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북부에 살라만카(Salamanca)라는 도시가 있다. 인구 20만에 대학생이 4만이니 한마디로 대학 도시이다. 살라만카 대학은 13세기에 설립된 대학으로 스페인에 가장 오래된 대학이다 또 16 세기 콜럼버스가 이 대학 지리학회에 참여하여 지구는 둥글다, 서쪽으로 계속가면 인도에 도착 할 수 있다 하면서 재정 지원을 받으려다 못 받았다. 그 유명한 달걀을 깨어서 세울 수 있다는 일화도 이곳에서 있었다.
그러나 또 하나 유명한 것은 마요르 광장(Grand Plaza Mayor)이다. 18 세기 합스부르크 왕가와 프랑스의 부르봉 왕가 간에 7년 전쟁 중 살라만카는 부르봉 왕가를 지원 했고, 부르봉 왕가가 7 년 전쟁에서 승리 하였다. 이에 부르봉 왕가에서 보답으로 이 광장을 지어 준 것이다. 아주 웅장하고 건축미를 자랑한다.
그런데 이 마요르 광장은 건물들로 사각형을 만들어 광장을 만들고 있는데 세 방면에 즉 디귿 자(ㄷ) 모양 일층 벽에 기다랗게 인물 조각들이 붙어 있다. 한쪽은 테레사 성녀처럼 문화 문명 종교 등으로 스페인을 빛낸 영웅들의 조각상이 붙어 있고, 한쪽은 페루를 정복한 피사로 같이 전쟁, 식민지를 개척한 영웅들을 붙이는 그런 방식이다.
그런데 아무런 인물 조각이 없이 그냥 접시 모양의 것들이 뒤를 이어 붙어 있다. 왜냐고? 앞으로 스페인을 빛낼 영웅들이 나오면 붙이려고 한다며 그렇게 해 놓았다. 이것을 보면서 서울 광화문 광장쯤에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노무현 이런 분들의 조각상을 붙일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불가능 할 것이다. 기를 쓰고 반대할 사람들이 있을 터니까 말이다
나는 불현듯 울산대학교 역사학 이정일 교수의 이순신과 원균에 대한 글이 생각난다. 글의 내용인즉 우리나라는 소위 공자의 춘추필법으로 역사를 재단하여 왔다고 했고, 그래서 대의명분, 엄격한 비판정신으로 절대 선(善)과 절대 악(惡)으로 모든 것을 구분했고, 그것이 오늘날까지 지속되어 모든 것을 흑백논리로 따지는 고로 우리에게는 영웅(英雄)은 없고, 소수의 받들어 제사 지내는 성웅(聖雄), 무당이 힘을 빌리려고 하는 신령(神靈)만 존재한다는 글이었다.
우리는 종종 ‘언제 위기가 아닌 적이 있었느냐’ 라고 이야기 해왔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정말로 작금은 세계가 난세이고, 한국은 더욱 더 위기인 듯 싶다. 그리고 난세에 영웅이 나타난다고 예부터 이야기 해 왔다. 하지만 사실 영웅이 절 대 필요한 오늘날 한국에서 영웅의 싹이 지금 안 보인다. 아니 그것이 아니라 싹이 보인다 싶으면 소위 춘추필법인지 무엇인지 하면서 언론이나 정치인, 논객들이 싹을 싹둑 잘라버리는 것 같다. 모두 성인군자만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인 듯싶다.
조조 같은 간웅, 헌 칼 휘두르는 조자룡, 시장잡배 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한신 이들과 같이 단점도 있고 쉽게 우리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영웅들을 우리는 많이 가져야 한다. 성웅 이순신이 아니라 첩도 두고 산 지장(智將) 이순신, 권율 도원수에게 볼기 맞고 불에 섶을 짊어지고 뛰어든 좀 모자라는 용장(勇將) 원균, 이렇게 단점도 있고,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영웅, 이 시대에는 이런 영웅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한국에서 여당, 야당 모두 다 당 대표를 뽑는다고 야단들이다, 또 차기 대통령 후보를 뽑는다고 다들 부산하다. 그런데 인물난인 것 같다. 한국 사회가 영웅을 키우지 못한 결과이다. 나는 난세에 나타날 성웅이 아니라 약점을 다소 갖더라도 한국의 미래를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우리와 이웃해서 사는 보통 영웅들이 많이 출현할 풍토를 만들어야 함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성인군자 잣대로 영웅의 출현을 막지 말았으면 한다는 말이다.
대약진 운동이라며 수천만을 굶어죽이고, 홍위병을 날뛰게 한 모택동을 등소평은 “잘한 것이 7이요, 잘못 한 것이 3이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안문에 그의 초상화가 걸려있고, 인민화폐에 그의 사진이 실려 있다. 이러한 현실을 14억 인민들이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풍토가 나는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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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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