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무렵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좋은 집안에서 곱게 자란 한 처녀가 학교를 졸업한 후 믿음직한 청년을 만나 결혼을 하였다.
신랑은 군 복무중이였는데 신혼 몇 달만에 몬트레이의 사령부근무를 마치고 배속된 곳이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 위치한 특수전 훈련소 교관 직책이었다. 새댁은 남편을 따라 그곳으로 이사를 갔는데 가서보니 숙소라는 것이 통나무 집인데 주거 환경이 말이 아니다.
태양은 매일매일 불덩이를 매달아 놓은 것처럼 지글거리지, 응달이라도 밖의 온도는 항상 화씨120도를 넘고, 게다가 오후에는 어김없이 부는 뜨거운 흙먼지 바람 때문에 집안 살림살이는 물론 사람 콧구멍 속까지 모래투성이다. 게다가 남편은 종일토록 전투훈련에 참가해야 했는데 혼자 오두막집에 남아있는 새댁은 우선 말상대가 없어서 미칠 지경이었다. 이웃에 사는 사람들도 고작 인디언과 멕시칸뿐인데 그들과 영어가 통하는 것도 아니고 또 어울릴 일도 없다. 새댁은 스스로 생각해도 자기의 신세가 너무나 처량하고 비참하다고 생각되어 친정집으로 편지를 보냈다.
“이곳은 사람 살 곳이 못됩니다. 차라리 감옥도 이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남편이 이곳의 근무를 마칠 때까지 친정에 가 있으면 합니다.” 이 편지를 받고 친정 부모들이 당장 “우리 딸아, 사정이 그렇다면 어서 친정으로 오너라”라는 답장이 올 줄 알았지만 정작 친정아버지로부터 온 회답은 단 두 줄의 글귀였다. “ 두 사나이가 감옥의 창밖을 내다보았다. 한 사람은 진흙탕을, 또 다른 한 사람은 별을 바라보았다.”
새댁은 이 글을 읽고 또 읽으면서 마음속에 강하게 와서 닿는 그 무엇을 느꼈다. “나는 지금까지 진흙탕만 보았구나! 내가 왜 반짝이는 별을 보지 못하였을까?” 그래서 새댁은 현재의 상태에서 무엇인가 좋은 점을 찾아내려고 맘을 먹었다. 별을 쳐다보는 생활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다음부터 이웃 인디언 주민들과 친구가 되어 손짓 발짓으로 의사를 전달하면서 집안일을 거들어주고, 시간 시간마다 동네아이들을 돌보고 때로는 학습까지 지도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리고 혹간 마을 주민과 군부대 간에 협조해야할 사항이 생기면 통역으로 자원하여 주민들의 편리를 도모하기도 하였다.
언젠가는 이웃 어린아이가 갑자기 온몸에 불덩이 같이 열이 올라 의식을 잃자 당황한 아이 어머니는 한 밤중에 새댁의 숙소를 두들겼고, 새댁은 맨발로 뛰다시피 아이를 안고 군 의무대에 뛰어가서 구급진료를 받은 적도 있었다. 새댁은 이제 이 지역 원주민들의 귀중한 친구가 된 것이다.
이렇게 지역 인디언들 속에 들어가 생활을 하다보니 그들에 토산품인 편물이나 도자기들에 눈을 뜨게 되었다. 결코 윤택하지는 않지만 신비감 어린 색상, 소박한 디자인, 그리고 무어라고 집어 설명할 수 없지만 작품 하나하나가 주는 분위기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이다. 새댁이 이곳 토산 공예품에 관심을 갖게 되니까 동네 인디언들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자기들만의 공정과정을 보여주기도 하였고 여행자들에게는 팔지 않는 소중한 작품들을 선물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새댁은 틈틈이 사막의 식물과 동물 그리고 토질등을 관찰하고 연구하였다. 새댁은 남편이 그곳에서 근무하던 2년 남짓의 기간 동안을 자기일생에서 가장 즐겁고 값진 추억으로 간직하게 된 것이다.
무엇이 새댁으로 하여금 감옥보다도 못하다고 느끼던 곳을 즐거운 추억의 장소로 바꾸게 만들었을까. 그것은 자신이 변하였기 때문이다. 지글거리는 사막의 태양도, 흙먼지 바람도, 인디언도 모두가 그대로였지만 자신의 마음가짐이 달라지니까 세상이 달라진 것이다. 그래서 새댁은 아버지에게 편지를 썼다. “나는 내 자신이 만든 감옥에서 마음의 창문을 통하여 아름다운 별을 찾았습니다. 아빠 감사해요.”
위는 델마 톰슨(Thelma Thomson)이라는 여류작가가 자기 경험을 소재로 쓴 책 <빛나는 성벽Bright Rampart>에서 간추린 내용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다보면 잘 나가는듯 싶다가도 어려움에 처할 때가 있고, 고작 이것이 내 인생인가 싶어 스스로 비참하다고 느낄 때도 종종 있다. 그러나 어려움과 시련이 바로 축복의 통로라는 것을 필자는 지금까지 많이 보고 경험하였다.
어떤 처지에 있더라도 밑바닥을 보며 좌절하느냐 아니면 별을 보며 희망을 갖느냐는 본인의 선택이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는 그의 저서 <열등감의 심리학>에서 “인간에게 가장 놀라운 특성의 하나는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바꾸는 힘”이라고 설파한바 있다. 맞는 말이다. 필자는 여기에 동의한다.
<
김정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