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티 선교 후 인생의 변화 ...낮은 자의 모습으로 섬길 것”
■ 사제 서품을 받은 소감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쁩니다. 예수님의 사제로서 성사 집행을 통해서 주님의 은총이 세상에 퍼지도록 특별한 도구로 저를 쓰시니, 아직도 제가 신부가 되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또 제가 사제서품을 받은 5월 21일이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날은 제 사제서품 날, 제 33번째 생일(33은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나이입니다) 그리고) 크리스토퍼 마가야네스 성인의 축일이기도 합니다. 크리스토퍼 성인 축일에, 33세의 생일에, 신부로서 다시 태어났으니, 제가 주님의 사제로 불렸다는 이보다 더 확실한 표증이 어디 있겠습니까?
■미국에서 사제가 되는 과정은?.
▶고등학교를 마치고 신학교를 들어오면, 철학 4년 과정, 신학 4년 과정해서 총 8년이 걸립니다. 대학교를 마치고 들어오면, 철학 2년, 신학 4년 해서 총 6년이 걸립니다. 교구에 따라서는 사목실습 1년이 더해질 수 있는데, 이러면 각각 9년, 7년이 걸립니다. 이런 사제 양성 과정은 크게 인성, 영성, 학문, 사목 교육 등으로 세분화 될 수 있습니다.
■최고 명문대학을 나와 한때는 람보르기니를 사고 싶어 할 정도로 전형적으로 세상적인 사람에서 신부가 된 직접적인 계기는?
▶UCLA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MIT에서 Brain-Machine Interface쪽 연구를 하며 기계공학 석사를 받았습니다. 그러고, Accenture라는 컨설팅 회사의 보스턴 지사에서 2년 정도 일을 했습니다. 좋은 교육을 받고 대기업에서 일을 했지만, 아무리 돈이 많아도, 나보다 더 잘난 사람들 앞에서는 내가 불행하다고 여겨졌습니다.
인생의 끝에 찾아올 죽음 앞에서 삶이 허망해 보였습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번들, 아무리 큰 명예를 얻든, 죽고 나면 내가 가지고 갈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왜 굳이 이 힘든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2010년에 아이티에 큰 지진이 났었을 때, 보스톤 한인 성당에서 아이티로 선교 활동을 10일 정도 갔습니다. 이 여행이 제 인생을 바꿨습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의 얼굴의 미소가 제겐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9개를 가졌지만 1개를 못 가져서 아둥바둥 살고 있는 저의 모습을 봤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1개를 가져도 그것에 감사하니, 이들이 저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행복은 그 근원이 돈을 떠난 다른 것에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죽어가는 한 아기에게 밥을 먹이면서, 나도 아이티에서 이 아기 처럼 고아로, 큰 병을 가지고 태어났을 수 도 있었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원해서 한국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니까요. 내가 가진 것들이 내가 잘나서 내 것인 줄 알았는데, 모든 것이 주님의 선물이라는 것을 그 순간 뼈저리게 느끼게 되고, 이를 나눠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션 트립이 끝날 즈음에 같이 일했던 한 수사님께 질문을 했습니다.
“당신은 20세 정도 밖에 안 되었는데, 이 고아원과 양로원에서 평생 일할 것인가요? 대학가서 공부하고, 성공하는 삶은 꿈꾸지 않았나요?” 이 때, 이 수사님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하느님은 제게 생명을 주셨습니다. 저는 이 생명을 하느님께 다시 되돌려 드리는 것뿐입니다. 이 아이티의 가난한 이웃을 돌보며 말입니다.”
어떻게 20세 밖에 안 된 앳된 얼굴의 아이티 수사님이 이렇게 고결한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전 또다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남을 위해 희생하는 수사님의 삶이 너무나 아름답고 거룩했습니다. 그 순간 알았습니다. 나도 이런 수사님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을… 아이티 미션트립 후 3개월 후에 보스톤 성 요한 신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반대한 부모님의 설득과정은?
▶부모님은 처음부터 반대를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이제는 좋아하시지만, 어머니는 아직도 아들이 신부가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십니다. 신학교 6년 동안, “난 왜 부모님이 이렇게 반대하는 데 신부가 되어야 하는가?” 이 질문을 수 없이 했습니다. 항상 같은 답이 내안에 있었습니다. “그렇지, 하느님이 나를 부르셨으니, 그 분께 응답해야지.”
■가장 기쁘고 보람됐던 에피소드는?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보람됩니다. 왜냐면 매일 예수님의 도구로서 살고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며칠 전에는 임종을 앞둔 노인께 고해성사, 병자성사, 노자성체, 또 임종 전대사를 주며, 이 세상의 끝을 맞이하는 이 신자에게 교회가 베풀 수 있는 모든 하늘의 은총을 주었습니다. 이 할아버지는 그 다음날 돌아가셨습니다.
성사의 은총을 통해 이 할아버지의 영혼은 눈보다 더 희게 되었으니, 지금 주님의 품안에서 천국에 계실 것이라는 굳건한 희망이 제겐 있습니다. 예수님이 세우시고 사제들에게 맡기신 성사들을 집전하니, 사제로서 어느 한 인간이 천국의 삶을 준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 제겐 이 보다 더 보람된 삶은 없습니다.
■사제직을 통해 평생에 품은 소망이 있다면?
▶저를 통해 이루시려는 하느님의 뜻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제 욕심, 제 계획을 버리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성모님처럼 낮은 자의 모습으로 살고 싶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
박성준 지국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