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목사가 함생주의에 따른 목회와 사회 구원을 설명하고 있다.
교회를 개척한 전도사가 동네 도넛 가게를 찾아가 주인에게 인사를 건넸다. 주인은 전도사를 훑어보고는 말했다. “머리도 좋아 보이는 사람이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요? 교회 해봐야 고생만 할 텐데 그만 둬요.” 그리고는 돌아서는 전도사의 뒤통수에 한 마디를 더했다. “골이 비었지…”
순간 화가 치솟았지만 요동치는 심정을 진정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 가슴 깊숙한 곳에서 소리가 울려 왔다. “그럼, 너의 골을 갖고 목회하려고 했느냐?” 그날 이후 신앙 원칙은 ‘예수님처럼’이 됐다. 전도사는 목사가 되고 40년이 돼가도록 하나님이 깨우쳐 준 교훈을 잊지 않고 산다.
“예수님처럼 기도하고, 예수님처럼 생각하고, 예수님처럼 목회하려고 애썼습니다. 지금도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라는 게 저의 기본원칙입니다. 화가 나도, 일이 안 됐을 때도, 즐거울 때도, 보람을 느낄 때도, 저 자신에게 묻습니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하고요.”
이정근 목사는 교계는 물론 언론계와 사회 여러 분야에서도 원로의 존경을 받는다. 지난 1972년 미국에 온 이후 이민교회는 물론 한인사회의 일원으로 기쁨과 아픔을 고스란히 나눴다. 유니온교회를 개척해 30년간 이끌었고 30여 권의 책을 저술하면서 고국에서도 그의 글과 어록은 자주 주목을 끌었을 정도다.
이 목사는 ‘함생 신학’과 ‘함생 목회’를 강조한다. ‘함생’은 그가 만들어 낸 단어다. ‘함께 산다’는 순수 우리말 뜻과 함께 ‘함생(咸生)이라는 한자어 의미를 모두 내포하고 있다.
“모두 사는 것, 함께 사는 것, 끝까지 사는 것, 온전히 사는 것, 그리고 남을 살리는 것이 핵심내용입니다. ‘공생’이나 ‘상생’과의 공통점도 있지만 차이점도 있습니다. 예수님을 죽이려 할 때 바리새인과 사두개인은 서로 상생했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이 모든 과정을 통해 구원 사역을 이루셨죠. 진정한 함생을 보여 주신 겁니다.”
이 목사는 함생주의가 목회와 신학에만 쓰이는 전문적 용어가 아니라 인류의 사상과 문명 전체를 포괄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함생사상을 통해 남북통일을 이뤄야 하고 사회적 갈등과 지구촌 분란을 치유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교회생활 초기에 ‘알곡은 모아 곳간에 들이고’라는 성경 구절에 큰 은혜를 받고 거듭 나는 체험을 했다. 알곡은 바로 생명인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의 주인으로 삼는 결단으로 이해했다.
“‘땅에 떨어져 죽는 한 알의 밀’이 돼야 한다는 단순한 믿음으로 목회를 해 왔습니다. 목회의 초점은 개인영혼 구원론이 일차적이고, 사회구원론 혹은 하나님 나라 도래 곧 사랑나라 건설이 궁극적 목표였습니다. 이것이 합하여 함생목회론을 이룹니다.”
이 목사는 ‘다양한 일치’ (diversity in unity)라는 시각을 강조했다. 스스로 평신도생활과 교역자 생활, 한국과 미국의 생활, 아시아적 전통과 서구적 문화 체험, 세속 직장과 목회활동, 보수복음주의 신학교육과 진보자유주의 신학교육, 불교와 기독교, 다양한 교단의 이해 등 다채로운 분야의 경험과 연구가 삶과 목회의 바탕이 됐다는 것이다.
“목회 내내 ‘신학 있는 목회, 목회 있는 신학’을 마음 깊이 새기고 지냈습니다. 물론 신학과 목회 모두 제대로 못했다는 반성도 있지요. 그래도 목회현장에서 신학을 했기에 공리공론에 빠지는 사변적 신학에 매몰되지 않았습니다. 또 신학과는 아무 관계없이 단순한 체험이나 자기의 상식으로만 목회하지 않았습니다. 신학을 깊이 연구한 뒤에는 상식으로 목회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이론적신학과 단편적 상식이나 체험에서 얻은 지혜가 함생하는 목회입니다.”
이 목사는 최근 함생목회론을 담은 책을 써냈다. ‘목회자의 최고 표준 예수 그리스도’라는 제목을 달았다. 후배 목사들이 목회와생활의 참고서로 사용하기 충분할 만큼 그의 지혜와 체험, 노하우가 온전히 녹아들어있다.
“예수 그리스도를 목회자의 최고 표준으로 모시고 목회했던 몸부림의 기록입니다. 사역의 모든 국면 국면마다 그리스도 예수께서는 어떻게 하실 것인가를 생각하며 사역했습니다. 성경과 교회사의 모든 사역의 사례, 현대의 글로벌 사역들의 사례를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의 틀로 다시 생각했어요. 목회현장에서 지혜로운 적용을 위해 사색하고 고민하고 실험했던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이 목사는 오늘날 교회와 목회 현장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실종됐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참 교회가 되려면 하나님 나라의 통치가 회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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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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