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프랑스의 대문호 앙드레 모루아가 집필한 ‘미국사’(김영사 간)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앙드레 모루아는 신대륙 발견부터 초강대국 반열에 오르기까지, 500년 미국 역사의 장대한 드라마를 유려한 문체와 심오한 통찰력으로 풀어냈다. 신용석 조선일보 전 논설위원이 번역을 맡아 원작의 미문과 의미를 충실히 살려냈다는 평이다. <편집자 주>
참혹했던 버지니아의 겨울
1609년 한 척의 배에 탈 만큼의 여성과 건강한 하인들이 도착해 제임스타운의 음산한 오두막집에 다소 밝은 빛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그해 겨울은 매우 참혹했고 그들은 또다시 아사 직전으로 내몰렸다. 그들이 물고기를 낚거나 사냥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지만 오랜 병고에 시달리면서 기력이 없었던 것이다.
“어망은 다 찢어지고 사슴은 자취를 감추었다. 돼지는 모두 잡아먹고 한 마리도 없다. 인디언과의 교역도 끊기고 몇몇 사람은 도망가거나 암살당했다. 남은 사람은 흐르지 않는 제임스강의 고인 물 때문에 병들었다.”
이것이 결산 보고서였다. 식민지에서 움직이는 것이라곤 단 하나, 무덤을 파는 사람뿐이었다. 1610년 봄 거의 해골처럼 보이는 생존자 약 60명이 식민지를 버리고 귀국하기 위해 뉴펀들랜드 어장으로 건너가려 했는데 때마침 새로운 선대가 도착했다. 회사가 임명한 총독 토머스 델라웨어 경이 식량, 기구, 약품을 가지고 도착한 것이다. 이로써 최초의 식민지는 다시 한 번 구원을 받았다.
니코틴의 유래
생명은 건졌지만 번영하리라는 희망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이후에도 비참한 세월이 계속 이어졌다. 20만 파운드를 출자한 후원자들은 그곳이 멕시코나 페루와 다르다는 것을 알고 크게 실망했다. 사실 버지니아에는 보배로운 보물이 잠자고 있었지만 그것을 대지에서 끌어내는 데는 굉장한 노력이 필요했다.
열정적인 총독 토머스 데일 경은 그때까지 무질서하던 식민지에 엄격한 규제를 실시했다. 무엇보다 그는 공동 노동제를 폐지하고 스스로 농사를 짓도록 한 사람에게 3에이커(약 3,700평)씩 토지를 분배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구원의 길이 열렸는데 그것은 이들이 생각지도 않던 담배였다.
담배를 유럽에 처음 소개한 사람들은 스페인인과 포르투갈 인이다. 런던 주재 프랑스 대사 장 니코는 담뱃잎을 프랑스 왕비 카트린 드 메디치에게 바친 덕분에 ‘니코틴(Nicotine)’이란 말로 자신의 이름을 영원히 남겼다.
하지만 드레이크와 롤리가 인디언의 파이프를 처음 소개한 곳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궁정이었다. 그 후 영국은 흡연이라는 새롭고 진귀한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해 스페인에서 담배를 사들였다. 이제 영국이 스스로 담배를 생산할 토대를 마련한 셈이었는데, 불행히도 버지니아의 인디언 담배는 영국인에게 너무 독했다.
존 롤프와 포카혼타스의 혼인
얼마 후 식민지 개척자 존 롤프(John Rolfe)가 서인도 제도에서 담배종자를 들여왔고 다행히 이것은 버지니아 인디언의 담배만큼 독하지 않았다. 곧바로 인기를 끈 이 담배는 1617년 1파운드당 12달러에 팔렸고 제임스타운에서는 심지어 길가에까지 담배를 심었다. 그런데 식민지 주민들이 실익도 없고 오히려 사람을 타락시키는 식물을 재배하는 데 몰두하자 영국 정부는 담배 수입에 무거운 세금을 부과했다. 물론 세금 부과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1616년에 2만 파운드(약 9톤)였던 담배 수확량은 1637년에 50만 파운드(약 226톤), 1662년에는 2,400만 파운드(약 1만 890톤)로 늘어났다.
이 번영에 절반쯤 기여한 존 롤프가 식민지에 도착했을 때 불행히도 그의 아내가 사망했다. 홀아비가 된 그는 버지니아의 정치를 확고히 하기 위해 추장의 딸 포카혼타스와 결혼하기로 결정했다. 존 롤프는 “이것은 결단코 욕정 때문이 아니라 식민지의 이익, 조국의 명예 그리고 신의 영광을 위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포카혼타스는 레베카라는 세례명을 받고 그리스도교 신자가 되었으며 남편을 따라 런던으로 건너가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런던의 겨울 안개에 적응하지 못한 그녀는 1617년 20대 초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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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석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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