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미 현직 대통령으로선 최초로 원폭이 투하된 히로시마를 방문, 평화 기념공원에 헌화하고 피해자들을 애도했다.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을 맞아 히로시마 핵 투하의 잔영과 핵의 파괴성을 사랑의 수용 불가능성과 연계시킨 걸작 반전 로맨스영화‘히로시마 내 사랑’을 재록한다.
▶히로시마 내 사랑 (Hiroshima Mon Amour)
프랑스 뉴웨이브의 초석이자 프랑스의 명장 알랭 르네의 첫 영화인 ‘히로시마 내 사랑’(1959)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개인적 고통과 대중의 고뇌를 절묘하게 엮은 강력하고 영향력 있는 반핵영화이자 반전영화다. 아름답고 심오하며 시적 상심을 느끼게 만드는 영화로 영화를 보면서 핵의 파괴성과 적의에 거의 자포자기와도 같은 허무와 슬픔을 느끼게 된다.
핵 투하의 암울하고 긴 잔영을 사랑의 수용 불가능성과 상징적으로 연계시킨 영화로 사랑의 망각성과 기억의 아픔을 히로시마의 고통과 원폭투하 불과 14년 만에 서서히 잊혀가는 기억의 상실과 접목시킨 러브 스토리이자 반전영화다.
사랑과 죽음, 기억과 망각 그리고 전쟁과 평화의 얘기가 거의 초현실적 분위기에서 두 남녀의 대사와 클로스업되는 만감이 교차하는 얼굴 표정에 의해 서술되는데 프랑스의 여류작가 마게리트 뒤라스가 쓴 각본(아카데미상 후보)은 구구절절이 시와도 같다. 대사가 사무치도록 육감적이요 아름답고 또 상징적이다.
히로시마라는 범세계적 파멸의 장소에서 일어나는 두 남녀의 하루 남짓한 사랑의 이야기(일본어 제목은 ‘24시간의 정사’)는 호텔 뉴히로시마 118호실에서 두 남녀가 벗은 상반신을 서로 꽉 부둥켜안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어 이들의 나신 위에 내려앉은 핵진이 서서히 정사로 촉진된 땀방울로 변하는데 이들의 이런 모습은 포옹한 채 핵을 맞아 응고된 두 연인을 연상케 한다.
여자를 끌어안은 남자(영화에서 두 사람은 이름이 없다)는 단조로운 톤으로 “당신은 히로시마에서 아무 것도 보지 않았소”라는 독백을 계속한다. 히로시마의 공포와 아픔은 육안으로 볼 수 없다는 말이다.
여자(에마뉘엘 리바)는 히로시마에 평화에 관한 영화를 찍으러 온 파리지엔 배우요 일본인 남자(에이지 오카다)는 건축가. 내일이면 떠나야 할 여자는 2차 대전 때 고향 느베르에서 겪은 점령군 독일 병사와의 쓰라린 첫 사랑 때문에 또 다른 살육의 장소인 히로시마에서 또 다른 외국인과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몸부림친다.
흰 드레스를 입은 여자는 검은 신사복 차림의 남자로부터 첫 사랑의 기억과 함께 청춘의 열기를 물려받아 불덩이가 되면서 “당신의 몸은 마치 장갑처럼 내게 맞는다”고 육감을 찬미한다. 여자는 이어 “날 탐식하세요. 날 당신 좋을 대로 뒤틀어버리세요”라고 호소하면서 “1주일만 아니 사흘만 더 있어 달라”는 남자와의 이별을 아파한다.
여자의 고뇌의 표정이 아름다운 얼굴을 가차 없이 유린하는데 얘기는 남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여자의 입장에서 전개된다. 르네 감독은 두 사람의 급박한 이별 앞에서의 사랑과 함께 히로시마의 원폭기념관 내의 전시물과 피해자 추모제 등을 보여주면서 기억과 망각의 피폭자인 여자와 핵의 피폭지인 히로시마의 동질성을 연결해 보여준다.
남자와 여자는 밤새도록 인적이 끊긴 바와 식당의 네온만이 명멸하는 히로시마 거리를 마치 이별을 연장시키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천천히 걷는다. 둘의 보조에 맞춰 따라가는 카메라의 걸음과 흑백촬영이 검소하고 아름답다.
그리고 둘은 강가의 다방에 들른다. 여기서 여자는 사포로맥주를 거푸 마시면서(리바는 인터뷰에서 진짜로 맥주를 마셔 취했다고 한다) 남자에게 자신의 적과의 사랑과 애인의 죽음 그리고 이 사랑 때문에 받은 치욕적인 처벌을 고백한다(이 과거가 플래시백으로 묘사된다).
남자와 여자는 다 기혼자이나 르네는 이들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내리지는 않는다. 여자는 남자에게 “남겠다”고까지 말하나 리바가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가정이 있는 여자가 남으면 어쩌겠다는 것인가. 남았다면 천박한 얘기가 됐을 것이다.”마지막으로 둘이 들른 카페는 ‘카사블랑카’. 이어 호텔로 돌아온 여자를 뒤쫓아 온 남자가 여자의 방문을 두드린다. “올 수 밖에 없었다”는 남자는 여자의 두 팔을 아프도록 붙잡고 “내 이름은 히로시마, 당신 이름은 느베르”라고 말하면서 영화는 사랑의 교착상태로 끝난다. (사진)
▲ ‘벌거벗은 섬’(Naked Island·1960)-작은 섬에서 두 아들을 키우며 매일 같이 고된 일에 시달리는 부부의 척박한 삶을 거의 대사 없이 다룬 일본 흑백영화. 섬의 유일한 거주자들인 부부는 농사용 물을 인근 섬에서 길어 와야 하는데 장남이 병에 걸려 죽지만 슬퍼할 겨를도 없이 다시 생존을 위해 농사에 매달려야 한다. 이 가족의 얘기를 1년간 다룬 신도 카네또 감독의 작품.
▲ ‘여친들’(Le Amiche·1955)-이탈리아 투린에 사는 5명의 여자 친구들 중 한 명이 자살을 시도하자 나머지 친구들이 자살 시도의 이유를 캐들어 가면서 자신들의 문제가 많은 사랑에 관해서도 검색을 한다. 이탈리아의 명장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초기작품으로 그의 특색인 현대인들의 소외와 고독 그리고 이루지 못할 사랑과 복잡한 우정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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