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어떻게 보내야 할까? 이번 가을에 4학년이 되는 아들을 두고 있는 필자에게도 이 주제는 ‘남의 고민’이 될 수 없다. 지난 칼럼에서 ‘내 아이를 위한 여름방학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 및 스케줄짜기’를 설명했었다. 오늘 칼럼에서는 ‘내 자녀를 위한 독서 식단표 짜는 요령’을 소개하겠다. 그 방대한 작업을 앞두고, 먼저 초등학생의 발달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 시기에 아이들은 젖살이 빠지고, 힘이 세지기 시작한다. 뼈와 근육의 성장이 급격하게 일어나며,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수록 이차성징의 징후도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다. 신체능력, 학습능력, 여러가지 재능 및 경쟁력, 집단 내에서의 인기를 비롯한 여러가지 면에 대해 주변의 아이들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여러가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된 스스로에 대한 자아상이 형성되는 시기라는 점을 부모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자아상이 어그러지기 시작하면, 아이들의 행동도 비뚤어진다.
이 아이들이 건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자아상을 가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부모와의 양질의 관계이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서 모든 일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부모와의 역기능 관계는 아이들의 행동과 태도를 부정적으로 만든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샌다’는 한국속담과 같은 결과가 그 아이가 가는 곳마다 일어나게 된다. 아이는 사회적으로 거부당하는 자리에 놓이게 되며, 그 결과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아이는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 점점 더 소외되고 비뚤어진 아이들과 어울리며, 각종 비뚤어진 행동을 닮아가게 된다.
이런 아이들의 공통점은 부모가 긍정적인 가르침 (positive reinforcement)을 주지 못하며, 아이들의 행동을 모니터하고 관리해 주지 않는다. 어른이 정해주는 규칙에 순종할 줄 모르고 자라는 이 아이들은, 필요한게 생기면 협박과 강압이라는 방법으로 해결하려 한다. 결국 급우들에게 거절감의 벽을 느끼게 되고, 학습은 넘을 수 없는 산이 되고 만다.
독서 식단표를 짜는 일은 그저 단순하게 남들이 좋다고 하는 책 제목을 나열한 리스트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아이가 긍정적인 자아상을 형성해 갈 수 있도록 다음 세 가지 기회를 만드는 일이다.
1. 부모와 긍정적인 대화를 하는 기회: 독서 식단표를 짜기 위해서는 아이의 관심사를 궁금해하며 끊임없이 질문을 해야 한다.
•넌 요즘 어떤 책이 재미있니? 어느 작가의 책이 좋았어? 왜?
•(도서관 사서나 교사가 추천하는 책 리스트를 보여주며) 여기서 읽어보고 싶은 것들 함께 골라볼까?
•(책을 재미있게 다 읽으면) 이 책 좋았니? 왜 좋았니? 그 작가가 쓴 다른 책들도 읽을래? 비슷한 주제의 다른 사람이 쓴 책도 읽어볼래?
•(책을 읽다가 그만두면) 이 책 별로구나. 어떤 점이 싫었어? 네가 다시 쓴다면, 뭘 바꾸어서 재미있게 만들겠니?
2. 자녀가 실력과 사고력을 키우고 경쟁력을 쌓는 기회: 자녀가 지난 학년에서 어떤 개념들을 마스터했어야 하는지, 다음 학년에 배우게 될 어려운 개념들이 무엇인지 해당학년 커리큘럼을 살펴보고 이해한 후, 그 주제들을 재미있고 쉽게 설명하는 책들을 찾아서 독서 식단표 사이사이에 넣어주라. 자신이 좋아하고, 재미있는 책을 실컷 읽을 기회가 있었던 아이들은 읽기에 흥미가 있는 상태이며, 지적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이러한 책도 생각보다 쉽게 읽는다.
3. 부모가 가정교육을 할 수 있는 기회: 부모가 가르치고자 하는 덕목들, 예를 들어, 왜 몸에 좋은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해야 하는지, 왜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지, 친구 사이의 갈등은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지혜로운지, 왜 전기를 아껴쓰고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지, 꿈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어떻게 화를 절제해야 하는지, 책임감, 독립심, 배려, 예의와 매너를 어떻게 갖추어야 하는지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 아이에게 조언과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책들이 많다. 요즘은 서점이든 도서관이든 주제별로 책을 찾아 보기 쉽게 잘 정리되어 있으니 활용하기 바란다. 이런 책을 함께 읽으며 대화한다면, 어떤 사교육도 따라갈 수 없는 훌륭한 교육이 일어나게 된다. 필요한 책을 고르기 위해 도서관 홈페이지를 활용하는 방법이나, 해당학년 추천도서를 찾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문의하기 바란다.
독서란 바른 가정교육이나 부모와의 좋은관계 맺기라는 중요한 목표로 다가가는데 있어서 도움을 줄 수있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지, 그러한 교육을 대체할 수 있는 무엇이 아니다. 그러므로 좋은 책을 읽혀준다는 독서지도 학원에 아이를 보내는 것과 같은 선택은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 좋은 교육은 아이들의 중심을 잡아주고 바르게 세워주는 일이다. 부모가 이 위대한 교육을 하는데 있어서, 독서활동이 활용할만한 도구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독서는 즐거워야 계속할 수 있는 일임을 명심하라. 아이가 읽고 싶어하는 책을 자유롭게 읽고, 원하는 책을 선택할 자유를 주는 것이 독서식단표 작성에 있어서 기본이 되어야 한다.
다음 칼럼에서는 사고력과 작문력을 키워주는 독서 후 활동 지도 요령을 소개하겠다.
문의 giante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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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메릴랜드주 ESOL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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