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보도에 의하면 얼마 전에 구속된 한국의 진경준 검사장은 대단한 수재였단다. 사법고시에 일등 했을 뿐 아니라 행정고시에도 마찬가지였다니까. 짐작컨대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개천에서 용이 난 케이스라 부자 집에서 사위로 발탁한 경우인 듯하다. 어찌되었건 그가 20년 전 서울지검 검사로 근무할 때 어떤 직장인이 명절 귀향 기차표를 샀다가 사정으로 못 가게 되어 불과 몇 천원 더 받고 다른 사람에게 표를 판 것에 대해 죄질이 나쁘다고 구속기소할 정도로 법 집행에 철저했던 모양이다.

그런 진 씨가 우수한 재능에 걸맞게 금융정보 분석원과 서울지검 금융조세 조사2부에서 근무했다는데 그런 자리를 이용하여 부정축재를 한 혐의로 구속된 것이다. 2015년 진 씨가 검사장(차관급)으로 승진되기 위해 청와대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 비서실에 제출한 그의 재산 내역에 넥슨 주식 80만주가 들어있던 게 화근이 된다. 그 주식 시가는 100억원(약1,000만불)대였기에 당연히 주식 매입비의 출처가 규명대상이었던 바 “장모에게 빌린 돈으로 샀다”는 해명만으로 진 씨는 검사장급 고위직에 임명되었었다. 그러다가 어떤 실업인의 도박사건 재판과정에서 전직 부장판사 등 법조인들의 억대 또는 수십억대의 수수료가 집행유예 아니면 대폭적인 형기 축소를 약속하고 실천하는 비리를 전제로 하는 것임이 들어나게 되는 과정에서 진 씨의 발목이 잡히게 된다.

장모에게서 빌렸다더니 저축한 돈으로 샀다고 했다가 검찰 조사로 결국에는 넥슨 대표에게서 거저 받았다는 게 드러나자 진 씨는 잘못한 것이 발각될까봐 거짓말했다는 투의 자백서를 냈지만 그나마 자지가 받게 될 처벌을 가볍게 해보려는 잔 수작이라는 의혹마저 받고 있다. 검사장이 감방 죄수로 둔갑한 배경이다. 또 한국 공직자중 가장 부자라는 우병우 민정수석이 자기 재산신고에 있어서 비리가 있었는가도 보도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과 비교해볼 때 대한민국의 부패는 금메달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맥도넬 버지니아 전 주지사와 그 부인이 어떤 실업인으로부터 챙겼다는 액수가 고작해야 15만불 정도인 것과 진 씨의 1,000만불 뇌물을 대조해보면 된다.

불완전한 인간사회라 미국이라고 법관들의 부패사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빈도와 액수에 있어서 큰 차이가 난다.
2012년 5월까지 연방대법원을 위시하여 연방항소법원 그리고 연방지방법원 판사들의 숫자는 3,294명인 것으로 집계된다. 탄핵소추가 되지 않는 한 종신직이기 때문에 그 숫자 밖에 안된다. 그중 탄핵된 판사는 15명이었고 상원에서 재판결과 소추된 수는 8명뿐이다. 그중 하나만 살펴보자. 알씨 헤이스팅스는 플로리다 주 출신으로 1936년생이다. 워싱턴DC의 하워드 대학을 졸업한 후 플로리다 A&M대학의 법대를 졸업한 헤이스팅스는 지미 카터에 의해 1979년에 플로리다 남부 소재 연방지방법원 판사로 임명된다. 임명된 지 불과 2년 만인 1981년에 헤이스팅스는 마피아 한파의 두형제들의 형량을 줄여주고 그들의 몰수된 재산을 돌려주는 판결을 내리는 대가로 15만불의 뇌물을 받았다는 죄목으로 기소된다. 그러나 1983년 그의 형사재판 때에는 그의 법대 동창으로 공범이었던 사람이 증언을 거부하는 바람에 공범은 감옥에 갔지만 헤이스팅스는 배심원으로부터 무죄 평결을 받았다. 1988년에 그는 연방하원에서 뇌물수수와 위증죄로 탄핵받는다. 그리고 바로 다음해에는 연방 상원에서 69대 26으로 유죄판결 받아 미국 역사상 여섯 번째로 해임되는 불명예를 당했다.

그러나 헤이스팅스는 상원의 소추 결정문에 그가 다시는 공직에 오르지 못한다는 제한이 없었던 것을 철저히 활용한다.
그가 민주당 우세지역에서 출마해서 연방하원의원에 당선된 것이 1992년이었다. 그 후에도 여러차례 그에 대한 도전이 있었지만 매 2년마다 선거에서 승리해 현직 하원의원이다. 그 동안 성희롱했다는 고소사건의 대상이었지만 흐지부지되었고 보수계 시민단체에 의해 자신의 걸 프랜드를 지역 사무부국장으로 임명하여 4년 동안에 60만불이 넘는 연봉을 지불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민주주의는 선거에서만 이기면 되는 우중정치라는 단적인 예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능성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남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