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는 인생살이에 있어서 속단(速斷)이 위험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게 된 경험을 했다. 그 경위를 설명하자면 좀 복잡하다. 나의 가는귀 먹어가는 현상 때문인지 또는 알러지 두통으로 “아이구 머리야”를 20,30십분 간격으로 읊조리는 탓에 밤잠을 설쳤던 때문인지 아침에 소파에 누워 깊은 잠에 빠졌던 나는 아내의 부르는 소리를 전혀 못들었다.
아내는 수영장 덮개를 치우자고 날 불렀으나 답이 없자 워낙 성질이 급한 사람이라 그 무거운 것을 끙끙거리며 거두어 치웠다는 것이다. 그러니 허리를 삐끗할 수밖에 월요일과 화요일 애드빌을 두 알씩 몇 시간 간격으로 먹었지만 허리만이 아니라 다리까지 아파 걷기조차 어려워진 수요일에는 가족의사인 K씨에게 아내가 다급하게 전화를 했다. 당시에 나는 고객을 만나고 있어 K닥터에게 갈수 없다고 하니까 그가 약국에 처방전을 보내 코티손 종류의 약을 조제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단다.
여섯시쯤 CVS약국에 가서 약을 찾으려 했더니 의사의 전화가 전혀 없었다는 이야기를 두 직원에게서 들었다. 아내의 통증이 점점 심해져서 여호와의 증인 회중의 주중집회마저 못가 기분이 좋을리 없었다. K씨가 전화를 걸지 않은 것이라고 아내와 함께 결론을 내리고 그가 고등학교 후배니까 목요일에는 전화를 걸어 좀 따져보아야겠다고 까지 생각했었다. 내가 집회에 참석하고 열시쯤 오니까 아내는 CVS에서 8시 30분경 전화가 와서 약을 찾아가라고 했다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우리들은 Dr. 권에게 항의 안하게 된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느낌을 가졌다. 그러나 다음날 약 찾으러 CVS에 가서는 항의를 할 작정을 했던 것은 아내가 애드빌에 사롱파스까지 허리부위에 붙였지만 너무나 고통스러워했기 때문이다.
목요일 아침 일찍 CVS에 가서 약을 찾은 다음 약국 매니저를 찾았다. 일면식(一面識)이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를 만나게 된 것은 금년 2월 우리가 30년 이상 다니던 힐란데일 약국이 문을 닫으면서 그 약국의 고객명단을 바로 길건너에 있는 CVS로 넘겼기 때문이었다. 이대섭씨와 이혜란씨 부부약사와는 가깝게 지냈었다. 이씨는 충남 나는 충북태생이라서 느린 어투와 사투리를 공유하고 시인겸 수필가이기도 한 이혜란씨는 한국일보 지면에서 자주 만났기 때문이다. 내 알러지 두통약 델데인과 탈모방지약물 로게인을 사러 드나들기 시작했었다. 그런데 셀데인이 부작용 때문에 생산이 중단되고 아무리 처발라도 보통사람이라면 10만개가 넘는다는 모발이 내게는 그십분지일 정도로 줄어든 판국에 로게인도 끊어 버렸지만 적어도 한 달에 한번 이상은 꼭 힐란데일 약국엔 들리곤 했었다. 그 이유는 세속적인데도 있었지만 영적인 측면도 있었다. 우리부부가 들리면 Mrs.이가 떡이나 케이크등 맛있는 것을 먹으라고 주는 재미가 삼삼했다. 우리부부가 매주 토요일마다 여호와의 증인 자진봉사 전도활동에 참여하는바 무료로 배부하는 파수대와 깨어라를 가지고 약국에 들르면 한 달에 한 번씩 헌금궤에 집어넣으라고 5불짜리 지폐를 손수 내주던 분들이라 그 점이 새삼 아쉽다. 그 두 분이 은퇴했기 때문에 언젠가는 우리와 성서연구의 기회가 왔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가끔 생각된다.
CVS매니저는 조씨라는 젊은 한국여자다. 첫 번째 만났을 때 물어보니까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교의 약대 출신이란다. 약학분야도 Ph.D가 많으니까 아마도 Dr.조라고 불러야 될 것으로 생각된다. 좌우간 수요일 6시경 약을 찾으러 왔더니 Dr.권에게서 전화가 없었다고 두 사람이나 주장하는 바람에 아내가 밤새도록 고생이 심했으니까 앞으로는 유의해달라고 점잖게 부탁했다. 그의 말인즉 약사는 자기와 또 하나뿐인데 그 다른 약사가 무슨일로 스트레스를 받아 기절해서 구급차로 실려가는 바람에 생긴 일 같다고 정중하게 해명한다. 그래서 Dr.권이 약속을 어겼을 것이라고 잠시 동안이나 속단한 것과 CVS에서 고의적으로 게으름을 피운 것이라고 속단했던 것이 얼마나 잘못이었던가를 절감하게 된다. ‘사람마다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하며 성내기도 더디하라(야고보1:19)’는 성서말씀을 실천에 옮기는데 더욱 발전을 보여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어떤 사안이던지 전체적인 진상을 파악하기 전에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변호사 MD, VA 301-622-6600>
<남선우 변호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