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지난주 칼럼에 이어 이번에도 성도덕의 붕괴가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쓰고 싶었다. 그러나 도날드 트럼프의 믿기 어려운 언행 때문에 내 생각이 달라졌다. 물론 그의 믿기 어려운 언행이 최근에 시작된 것은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제1 임기시절 그가 하와이 출생 미국인이 아니라 외국에서 태어난 무슬림 교도라는 음모론에 트럼프가 편승하여 호놀루루로 사설탐정을 보내기까지 했을 때만도 미디어의 관심을 먹고 사는 괴짜 억만장자의 일탈 정도로 여겨졌었다. 그래서 일년 몇달전 현·전 주지사 아니면 상원의원 경력자 14명을 포함한 16명의 공화당 대통령 경선 후보자들에 더해 그가 출사표를 던졌을 때 그는 웃음꺼리 정도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여자들을 살찐 돼지에 비교하는 등 여성혐오 발언, 얼마의 예외를 제하고는 멕시코 출신 불법이민들이 모두 강간 아니면 살인범이라는 폭언, 테러리즘의 위험 때문에 모든 회교권 국가 시민들의 미국여행을 당분간 금지 시킨다는 발상 등 해괴망칙한 언동이 공화당 지지 백인 중 하층에게 먹혀 들어갈 것을 예상했던 정치인들이나 논객들은 한 손으로 꼽을 정도였을 것이다. 예선전에서 적어도 1,300만 공화당 지지자들의 민심을 그는 정확히 진단했기에 약 3개월 후 힐러리 클린턴과의 결전을 앞두고 있다.
클린턴의 신빙도나 경제문제 해결에 있어서 트럼프 보다 뒤진다는 여론조사에 더해 20세기 이후의 미국 역사상 한 당이 백악관을 8년 이상 차지했던 경우가 딱 두 번(플랭클린 루즈벨트의 4선과 그의 서거 후 그를 계승했던 트루만의 1선 그리고 레이건의 8년을 뒤이은 조지 부시의 1선)뿐이었다는 사실이 공화당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면 잠깐뿐이었다. 트럼프의 절제를 모르는 토사곽적인 입질과 무식과 무지 그리고 심사숙고를 거친 정견과 정책의 결여 때문이다.
오죽하면 친 민주당계의 논객들로부터 트럼프가 정신병자일 것이라는 가능성이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을까?
우선 트럼프는 거짓말이 날개다. 이번 주 트럼프는 플로리다에서 “나는 푸틴을 만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런데 작년 11월 달에는 자기와 푸틴이 CBS의 ‘60분’ 프로그램에 나타난 적이 있기 때문에 그를 잘 알게 되었다고 했다. 2014년에는 전국신문클럽에서 한 연설 가운데 트럼프는 “내가 최근 모스크바에 갔을 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푸틴 대통령과 말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나를 잘 대접했으며 우리는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라고 자랑했다.
금년 대선기간 중에 있을 세 번의 대통령 후보 토론회를 축구 시합이 있는 날로 잡는 것이 시청자수를 줄여 클린턴에게 유리하게 획책한 것이라는 트럼프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인지 축구관장기관 NFL에서도 자기에게 편지를 보냈노라고 6일전에 TV 인터뷰에서 공언했지만 NFL에서는 그런 편지를 보낸 적이 없단다. 근원적으로 후보들의 토론 날짜는 누가 후보가 될지 모르는 1년 전 초당적 조정위원회가 정해놓았다는 사실을 트럼프는 전적으로 무시한다.
더 심각하기로는 트럼프가 자기를 반대하는 사람이나 세력을 용납하지 못하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적인 자애병자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자기에게 불리한 논평을 한 뉴욕 타임스나 워싱턴 포스트 등 신문들을 명예훼손법을 고쳐서라도 혼내겠다는 주장만해도 그렇다. 공직자들에 대한 보도에 있어서 언론기관들은 사실상의 악의가 없는 한 거짓내용을 실었더라도 명예훼손을 한 것이 아니라는 1964년도의 연방대법원 판례를 전혀 모르는 수작이다. 키즈르칸이란 파키스탄 출신 이민변호사가 “트럼프씨여, 당신은 미국헌법을 읽기라도 했습니까?”라고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면서 던진 질문은 정곡을 찌른 것이다.
작년 12월 칸 변호사는 트럼프의 무슬림 이민정책에 반대하는 글을 발표하다가 클린턴 선거 진영에 의해 발견되어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게 되었던 바 트럼프는 칸 변호사 부인이 아무 말도 없이 남편 옆에서 있었던 것을 회교의 영향인 것처럼 공격한다. 그 두 사람의 아들이 2004년 이라크전쟁에서 자기 부하들을 살리는 가운데 전사한 UVA 출신 육군대위라는 사실에 대해 동정적이기는 커녕 칸 변호사가 자기를 공격했으니까 반격해도 된다는 식의 몰인정한 태도는 많은 공화당 중진들마저 트럼프를 비난하게 만들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재선을 지지할 수 없다는 트럼프의 발언도 그가 정상적 정치인이 아니라는 인상을 굳힌다.
트럼프는 미국선거제도가 민주당후보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어 자기가 낙선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비치기도 한다. 그럴 경우 그의 지지자들 중 극소수라도 어떤 폭력적 반응을 보일까 봐 걱정이 되는 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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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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