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위풍 당당한 기사(騎士)가 엘도라도를 찾아 먼길을 떠났는데..”로 시작하는 에드가 알렌 포(Edgar Allan Poe)의 詩 El Dorado는 영시(英詩)만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어감(語感)과 운율(韻律)이 물씬한 작품이다. 처음에는 기사가 콧 노래를 부르며 엘도라도를 찾아 씩씩하게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멀리 멀리 갔어도 꿈의 땅 엘도라도는 찾을 수 없었다.
세월은 흘러 몸은 늙고 힘은 쇠잔해질 무렵 기사는 그림자(Shadow)라는 순례자를 만난다. “어떻게 가면 엘도라도에 닿을 수 있을까요?” 하고 기사가 묻자 순례자가 대답하는 것이 시의 마지막 부분이다.
“저 달빛 비치는 산을 넘고 넘어서(Over the Mountains of the moon)그늘진 계곡으로(Down the Valley of the Shadow)말 달리라, 가는데 까지 가 봐라(Ride, boldly ride)네가 엘도라도를 찾으려 한다면!(If you seek for Eldorado!)”
도대체 어디까지 가라는 것일가? 시의 글귀로 봐서는 아마 그 기사님 살아 생전에는 엘도라도를 찾았을 성 싶지 않다. (엘도라도가 정말 있기나 한거야?)
사실 시 엘도라도를 쓴 시인 알렌 포는 평생 뭐 하나 일이 제대로 풀린적이 없었던 불운의 사내였다. 그래서 자기 운명에게 절규하듯 묻는 것이다 “어떻게 가면 엘도라도에 닿을 수 있을까?”
“개척자의 노래(Old Settler’s Song)”라는 컨트리송은 당시의 한 노다지 꾼의 푸념이 담긴 미국식 장타령이다. 내용은 “금을 찾아 나는 헤메고 또 헤메고 다녔다”로 시작해서, “땅을 파고 개울을 뒤져도 맨날 헛수고. 어디서 누구는 금광을 발견해서 부자가 되었다는데, 나는 맨날 요모양 요꼴, 쭈그러진 양재기에 무디어진 곡갱이가 내 재산 전부” 이렇게 한심한 신세타령으로 이어진다.
그러다가 어느날 문득 생각했다. “하루 아침에 백만장자가 되는 허황된 꿈을 버리자. 차라리 농사를 지어 확실하게 살자.” 금 캐는 도구 다 내버리고 보따리 하나 막대기에 달랑 매달고 길을 떠나 어느덧 평지가 끝난 곳까지 왔다. “때는 한 겨울, 짙은 안개 속의 축축한 숲, 수목은 마치 강아지 등에 난 털처럼 빽빽한데… 여기 어디서 농사를 짓는다냐? 한심하더군. 이것이 내 인생의 막다른 골목인가 싶어 눈물이 내 뺨에 흘러 내리더라고..”
아무튼 이젠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이 불쌍한 노다지 꾼은 나무를 잘라 얼기설기 통나무 집을 짛고 농사터를 잡았다. 그런데 여기 저기 아무리 땅을 파헤쳐도 흙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오랜 세월동안 나뭇 잎이 쌓여서 너무 두껍게 땅을 덮은 것이다. 그리고 웬 비는 그리 추적추적 자주 오는지. 여기도 아니다 싶어 다시 떠나고 싶었지만 이젠 몸도 쇠약해 졌는지 더 이상 꼼짝할 여력이 없었다.
그래도 부지런히 밭을 일구고 씨를 뿌렸다. 보잘것 없는 소출이지만 그래도 근근이 먹고는 살았다. 그러기를 2년, 이제 좀 견딜만은 하다 싶었던 어느날 자기 터에서 조금 벗어나 걷다보니 눈앞 시야가 탁 트이고 거기 큰 물이 보이는 것이다. 지금의 워싱턴 주, 시애틀과 타코마 인근 베이 지역으로 태평양으로 통하는 만(灣:Sound) “퓨젯 사운드 (Puget Sound)”라는 곳이다. 좀 더 가서 살펴 보니까 물은 얕아서 찰랑찰랑한데 그 주변 몇 에이커(Acre) 나 됨직한 모래사장(沙場)에 조개가 지천으로 깔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 노다지 꾼은 잔잔한 기쁨으로 가사를 이어간다.
“난 이제 야망의 노예가 되지 않을 거야 (No longer a slave of ambition)세상을 향해서 웃고 (laugh at the world and its shams)그리고 지금 이 행복만 생각할 거야 (And think of my happy condition)주변에 널려진 엄청난 조개들 (Surround by acres of clams)주변에 널려진 엄청난 조개들 (Surround by acres of clams)”
그 친구는 일확천금 금을 캐서 한탕 하겠다는 꿈에서 깨어나 묵묵히 땅을 갈아서 얼마간 소출을 냈는데 이제 생각치도 않던 엄청난 조개를 또 덤으로 발견한 것이다. “나는 지금 이 행복만 생각할 거야” 그는 그토록 찾던 엘도라도를 비로서 발견한 것을 깨닫아 행복했다.
하나님은 우리 모두에게 각자에 합당한 엘도라도를 예비해 놓으셨다. 어떤이에게는 크고 작은 부(富)를, 누구에게는 명예를, 또 누구에게는 지혜의 샘 엘도라도를,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는 잔잔한 행복이라는 것도 준비하셨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것을 허황된 요행수로 찾기를 원하지 않으신다.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여 땀흘려 찾아가기를 원하신다.
젊어 한 때 금에 미쳐서 방황하던 이 노다지 꾼 시인은 거기서 정착하여 인생 후반을 보낸다. Old Settler’s Song의 시인 프란시스 헨리(Francis D Henry 1842-1893)는 말년에 워싱턴 주 입법위원과 순회 판사를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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