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부분의 나라에서 개를 비롯하여 애완동물(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다. 대형 마트에 가면 동물을 위한 다양한 먹이와 영양제, 놀이기구 및 각종 용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반려동물과 관련된 산업의 시장 규모가 날로 커진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돈 욕심에 강제 교배로 1년에 서너 번 씩 새끼를 낳게 하는 열악한 환경의 강아지 번식장이나, 기르다 내다버린 유기견이나 고양이들의 불쌍하고 가여운 모습들이 언론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우리는 지금 동물들과의 삶이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된 시대를 살고 있다. 이제는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동물을 썩 좋아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동물에 대한 에티켓’이나 동물의 권리(權利)에 대하여 나름 생각을 정리하며 살 때가 아닌가 한다. 동물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더 이상 개인의 취향에 의존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가정에서 개는 가족의 구성원으로 자리를 잡았고, 우리의 사회에서 동물들은 동물에 대한 에티켓, 동물권’(動物權), 동물과의 관계 설정 등에 대하여 사회적 기준이 요구되는 공공(公共)의 영역이 되었다.
요즘 한인이나 미국인 분들을 보면 형식을 갖추어 가족사진을 찍을 때 대개 개나 고양이를 포함하여 촬영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책을 구입해 보면 미국인 저자가 자기를 소개 할때 가족과 함께 집에서 기르는 개나 고양이의 이름도 함께 소개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교회의 형제님 한 분은 한국 토종 멋진 풍산개와 기품 있어 보이는 골든레트리버(Golden Retriever)를 정말 자식처럼 기르고 돌보며 감정 교류하고 기쁨과 보람을 느끼며 산다.
가끔 “개도 천국에 갈 수 있느냐?”라는 질문이 언론에 화제가 된다. 이에 대하여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 개유불성(皆有佛性) 곧 모든 것에 불성(佛性)이 있다고 주장하는 불교에서도, 한 승려가 조주 스님에게 “개도 불성이 있습니까?” 하고 묻자 “없다”와 “있다”로 대답한 것으로 보아 개가 극락(極樂) 갈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하여 여러 생각이 있는 듯하다. 그런가하면 <보물섬>의 작가 스티븐슨은 '천국에는 개가 없을 거라고? 내가 한 가지 가르쳐주지. 그들은 아마 우리보다 먼저 그 곳에 가 있을 걸'이라며 개의 천국을 긍정한다.
천주교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에 동물도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는 내용을 암시하는 발언을 하였고, 바오로 6세(재임 1963~1978) 교황은 강아지를 잃은 소년을 달래며 “천국은 하느님의 모든 피조물에 열려 있다, 언젠가 개를 천국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요한 바오로 2세(재임 1978~2005년) 교황도 “동물도 영혼이 있으며, 인간만큼 신과 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수적 가톨릭계와 대부분의 보수적인 기독교 교파에서는 “동물은 인간과 달리 영혼이 없기 때문에 천국에 갈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취한다.
사실 성경 어디에도 개가 천국 갈 수 있느냐 여부에 대한 말씀이 없다. 오히려 고대에 기록된 성경은 개에 대하여 경멸하고 무시하는 부정적 표현들이 나온다.(필립3:2, 요묵 22:15) 이는 하느님의 뜻이라기보다 개를 경시하던 고대인의 마음의 반영인 듯하다. 우리도 한 세대 전에는 개는 비하(卑下)와 경멸의 대상 이었다. 개가 들어가는 욕설, 좋지 않은 것에는 개살구나 개꿈처럼 접두어 ‘개’자를 붙이는 일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오로지 주인을 믿고 늘 주인을 처음 본 듯 반기고, 충직하게 주인을 따르는 개에게는 참 미안한 맘이 든다.
개도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가, 인간의 교만하고 무용(無用)하며 어리석은 질문이다. 개는 영혼이 없어서, 업식(業識) 때문에… 이 또한 옹색한 답이다. 개를 지으신 하느님이 어련히 하실 일이다. 동물들과의 삶이 우리 삶의 일부가 된 이 시대에 우리가 할 일은 함께 거룩하고 신비로운 생명을 지닌 동물에 대하여 존중하는 마음으로 에티켓을 지키고, 동물의 권리도 인정하며,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좋은 관계와 길을 열어 가는 일이다.
개도 천국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인가? 굳이 온갖 동식물로 가득한 에덴동산이나 늑대와 어린양이 함께 놀고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는(이사야 65;25) 새로운 세상에 대한 묵시(vision)를 들지 않더라도, 사람으로만 가득 찬 곳이 천국이라면 그 곳은 천국이 아닐 것이다. 온갖 새들과 풀과 나무와 꽃들, 개와 각양의 동물이 없는 곳이 천국이라면, “어찌 그런 곳을 천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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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석 성공회 워싱턴한인교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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