했다. 이 시험은 매년 실시되는데 시험 결과가 주 정부에서 정한 수준에 몇 년간 계속 미치지 못했던 학교들은 특별 관리 대상이었다. 그리고 관리 대상으로 일정 기간 계속될 경우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그런 학교의 교사들과 교장은 초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감은 관리 대상 학교들 중에서 성적이 크게 오른 학교들을 치하했다. 그러나 아직 관리 대상에서 벗어 나지 못한 학교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
미 전역에서 여러해 동안 비판을 받아 왔던 일명 ‘낙오자 방지법’은 이제 폐지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법의 근본 취지인 정기적 학력평가 실시와 그 결과에 따른 책임 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주 정부 차원에서 나름대로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 만을 두었다. 학교 차원의 학력평가 시험 결과는 일반에게 공개되는 정보이다. 시험 결과에 따라 고등학교 학생들은 학교 졸업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교사들과 교장들이 학생들 이상으로 결과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왜냐하면 시험 결과가 교사와 교장의 능력 평가처럼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노고를 치하 받은 학교들의 교장과 교사들은 나름대로 한숨을 돌렸겠지만 그렇지 못한 학교들의 교직원들은 정말 바늘방석 위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이와 관련된 신문 기사 하나를 몇 일 전 접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알링턴 카운티의 한 초등학교 교장이 다른 학교로 전보 발령되었다고 보도했다. 물론 교장 전보 발령이야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번의 발령은 달랐다. 교장이 다른 학교의 교감으로 간다고 했다. 즉, 직위가 강등된 것이다.
그 신문 기사는 직위 강등 이유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했다. 다른 학교로의 전보 발령 발표를 했던 교육감이 그 이유를 밝힐 순 없다. 직원들의 인사정보는 연방법으로 보호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감으로 강등된 전임 교장 스스로가 밝히지 않는 한, 일반에게는 그 이유가 공개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교장으로 재직했던 초등학교가 몇 년간 학력평가 결과가 수준 미달로 관리대상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학력평가 시험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해 그런게 아닌 지 짐작해 본다. 학력평가 결과에 발전이 없는 학교가 받을 수 있는 제재 조치 중 하나가 교장의 전보 발령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전보 발령이 직위 강등을 동반했기에 단순한 시험 결과 문제가 아니라 그 보다 훨씬 더 심각한 이유가 배경에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예를 들어 학력평가 시험 결과 향상을 위한 적절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거나, 교육청이 제시한 지침을 준수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워싱턴 포스트 신문 기사에 의하면 그 교장은 학생들을 단순히 시험성적 숫자로만 보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평소에 강조했다고 한다. 아무리 가난하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이 많은 학교라도 단순히 시험 준비에 초점을 둔 교육이 아니라 부유한 학생들이 받는 같은 교육의 기회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주 정부가 실시하는 학력평가 시험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학력평가 시험 결과가 교사나 교장에게만 달려 있는 것은 절대 아닌데도 말이다. 학생 자신의 능력과 노력도 중요하고, 가정에서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교육정책 입안자들도 학력평가의 필요성과 획일적 평가 제도의 부작용 모두 잘 안다. 그러면서도 그것을 대체할 적절한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음에 무력함을 절감한다.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에 상관 없이 학생들의 저조한 학력평가 시험 결과의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일선 교육자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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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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