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는 거대한 베이를 끼고 조성된 대도시다. 태평양은 금문교 아래를 거쳐 내륙으로 잠입해 샌프란시스코 베이라는 또 하나의 바다를 만든다. 실제로 먼 대양을 횡단해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화물선이정착하는 곳은 바로 베이 깊숙이 위치한 오클랜드(Oakland) 항구다.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를 잇는 오클랜드 브릿지는 2층 구조로 만들어진 그야말로 커다란 다리, 대교(大橋)다. 겉으로 보기에는 오클랜드는 분주한 항구일 뿐이다. 오클랜드 브릿지를 달리며 멀리 보이는 항구에는큼지막한 배들과 높은 타워 크레인들이 빽빽하게 들어 차 있다.
하지만 오클랜드 안으로 들어서면 여행자들은 마치 밀실 저쪽에 숨겨진 매력을 발견한 것 같은 놀라움과즐거움에 빠지게 된다. 잔잔한 샌프란시스코 베이의 수면과 거의 눈높이를 같이 하면서 북가주의 온화한 태양을 마음껏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잭런던 스퀘어(Jack London Square)는 바로 그 중심에 위치해 있다. 오클랜드 항구 앞 바다에 조용히떠 있는 조그만 섬이 알라메다(Alameda)다. 소란스러운 도시의 일상을차단하고 독자적으로 멋진 동네를 꾸미고 있는 곳이다. 잭런던은 알라메다와 작은 수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주민들은 작은 다리를 건너 두 곳을 오가며 문화와 음식 그리고 여유를 누린다.
잭런던은 광장이다. 베이의 해풍이 살갗을 간질이는 저녁이면 음악이 연주되고, 거리에는 고소한 냄새가 퍼져나간다. 사람들은 아무런 긴장감도 없이 걷고, 뛰고, 자전거를 타며 지나간다. 수로와 나란히 뻗어 있는 부둣가 길은 정박한 요트와 보트를 구경하면서 한가롭게 산보하기 제격이다.
잠시나마 온 가족이 유럽의 암스테르담 운하를 걷는 기분에 젖을 수 있다.
잭런던 광장은 작가 잭 런던의 이름을 따라 지어졌다. 런던은 ‘야성의 부름’ ‘바다 늑대’ ‘강철 군화’ 등의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소설가다. 그는 러일 전쟁 당시 종군기자로 한국을 방문한 적도 있는데 ‘조선 사람엿보기’라는 여행기를 써 소중한 사료를 남기기도 했다.
잭 런던은 평생 가난한 사람들과 사회적 약자의 시각에서 불평등과 부조리를 지적한 사회 운동가였다. 고단한 삶의 현장인 오클랜드 항구에 그의 이름을 딴 광장이 마련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먼지가 되느니 차라리 재가 되겠다!’ (I would rather be ashes than dust!)는 그의 명언은 지금도 입에서 입으로 회자된다. 부둣가브로드웨이에는 그의 동상이 이방인의 발길을 반기고 있다.
잭런던 스퀘어에는 일요일 마다 파머스 마켓이 들어선다. 신선한 과일과 야채는 물론 펄펄 뛰는 생선과 각종해산물이 광장을 가득 채운다. 즉석 요리교실이 열려 지나던 행인이 졸지에 새우를 볶기도 한다. 샌프란시스코베이 부둣가에 차려진 시끌벅적한 시장을 돌아다니며 마음의 무장을 해제하는 행복을 포기하지 말지어다.
특히 주말 밤에는 야간 시장이 개설된다. 이름 하여 ‘잭의 야간 시장’(Jack’ s Night Market)이다. 전등불과가로등으로 어둠을 밝힌 야간 시장은 이미 축제의 장이다. 밴드가 음악을 연주하고, 곳곳에 음식 부스가 늘어서며, 주민과 여행객이 하나로 어울려 배를 채운다.
또 아티스트의 공연과 퍼포먼스가 이어지고 거리의 댄스파티가 펼쳐진다. ‘별빛 아래서 춤을-서부 해안의스윙)’ (Dancing Under the Stars-West Coast Swing)은 오후 8시30분부터 10시까지 계속된다. 춤을 잘 추는 댄서이든, 흥에 겨운 주민이든, 처음 온 여행자이든, 노인과 어린이든, 누구나 끼어들어 인생의 여름밤 한때를 불꽃놀이처럼 터뜨릴 수 있다. 여름 내내 매주 금요일 밤마다 댄스파티는 이어지고, 무료 댄스 클래스에서 스윙 스탭을 익히며 사람들은 광장을 가득 채운다.
오는 19일에는 ‘풀 문 패들’ (Full Moon Paddle)이라는 이벤트가 열린다. 말 그대로 보름달 달빛 아래서 카누와 카약을 저으며 고요한 밤바다의 정취에 빠져드는 것이다. 파도 없는 평온한 베이의 물살을 가로지르며오클랜드와 멀리 샌프란시스코의 야경을 감상하는 독특한 경험을 어디에 견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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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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