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티비에서 한국의 유명한 가수인 송대관씨가 노래하는 것을 들었다. 제목이 ‘지금이 딱 좋아!’라는 노래였다. 가사도 곡도 송대관씨가 직접 만든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 노래를 들으면서 그 제목과 가사가 마음에 들었다.
‘지금이 딱 좋아!’ 얼마나 멋진 말인가! 이렇게 이 순간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다. 어제는 벌써 가버리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오늘만이 우리가 확실하게 가지고 있는 시간이다. 그분도 고생고생 끝에 돈도 많이 벌어봤고 또 다 날려서 망한 적도 수없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욕심도 야망도 다 내려놓고 보니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좋다는 것이었다.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많은 일을 겪는다. 돈 한푼 없이 가난뱅이일 때도 있었고, 또 돈을 많이 벌어 호강도 해본 적이 있다. 옛날 우리들이 이민 보따리를 들고 미국에 올 때 거의가 가난뱅이였다. 그 당시는 돈이 있어도 겨우 일이백불만 가지고 올 수 밖에 없었다. 가난한 정부가 달러를 들고 나갈 수 없는 정책을 펼 때였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가 지금은 너나 없이 얼마나 잘 살고 있는가. 땡전 한푼 없이 와서 지금은 모두 부자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밀리네어는 아니라도 밥 세끼 걱정 없고, 비바람 막아줄 집이 있고, 일주일에 한두번 친구들과 외식도 할 수 있고, 오늘 같은 휴일에는 맥도날드에 가서 이웃들과 몇시간씩 떠들다 와도 누가 뭐랄 사람도 없다.
이러니 ‘지금이 딱 좋아!’라고 말할 수 있다. 요즘엔 ‘타코 벨’에서 맛있는 단돈 일불짜리 카사디아와 공짜로 주는 커피가 너무 맛이 있어서 이럴때면 이 미국에 살고 있는 것이 너무 행복해 나는 ‘갓! 블레스 아메리카!’라는 말이 절로 난다.
얼마전 가까운 친구 한명이 엉덩이 뼈를 부러뜨려 수술을 받고 자금 회복 중에 있다. 그 친구가 찾아간 내게 울면서 이런 말을 했다. “하나님이 내게 시련을 주셨지만 천사 같은 친구들을 보내 이렇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하면서 우는 것이었다.
그동안 친구 몇명이서 정성껏 그 친구를 찾아다니면서 음식도 해다 주고 위로를 해준게 사실이다. 마음엔 있어도 행동으로 남을 도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한두번은 해도 매일처럼 하루에도 몇번씩 찾아가서 기도도 함께하고, 함께 울고 위로하고 위로를 받는다는 것은 어렵고 그래서 또 아름다운 일이다.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늘 ‘사랑은 액션이다’라고 말한다. 머리 속에서 얼마든지 상상을 할 수 있지만 실천하는 행동이 따라야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실천은 수고가 따르기 때문이다.
며칠전 그동안 소식이 끊겼던 어느 친구와 점심을 함께 했다. 전화가 와서 내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그 친구는 내가 시킨 음식을 먹고 있었다. 내가 음식이 뒤바뀌었다고 하자 그 친구는 태연히 그 음식은 자기가 시킨 음식이라고 우겼다. 나는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 이 친구가 변한 게 확실했다.
주위의 친구들이 그 친구가 좀 이상해졌다는 소문이 정말이었다. 이 친구는 밀리네어다. 그러나 그게 무슨 소용인가. 내 영혼을 잃어가고 있는데 억만금이 무슨 소용인가. 수년전 자신의 얼굴에 수만불을 쓰고 의기양양하게 친구들 앞에 나타나 자랑을 하던 친구였는데 그날 본 친구는 어딘가 힘이 없고 쓸쓸하게 보이기도 했다.
결국 우리들은 다 이렇게 늙어가고, 병들고 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주위에 점점 귀가 잘 안들리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눈이 안좋아 좋아하던 책도 잘 보지 못하기도 한다.
내 남편도 며칠전 안과에 백내장 수술을 받으러 갔다가 심장이 너무 불규칙하게 뛰어서 수술도 못받고 앰블런스로 응급실에 끌려가 우리 가족들을 모두 당황하게 만든 적이 있다.
인생은 이렇듯 돌발사의 연속이다. 그렇다고 주눅이나 들어서 넋 놓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주위를 돌아보라! 하늘은 얼마나 파랗고 나무들은 신록으로 물들어 얼마나 아름다운가!창밖을 보니 흰줄무뉘가 선명한 새끼 사슴 둘이 엄마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닌다. 몇주전에 태어난 새끼들이 이 동네를 더 평화스럽게 만들고 있다. 그때 마침 친구가 전화를 했다. 이젠 지팡이만 가지고도 걸을 수 있으니 이번 주일에는 교회를 꼭 가겠다고. ‘할렐루야!’ 나는 저절로 입속에서 그 말이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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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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