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속담으로 얽히고 설켜서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를 고르디언 매듭(Gordian Knot)라고 부른다. 매듭이 너무나 단단하고 야무지게 묶여서 어찌 풀어볼 방법이 없는 것이다. 기원전 5세기경 오늘날 터기 중부 지방에 페르기아(Phrygia)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당시 나라에 왕이 없었다.
그 때 시민들은 제우스 신전에 “누가 왕이 될 것인지” 신탁을 구했는데 신전의 무녀가 기도한 끝에 신의 뜻을 받아 시민들에게 전했다. “내일 아침 새벽에 숫소(Ox)가 끄는 수레를 타고 첫 번째로 성문에 들어서는 남자가 왕이 될 것이다.” 시민들은 아침 새벽부터 몰려나와 숫소가 끄는 수레를 타고 올 첫 번째 사내를 기다렸는데 마침 고르디아라는 이름의 한 농부가 무슨 일이 있어서 그날 아침 성문을 들어섰는데 공교롭게도 그 사람은 숫소가 끄는 수레를 타고 있었던 것이다.
신탁대로 시민들은 환호로 그 사람을 왕으로 맞았고 그 도시 이름도 왕이된 고르디아 이름을 따서 고르디움(Gordium)이라고 지었다. 참으로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고르디아 왕의 아들이 바로 신화(神話)에서도 유명한 마이다스 왕이다. 왕은 황금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내 손에 닿는 모든 것을 금으로 변하게 해 달라”고 신에게 소원했다나?
신이 왕의 소원대로 왕이 손 대는 모든 것을 금으로 변하게 해 주었는데, 이제 이것이 화(禍)가 된 것이다. 왕이 손만 대면 질그릇이 황금 그릇이되고, 나무 식탁이 금으로 변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마실 물도 왕이 손을 대자 금으로 변해서 마실 수가 없었고, 음식도 금으로 변해서 먹을 수가 없었고, 나중에는 사랑하는 딸까지 왕이 손을 대자 금으로 변했다는 전설이다.
그러나 이것은 후세에 만들어진 얘기이고 사실은 마이다스 왕 때 페르기아 국력이 크게 떨쳤고 또 나라에 많은 금광이 발견되어 왕실 창고에 금은 보화가 차고 넘쳤기 때문에 생긴 신화일 것이다. 신탁 덕분에 아버지가 왕이 되고 그래서 자기가 왕이 된 마이다스 왕은 많은 보화를 신전에 바쳐 제우스 신에게 감사했고, 아버지가 타고 왔던 수레를 신전 안에 매어 놓아 아버지를 기념하였다.
그런데 수레를 얼마나 단단하고 야무지게 붙들어 매었는지 어느 누구도 풀어서 가져갈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런 전설이 생겼다. “이 매듭을 푸는 자 아시아를 지배할 것이다.” 그래서 수 많은 영웅 호걸들이 이 전설을 믿고 신전에 와서 매듭을 풀어 보려고 했으나 어느 누구도 풀지 못했다.
기원전 334년, 동방 정벌에 나선 22세의 청년 알렉산더 대왕은 4만 여의 군사를 거느리고 헬레스폰토스 해협을 건너 소아시아에 상륙하여 그라니코스 江 전투에서 페르시아의 수비군을 단숨에 깨뜨린 다음, 병력을 신속하게 움직여 지금의 터키 해안 지방 항구도시들을 점령함으로써 페르시아 해군을 무력화 시켰다. 혹시 있을 지 모르는 페르시아 해군에 의한 아군의 후방 보급로 차단을 미리 막은 것이다.
그리고 곧 이어 페르시아 왕 다리우스 3세가 있는 페르시아의 심장부로 향하는 길에 고르디움에 들려서 겨울을 지내며 병사들을 휴식시킨다. 이때가 기원 전 333년. 휴식 기간동안 알렉산더는 전설의 고르디언 매듭이 있는 제우스 신전을 찾았다. “이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를 지배한다고?” 알렉산더는 매듭을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서슴치 않고 칼을 뽑아 매듭을 내리쳤다. 매듭은 끊어져 산산 조각으로 나고 그래서 매듭은 자연히 풀린 것이다.
지난 6월에 선출된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 사범을 죽여도 좋다”고 선언하고 취임이후 마약범들을 깡그리 소탕하는 보도를 듣으며 문득 알렉산더가 칼로 내리쳐서 풀어버린 고르디안 매듭을 생각했다. 그런식으로 범죄를 척결하는 것에 인권침해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필리핀의 고질병인 마약범과 그들과 한패가 된 부패관료들을 통쾌하게 쓸어 버리는 것이 우선 보기에도 시원하다.
우리 조국 대한민국에도 각계 각층에 침투한 종북주의자들, 이에 동조하는 ‘쓸모있는 바보들(Useful Idiots), 민중의 인기에만 집착하는 우민(愚民)정치인들, 지역 및 집단 이기주의자들, 국가관을 상실한 부패 관료, .. 참으로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이런저런 것들을 무리없이 해결하려고 하면 아마 고르디안 매듭처럼 해결이 영원히 불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이런때 알렉산더처럼 한 칼에 내리쳐서 해결할 무슨 방법이 없을까? 그런 결단을 내릴 통쾌한 정치 지도자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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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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