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월 3주차 개봉 영화 2편과 주요 영화 200자평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
◇ ‘우리들'(감독 윤가은)(★★★★)
이 영화가 돋보이는 지점은 특정 세대의 이야기를 모든 세대의 이야기로 확장하는 능력이다. 이 확장력을 단순히 연출력과 연관지을 수는 없다. 보려고 하는 것을 얼마나 세심하고 사려깊게‘관찰'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고, 결국 보아낸 것에서 어떤 감정들을 '추출'해낼 것인지의 문제다. 이런 면에서 윤가은 감독은 우리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연출가다.
◇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
최소한의 개연성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이미 이 영화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결론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관객이 예상하지 못하게 하는 게 필수다. 이 예측불가능성을 위해 '특별수사'는 개연성을 완전히 포기한다. 우연남발. 아..김명민.
◇ ‘닌자 터틀:어둠의 히어로'(★★☆)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의 전형을 볼 수 있다. 물량공세로 승부를 본다는 얘기. 하지만 문제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관객의 눈은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에 눈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웬만해서는 성에 차지 않는다. 유쾌한 돌연변이 거북이들의 액션이 각종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이상하게 임팩트가 없다. 만족스럽지 못한 북미 흥행 성적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다고 봐야 한다.
◇'정글북'(감독 존 파브로)(★★★☆)
‘정글북' 이야기 자체가 새로울 건 없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모글리' 이야기다. 하지만 책으로 혹은 만화영화로 보던 이 이야기가 우리 앞에 실사 영화로 떡하니 나타났을 때의 느낌은, 신세계다. 현재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영화 기술을 가진 디즈니가 숲이 우거진 정글과 그 안에 사는 갖가지 동물들을 재창조했다. 컴퓨터그래픽에 숨결을 불어넣는 기술이라면 그건 감동이다. 감동적인 기술력은 뻔한 이야기에도 새로운 감동을 준다.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다.
◇‘본 투 비 블루'(감독 로버트 뒤브로)(★★★☆)‘
본 투 비 블루'에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그런데도 이 영화에 동의하고, 이 영화를 긍정할 수밖에 없다. 이유는 단 하나, 아름답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에 한정해서 보자면) 쳇 베이커는 인간적으로 봤을 때 쓰레기다. 하지만 음악인 쳇 베이커는 아름답다. 음악에 대한 태도가 아름답고, 그 태도가 만들어낸 음악이 아름답고, 나아가 쉽게 판단하지 않는 이 영화의 화법도 아름답다. 그리고 결국, 이선 호크가 아름답다.
◇‘워크래프트:전쟁의 서막'(감독 던컨 존스)(★★☆)
갖가지 클리셰를 끌어온 이야기의 얼개는 그럴싸하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이 영화의 서사는 시종일관 덜컹거린다. 최소한의 개연성을 갖추지 않은 부분이 있고, 때로는 우연에 기대기도 한다. 어떤 부분은 너무 쉬운 선택을 해 무성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작품이 최소한의 볼거리를 제공하는 오락영화라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 볼거리가 오직 특수효과라면, 앞으로 나올 시리즈를 굳이 챙겨 보고 싶지는 않다.
◇ ‘아가씨'(감독 박찬욱)(★★★★)
‘아가씨'는 즐길 게 많은 작품이다. 각각 다른 시선으로 전개되는 3장 구성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박찬욱 특유의 영화 미학을 감상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뛰어나고, 난데없이 등장하는 유머도 흥미롭다. 박찬욱 감독 본인의 말처럼 영화는 명쾌하고, 쉽다. 박찬욱 영화는 어렵다는 편견을 가질 이유가 없다. 박찬욱이라는 독보적인 창작자가 스크린에 펼쳐놓은 최상급의 상품을 맛보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 ‘양치기들'(감독 김진황)(★★☆)
역할 대행업을 하는 '완주'에게 이상한 제안이 들어온다. 한 살인사건의 목격자 역할을 해달라는 것. 당장 돈이 급한 완주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살인 용의자가 자신의 단골 횟집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혼란에 빠진다. 영화는 제목처럼 거짓말쟁이들이 물고 물리면서 벌어지는 비극을 완주가 살인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을 통해 들여다본다. 역할 대행업자와 거짓말쟁이들이라는 설정은 흥미롭지만, 벌여놓은 일들을 하나의 메시지로 모으지 못해 결론이 어수선하다.
◇‘엑스맨:아포칼립스'(감독 브라이언 싱어)(★★★☆)
이 영화가 지루하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 ‘엑스맨:아포칼립스'는 오히려 우아하고 품위 있다. 그렇다. 마블스튜디오의 히어로 무비에만 익숙해져서는 곤란하다. ‘엑스맨' 프리퀄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자 엑스맨의 탄생을 알리는 이 영화는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말처럼 공존과 관용을 이야기한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엑스맨'에는 ‘히어로'(hero)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들은 ‘돌연변이'(mutant)다. 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퀵실버'는 최고다.
◇ ‘미스터 홈즈'(감독 빌 컨던)(★★★)
셜록 홈스의 탁월한 추리가 전면에 부각된 작품을 기대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노인 셜록 홈스의 진지한 참회록이자 반성문이다. 사건만 이해할 줄 알던 홈스가 사건 너머 인간을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랄까. 빌 컨던 감독의 무리하지 않고, 조급해하지 않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영국의 명배우 이언 매켈런의 탁월한 연기를 맛보는 재미도 있다.
◇ ‘싱 스트리트'(감독 존 카니)(★★☆)
‘원스'(2006) ‘비긴 어게인'(2013)으로 국내에서도 사랑받는 존 카니 감독이 내놓은 세 번째 음악영화다. 사춘기 소년이 주인공인 만큼 전작들보다 상대적으로 밝고 귀엽다. 1980년대 브리티시 팝을 들으며 러닝타임 내내 웃을 수 있다. 하지만 ‘원스'의 진솔하고 자연스러운 감성을 이번 작품에서는 전혀 찾을 수 없다. 인상적인 오리지널 스코어가 없다는 점에서 ‘비긴 어게인'(최종관객 342만명)과 같은 성공을 장담하기도 힘들다.
◇ ‘곡성'(감독 나홍진)(★★★★★)
‘곡성'을 세 마디로 정리하면 ‘관객의 혼을 빼는 스릴러', 두 마디로 요약하면 ‘무지막지한 에너지', 한 마디로 줄이면 ‘미친영화'다. 나홍진 감독은 ‘추격자'(2008) ‘황해'(2010)를 내놓은 뒤 ‘곡성'을 선보이기까지 자그마치 6년이 걸렸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 시간을 수긍할 것이다. ‘곡성'은 최근 수년간 나온 한국영화 중 으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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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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