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2일에 우리 부부와 교우들 다섯명 ,이렇게 일곱명이 벼르고 벼르던 북 유럽 일곱 나라를 크루즈로 다녀왔다. 4년전 지중해 연안을 다녀온 후 처음이다. 이번 우리가 타고간 크루즈는 2014년에 완공된 배인데 그 크기가 세계에서 가장 큰 배라고 했다. 배 이름은 ‘리갈’이라고 프린세스 라인에 속한 배였다. 겉 모양도 으리으리하게 컸지만 그 안은 초호화판이었다. 말하자면 바다 위에 떠있는 하나의 궁전이었다.
4200명이 넘는 손님들과 1500가량의 직원들까지 합쳐 거의 6000명의 사람들이 탄 대형 선박이었다. 우리 일행이 스칸디나비아 비행기를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타고 열시간도 넘게 걸려 덴마크의 코펜하겐에 도착한 것은 다음날 오후 3시경이었다. 코펜하겐의 인구는 약 559천명에 육박한다고 했다.
날씨는 바람이 불고 음산했다. 배를 타는 날이 다음날이어서 우선 아담한 호텔에 여장을 풀고 우리들은 거리 구경에 나섰다. 거리를 걷다가 수퍼마켓에 들어가보니 과일과 채소등이 신선해 보이지 않았고 어딘가 깔끔하다는 인상도 없었다.
비행기 안에서 먹은 음식이 흡족치 않아 출출하던 참에 우리들은 태국 음식점 간판을 보고 무조건 그곳으로 들어갔다. 볶음밥과 음식 두어가지를 시켰는데 그런대로 먹을만했다.
다음날 아침 식당으로 내려가보니까 아침밥은 생각보다 잘 차려 나왔다. 여러가지 햄 종류의 고기와 신선해 보이는 치즈들과 각양각색의 빵들이 이채로웠다. 덴마크는 이전부터 낙농이 발달되어서 치즈나 햄, 신선한 우유나 요거트등이 흔한 나라다.
아침 나절 시간이 좀 있어서 우리들은 관광용 버스를 타고 시내를 돌아다녔다. 시내 가운데 운하들이 있고 다리들이 많이 보여서 운치가 있었다. 그러나 코펜하겐은 북구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좀 어두워 보여서 혹시 내내 비가 내리고 음울한 날씨 탓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부두에 가보니 배는 이미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거대한 위용에 입이 딱 벌어졌다. 우리 부부가 묵을 방은 14층에 있었고 또 일행 중 두명이 같은 층에 방이 배정되었다. 다른 세명은 11층이었다. 짐을 푼 후 우리들은 배 구경에 나섰다. 17층까지 있는 배라 건물로 쳐도 그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배 둘레를 두어번만 돌아도 거리가 1마일 이상이 될 것 같았다.
저녁은 날마다 근사한 정통 고급 식당에서 적어도 6코스로 된 음식만 먹었다. 말하자면 에프타이저, 스타트, 스프, 살라드, 메인코스 그리고 디저트였다. 우리는 주로 해물 요리를 시켰다.
이번 여행에서 랍스터며 왕새우, 왕게, 소라를 실컷 먹었다. 저녁을 먹는 식당은 옛날처럼 성장은 안해도 그래도 옷을 좀 신경써서 입고 가야했다. 그곳에 우리 일행이 갈 때마다 웨이터들이 “넌 이 세상에서 가장 복많은 사람이야”라고 내 남편을 놀려댔다.
“그런데 그 중에서 누구를 골라야 하나 하는 것이 늘 문제거든” 남편은 이렇게 익살을 떨었다. 미국 남자 한사람이 여섯명의 동양 여자들을 끌고 다닌다는 것이 그 사람들에겐 좀 기이했던 모양이다.
디음날은 노르웨이의 오슬로를 또 버스를 타고 시내 관광을 했다. 역시 비가 오는 날인데도 시내는 깨끗했고 모던한 건물들이 이 오슬로가 부유한 도시임을 입증했다. 간간히 오래된 유서 깊은 건물들이 끼어있어서 색다른 맛을 냈다. 노르웨이와 스웨덴이 북구에선 가장 복지 시설과 국민들의 인컴이 높다고 들었다.
이곳에 온지 사흘째인데 매일 비만 오고 있어서 늘 활짝 개인 청명한 날씨에 길들여진 우리들은 캘리포니아가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에서 하루 쉬고 다음날은 서독의 록스톱이란 곳에서 내렸다.
이곳은 조금만 가면 동독땅이다. 배를타고 운하를 둘러보는데 물 옆의 집들이 그림 같았다. 집값이 웬만한 것은 미국돈 백만불이 넘었다. 부자들이 살고 있는 동네라고 했다. 배를 내리고 비를 맞으며 맥주를 만드는 공장도 둘러보았다. 프릿츨이라고 소금을 넣은 짭짤한 빵도 얻어먹었다.
동네를 둘러보는데 쎄인트 피터라는 큰 성당도 들어가 보았는데, 아이러닉한 것은 2차대전 때 이곳 성당에 있던 보물들을 옆 동네에 있던 ‘세인트 마리’라는 다른 성당으로 피신시켰는데 공교롭게 그 성당은 불타고 이곳 세인트 피터는 멀쩡했다는 것이다.
비를 맞으며 하루 종일 돌아다녀서 춥고 배 고프고 나중에는 구경도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크루즈 여행의 묘미는 배 밖으로 나갔다 들어오면 배안에 부페식으로 온갖 음식들이 잘 차려져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큰 위안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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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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