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도 바울, 아테네의 아레오바고 광장서 예수 부활의 메시지 전해
▶ 파르테논신전, 6세기에는 기독교회 15세기에는 이슬람 사원 이용
아테네의 아레오바고에서 아테네 시민들을 향해 복음을 전하는 목회자들,왼쪽부터 박상일, 이성호, 김홍기 목사. 뒷편에 아크로폴리스가 보인다.
밧모섬에서 낮 시간을 보내고 아테네로 향하는 배를 타기 위해 저녁 늦게 부둣가로 갔다. 배 안 침대 칸에서 잠을 자며 여행을 한다는 말을 들으니 처음이라 궁금한 것이 많았다. 아니나 다를까 시간이 되어 저 만치에서 다가오는 웅장한 여객선을 바라보는 데 여러 곳에서 탄성이 들려온다.
더욱 놀란 것은 이 배를 한국서 만들었다고 하는 가이드의 말을 들으니 괜히 기분도 흐믓하다. 배 안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어느 층에서 내려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가 겨우 방을 찾아 들어가니 하룻밤 묵어가기에는 괜찮은 깨끗한 객실이 눈에 들어온다.
얼마가 지났을까 눈을 뜨니 새벽이라는 생각에 룸메이트 목사님과 갑판으로 올라가니 어둠 속에 보이는 것은 망망대해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멀리 에게해 동편 멀리서 떠오르는 해 구경을 하다가 아래층으로 내려와 보니 사람들이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아테네에 도착한 것이다.
1) 아테네: 바위산 위의 신전들
아테네의 명물은 단연 아크로폴리스다. 높은 정상이란 뜻의 희랍어 아크로와 도시라는 뜻의 폴리스의 합성어에서 온 아클로폴리스는 다른 곳에도 많이 있는데 여기 아테네 것은 해발 500피트 정도인 바위산이다.
산 정상에서 보면 아테네 시는 물론 멀리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지형적 특성 때문에 선사시대 때부터 사람들이 여기에 살았고, 특히 왕족들의 거처로 이용되면서 바위산 주변에 벽을 쌓은 적도 있다고 한다.
아클로폴리스가 종교적인 의미를 갖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8세기경이며,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지혜의 여신 아데나를 위한 신전이 세워진 적도 있었고, 후에는 여러 다른 신과 여신, 전쟁 영웅 및 악령 들을 모시기 위한 신전 및 기념 구조물도 세워지는데 기원전 480년 페르시아군의 방화로 잿더미가 된다.
현재 남아 있는 유적들은 수십 년 후 페르시아와의 전쟁 승리를 기념하기 아테네 정치가요 전쟁 영웅인 페리클레스가 당시 주변 동맹국들의 금고자금을 이용해 건축을 지시해 가능했다고 한다.
비록 현재는 볼품없는 바위기둥들과 부서진 조각들이 여기저기 뒹굴고 있기에 그냥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약간 여유를 가지고 남아 있는 구조물들 구석구석을 살피는 정성과 상상력을 할애한다면, 눈앞에 보이는 것들이 단순한 돌들이 아니라 고대 희랍인들, 아니 하나님이 인간들에게 부여해 주신 창조적 상상력의 최고산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늘을 찌르듯 서 있는 신전의 돌기둥, 벽에 장식된 여러 문양들, 원형 경기장의 여러 선과 원의 조화, 심지어는 머리 잘린 군인의 몸둥이 조각에서 풍겨나는 장수의 기상 등이 당시 희랍인들이 가졌던 정신이었을 것이다.
고대 그리이스인들은 동네마다 다른 신을 모셨고 저마다 신전을 산 주변에 세웠다. 그 예로 고린도 아크로폴리스 아래에는 아폴로신전이 있는 것을 보았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는 승리의 신인 나이키 신전, 신화적 인물을 기리는 에렉테이온 신전, 풍요의 신 아르테미스 신전, 파르테논 신전 등이 있다.
이 중 우리에게 잘 알려진 파르테논 신전은 아테네의 수호자 아테나 여신에게 바쳐진 신전이다. 오늘날 유네스코의 로고가 파르테논 신전의 모양을 따서 만들었다는 사실은 바로 파르테논 신전의 문화재적 가치가 세계 최고임을 말해 준다.
파르테논 신전이 건축되면서 조각가 페이디아스는 신전내 아테나 성소에 금과 상아로 만든 아테나 여신상을 안치했는데 로마제국시대에 없어졌다고 한다. 당시 그리이스인들은 전쟁 등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신전을 찾아가 제사를 드리고 제사장을 통해 앞 날의 갈 길에 대한 신탁안내를 받았다고 한다.
그 후 시간이 지나면서 파르테논 신전은 6세기에는 기독교의 교회로, 15세기에는 이슬람의 사원으로 이용되다가, 17세기 오스만터키가 베네치아와 전쟁 중 신전 안에 둔 화약고가 폭발하면서 신전의 지붕이 날아가고 건물 중심부가 파괴되었다고 한다. 19세기 초 그 속에 남아 있던 조각품 상당수가 영국 귀족에 팔리어 현재 대영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아크로폴리스내 파르테논 북쪽에 위치한 에렉테이온 신전: 사진 오른쪽 끝으로 여인들이 머리로 발코니를 지탱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가장 용감한 건축물로 평가받는다.
2) 바울의 아레오바고 설교
아테네 아크로폴리스를 내려오며 정문을 나와 서쪽으로 몇 분 걸으니 작은 바위 언덕이 보인다. 현지 가이드 김집사님은 우리 일행에게 올라 가봐야 볼 게 없고 바위에 오르다 다칠 수 있으니 그 앞에서 단체 사진이나 찍고 다음 장소로 이동할 것을 명했지만, 나와 몇 사람은 일행의 눈총을 받으면서까지 바위언덕 오르기를 고집했다.
특별히 나는 그곳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한국에서 다니던 신학교 캠퍼스 한 가운데 “아레오바고” 광장이 있었기에 너무나 그 지명이 생생했고, 더 중요한 것은 그 자리가 사도바울의 설교지로 중요하게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바울이 도착할 당시 아테네는 로마제국의 지배하에 있었지만 그 전 수백 년간 아테네에서 꽃펴온 민주주의식 토론 및 지식인들 간의 철학 논쟁의 전통은 아직도 활발히 유지되고 있었을 것이다.
아레오바고는 아테네 시의회가 열리는 곳이며 이곳에서 흉악범들의 재판이 있었다고 하니 유명한 법관 지식인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사도행전(17:10)에 의하면 바울은 2차 선교여행 중 베뢰아에서 너그러운 이들을 만나 무난한 날을 보낸다. 그러나 데살로니아에서 훼방꾼들이 몰려오자 급히 배를 타고 아테네로 몸을 옮긴다.
혼자 몸으로 아테네 거리를 다니던 바울이 우상들에 가득한 것을 보며 장터에서, 유대인들 회당에서 논쟁을 하게 된다. 일찍이 고향 다소에서 배운 수사학과 희랍철학, 예루살렘 가마리엘 선생에게 배운 율법 지식이 이들과의 논쟁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겠지만, 바울 메시지의 핵심은 예수와 부활에 있었다.
결국 현지 지식인들의 눈에 바울은 “이상한 것”을 전하는 ‘말쟁이’정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것에 늘 관심과 호기심을 가진 아테네 시민들의 지적 궁금증은 결국 바울을 아레오바고 광장에 바윗돌 위에 서게 하였고, 바울은 복음을 전할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된다.
“아덴 사람들아 너희를 보니 범사에 종교성이 많도다. 내가 두루 다니며 너희가 위하는 것들을 보다가 ‘알지 못하는 신에게‘ 라고 새긴 단도 보았으니 그런즉 너희가 알지 못하고 위하는 그것을 내가 너희에게 알게 하리라.” (행17:22-23)
이때 복음을 영접한 몇 사람 중 하나인 아레오바고 관리 디오누시오는 그의 가족과 함께 바울에게서 그날 세례를 받았고, 오늘날 그리이스 인구의 98%를 차지하는 정교회의 설립자가 된 셈이다.
나중에 기독교 박해기간 중에 순교하였고, 아테네 및 법관들의 수호성인으로 그리이스 정교회에서 성인으로 추대되었다고 한다. 기록에 의하면 디오누시오는 그 일이 있기 몇 년 전 이집트 방문길에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시던 첫 성금요일 낮 하늘이 어두워지는 것을 눈으로 목격하면서 이는 “하나님이 고난을 당하시는 것이거나 아니면 세상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고 한다. 한 사람 바울이 복음을 들고 한 사람 디오누시오를 변화시키니 한 나라의 전체의 역사가 바뀐 셈이다.
사진 설명
그리스 아테네의 명물 아크로 폴리스 전경. 해발 500피트 정도의 바위산에 위치하고있다.
복구중인 파르테논 신전.어려움 있을때 신전을 찾아 제사를 지냈다.
아크로폴리스내 파르테논 북쪽에 위치한 에렉테이온 신전: 사진 오른쪽 끝으로 여인들이 머리로 발코니를 지탱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가장 용감한 건축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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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일 목사/버클리 연합신학대학원 교수. 버클리 새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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