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코끼리와 당나귀의 싸움이 그야말로 활활 탄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상징이 어쩌다 코끼리와 당나귀로 되었어요?” 하고 미국 사람한테 물으면 의외로 대부분이 “몰라요,”라고 답한다. 혹 단편적 답을 가진 사람은 있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 드물다. 치열한 선거전 덕에 당나귀와 코끼리를 신문, 텔레비전, 핸드폰 등에서 끊임없이 보는데도 말이다.
솔직히 나 역시 그랬다. 20불짜리 지폐에서 잭슨을 쫓아낸 해리엣 텁만에 대해 연구(?)할 때까지는 말이다. 대통령 된 지 150년 후 해리엣의 뒷발에 차여 밀려난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의 별명이 ‘잭 애쓰’ (말 그대로라면 당나귀의 엉덩이라는 소리이나 얼간이, 못난이, 못된 놈 따위를 뜻하는 소리임)였다고 한다. 당시 잭슨의 정적들이 그를 잭 애쓰라고 불렀는데 잭슨은 그 소리에 발끈하기보다는 오히려 “그래, 그게 나다, 어쩔래?” 하는 식으로 그 별명을 오히려 애호했다는 것이다. 그 덕(?)인지 잭슨은 당시 대통령 퀸씨 애덤스를 밀쳐내고 7대 대통령이 되었다.
역사에 대해 가타부타할 위치가 아닌 나로서는 감명(?)스럽다. 다른 것은 몰라도 흉잡기 위해 잡고 늘어지는 별명을 오히려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릴 수 있었던 잭슨이 말 대로 잭애쓰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라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실상 미국인을 뜻하는 양키라는 소리도 애시 당초 시작할 때는 미국인을 비꼬고 비하하는 소리였지만 “그래, 나 양키다, 어쩔래?”하는 식으로 오히려 미국인들 자신이 들고 나와 코 크고 키 큰 엉클 샘과 양키를 접목하여 열심히 쓰다 보니 이제는 양키를 비하하는 소리로 듣는 사람이 없는 지경이다. 걸핏하면 얕잡는다고 주먹부터 휘두르지 말고 대신 “네 말 맞다, 그래 어쩔래?” 해서 나쁠 것은 없잖은가?
어렸을 때 일본사람은 왜놈, 중국사람은 뙈놈이라 칭하는 소리 심심찮게 들었다. (우리는 얼마나 잘나서…?)
“그럼 한국사람은 뭐예요?” 하고 남친에게 물었더니 “우린 아마 엽전일걸,” 하는 것이다. 난 우리가 엽전인 줄 몰랐다. (그만치 난 좋게 말하면 철없었지만 사실은 무식했다.) 그렇다면 우릴 얕잡을 때 “그래? 난 엽전이다. 어쩔래?”하는 잭슨 같은 뱃장이 필요하단 소리 하느라 이야기가 곁길로 나갔으니 이 점 널리 이해해 주시길….
그러나 제아무리 내가 “당나귀 엉덩이다, 어쩔래?” 해 봤자 세간이 입 다물고 등돌렸다면 당나귀가 오늘 민주당 상징의 영광(?)은 얻어내지 못했으리라.
그 당대 유명한 정치 풍자만화가 토마스 내스트가 당나귀를 민주당의 씸벌로 열심히 그리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의 당나귀 당이 된 셈이다. 아, 만화가의 위력(?)이여!
독자께서는 그러면 코끼리는 어쩌다 공화당이 되었나 하실 것이다. 뒤져 보니 간단한 설명으로는 링컨 대통령 시 남북전쟁 때 군인들이 “코끼리를 봤다”는 말이 유행했는데 그 말에는 전쟁터에서 실제로 싸웠다는 의미였다고 한다. 코끼리 보고 놀란 가슴이라는 뜻이었나? 이 역시 풍자만화가 토마스 내스트가 1874년 하퍼스 주간지에 그리기 시작하여 차차 코끼리로 자리매김 질 했다는 것이다.
이 정도 지식이면 독자분들 명실 공히 미국인 실력 뛰어넘고 남지 않겠는가?
미국 양 당의 상징이 사자나 호랑이가 아니고 당나귀, 그것도 당나귀의 엉덩이와 코끼리의 코로 표현되는 것이 재밌다. 모르긴 하지만 우리라면 사자나 호랑이, 아니면 적어도 용이나 봉황을 쓸 듯 하거늘….
그런데 우리나라는 희한하게 정당을 동물보다는 색깔로 피력하길 즐긴다. 걸핏하면 다 큰 어른 남녀가 애들 마냥 똑같이 노랑 옷, 파란 옷, 빨강 옷, 등등을 입고 나란히 무대 위에 줄 서서 주먹 휘두르고, 춤추고, 노래하고, 절한다. 정당이 바뀌면 색도 바뀐다. 다른 나라도 정당이 조석으로 바뀌나? 저러다 색이 동나면? 그래서 색동? 어쩌면 그런 민족성(?) 덕분에 우리가 색동 좋아하나?
동물 이름이 맘에 들건 안 들건, 당나귀 엉덩이건 코끼리 코이건, 한번 잡으면 놓지 않는 미국! 알록달록 해마다 색동 꽃 피는 우리 대한민국! 이래서 인생살이 심심치 않잖은가?
<김성혜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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