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우리나라 역사 가운데 쾌거의 한 토막을 자랑스럽게 기록해 둔다면 단연 반기문씨의 유엔사무총장 등극일 것이다. 190여개 회원국의 평화, 전쟁, 재난등 각종 사건들을 조율 조절하는 것이 유엔 사무총장의 직무이다. 이런 자리에 한국인 반기문씨가 지휘봉을 잡게 되었으니 우리 민족의 일대 경사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최근 반기문 총장이 국내를 두어 차례 드나들며 보여준 태도는 올바른 의식을 가지고 사는 많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도무지 전 세계적 업무를 관장하던 그가 애매모호한 태도로 한국의 대통령 출마여부를 궁금케 하는 그답지 못한 처신의 내심이 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바다를 헤엄치던 고래가 갑자기 좁은 시냇물에 뛰어들어 헤엄을 치려는 것 같기도 하고 과욕의 놀부가 패망의 박씨를 구하려는 듯한 반기문의 자살골 양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유엔 결의안에는 사무총장은 임기를 마친 후 어느 정부의 수반 또는 대통령직을 맡지 말아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 규정은 전문가 한 두 사람의 의견이 아닌 세계 각 참가국 대표들의 중의를 모아 채택한 조항이다. 이 조항은 비록 국내 실정법상의 효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제 관례상의 도덕적 구속력은 막강한 준수 의미를 지우고도 남음이 있는 것이다. ‘직후’라는 단어가 시간적 제한이나 일이년이란 한계를 넘어선 것임은 상식적 개념으로 판단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반기문 총장의 대통령 출마 시도는 누가봐도 유엔결의안 규정을 무시하려는 황당함이 느껴진다. 또 한국사람은 또다시 유엔 사무총장이 될 수 없다는 스탬프를 찍는 우를 범하는 도덕성의 반국가적 행위를 자행하는 꼴이 아닌가.
반기문씨가 관훈 클럽 토론회에서 애매모호한 발언으로 언론계는 물론 국민들까지도 진의를 종잡을 수 없게 만들어 놓고 떠난 것도 일단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정 대통령 출마할 의사가 있다면 국민 앞에 분명하게 의지를 털어 놓아야 예의가 아닌가.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세계적 지위를 누린 사람이니 한나라의 대통령쯤이야 땅 짚고 헤엄치기가 아닐까 하는 교만심을 가지고 국내 정치판을 떠보기와 흔들기로 농락해 본 것 만 같아 유감이다.
마땅히 대통령 될 의지가 있다면 유엔 결의안 준수여부 의지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무엇보다도 남북 통일문제, 핵문제 해결에 대한 구상을 밝혀야 한다. 정치 혁신문제, 어려움에 빠지고 있는 경제문제, 청년 실업문제, 부정부패 척결, 혼란의 극을 치닫고 있는 사회불안정 해소방안과 정치혁신의 대책 등을 국민들 앞에 내놓는 것이 수순일 것이다.
대한민국이 유엔 사무총장을 지냈다고 하는 사람의 놀이터가 될 수는 없다. 8년 동안의 해외근무를 마치고 국내로 들어와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사람이 친박의 줄이나 잡고 서서 특정지역 대망론으로 또 하나의 지역감정을 촉발시키려는 장본인임을 스스로 자처하려 들다니 대망론은 고사하고 반기문씨의 등장이 지역감정 국민분열이 더 악화하는거나 아닌지 걱정부터 앞선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이하 부정관)”는 전통속담이 있다. 자신을 유엔 사무총장으로 만들어 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참배는 까맣게 잊은 채 황급히 김종필을 찾아가 밀담을 나눈 그 모양새가 반기문의 자살골을 보는 것만 같다.
지난해부터 몇 차례 북한을 방문해 모종 효과를 보려다가 정식으로 공개퇴짜를 맞은 그 내막도 구구한 억측을 낳고 있다. 반 총장은 대한민국인 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의 앞에는 줄곳 세계 각국 언론부터 악평이 뒤따르고 있다. 주요 국제 현안을 한 것도 해결하지 못한 무능, 세계위험지역과 강대국들의 격론현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헛발질 사무총장, 까다로운 사건마다 요령부리고 피해 다닌 미끄러운 뱀장어 별명 등 이런 불명예스런 평가에 대한 명예회복과 반성에 몰두해야 한다. 국내에서 5년 이상 거주해야만 대통령 출마 자격을 갖는다는 규정이 있다. 이 규정을 어떤 요령과 핑계로 모면해 나갈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대한민국 어느 한 지방에서 대통령이 아니고 어느 도 출신이건 대한민국 국민이면 됐지...
아무래도 반기문씨는 스탠스를 잘못 잡은 것 같다. 자기의 임기 말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게 해 달라고 계속해서 호소하고 있다. 유종의 미는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누가 유종의 미를 대신해 줄 수 있겠나. 반총장이야말로 복잡다단한 국내실정을 깊이 관찰해 보고 스스로가 대권을 감당할 수 있는지부터 양심적으로 검토해 보는 것이 우선 과제일 것이다. 유엔 사무총장이면 세계최고의 자리다. 더 이상의 성취를 꿈꾸는 것은 한낱 그 과욕 자체임을 알아야 한다고 충고해 두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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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자유광장 상임대표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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