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권리는 아직도 제한 받아야 하는가? 지난 5월 12일, 이제는 로마 가톨릭(천주교)도 여성에게 교회의 성직(聖職) 가운데 하나인 부제(副祭, Deacon)직 허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프란시스 교종(敎宗, Pope)의 발언이 언론에 보도 되었다. 매우 반가운 보도이지만 한편으로는 아직도 천주교와 정교회를 비롯하여 기독교 안에 금녀의 영역 곧 여성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삼 마음이 무겁다.
왜 어떤 자리에 남성은 되고 여성은 안 되는가? 왜 아직도 어떤 교회에서 여성은 부제나 사제(司祭, priest) 혹은 목사(牧師, clergy)가 될 수 없는가? 과거에는 실체적 근거도 없이 여러 분야에 여성에 대한 제한이 적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여성은 남성들과 달리 약 70여 년의 줄기찬 여성권리 운동을 통하여 1920년에야 참정권을 받았다. 그러나 오늘날 여성은 과학, 정치, 심지어 우주과학이나 국방 분야에서도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서 사회적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왜 천주교회와 정교회 등 일부 교회에서는 아직도 여성은 부제, 사제(혹은 목사), 주교(主敎, Bishop)같은 성직을 맡아서는 안 된다고 하는가? 물론 이 자리를 여성 성직 제한과 관련하여 교리적 논쟁이나 신학적 공박의 자리로 만들려는 생각은 없다. 다만 진리를 드러내고 인간의 존엄성을 앞장서서 지켜내는 올바른 교회라면 21세기를 사는 이 시대에 왜 아직도 교회 안에서 여성 차별을 하고 있는지, 교리가 아니라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의 차원에서 합리적이며 타당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여성은 교회의 성직을 맡거나 혹은 목회자가 되는데 적합하지 않은가? 교회에서 부제가 하는 일은 교회 내외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구제 사역과 성찬 준비를 하는 등 공동체를 섬기며 봉사 하는 일이다. 또한 사제를 도와 유아 세례, 혼배 미사, 미사 강독을 하고 허가를 받으면 강론(설교)도 하는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사제는 이러한 부제 사역 이외에 교회 공동체를 이끌거나, 미사(예배, 감사성찬례)를 집전하고, 성체성사(聖體聖事)나 고백성사(告白聖事) 등의 사목을 담당한다.
오늘날 공교회(公敎會)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부제나 사제의 직무를 볼 때 아무리 보아도 반드시 남자만 해야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어떤 면에서는 여성의 부드럽고 섬세한 면이 교회 사목자의 사역을 감당하기에 더 적합 할 수도 있다. 현재 성공회는 여성 부제(영국성공회 1987년)와 여성 사제(미국성공회 1977년)는 물론 여성 주교(미국성공회 1988년, 영국성공회 2014년)가 교회 안에서 훌륭하게 사역을 감당해 오고 있다.
그러면 여성은 남성과 비교하여 열등한가? 큰일 날 소리다. 유엔(UN)은 이미 1952년 총회에서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조건으로 아무런 차별 없이 모든 선거에서 선거권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심지어 유교문화의 가부장적 사회였던 한국에서도 2005년부터 ‘출가외인(出嫁外人)’이라 무시되던 여성도 당당히 종중(宗中)의 회원으로 받아들여졌다. 오늘날 사회적 주체로서 남성과 여성의 권리와 존엄성은 당연히 동등해야 한다. 더구나 모든 인류가 하느님으로부터 동일하게 창조되었음을 고백하는 기독교에서 더욱 그러해야 한다. 남성과 여성 사이에 구별은 있을지언정 여성에 대한 차별이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차별은 사랑의 훼손이요 정의의 왜곡이다. 아직도 교회에서 합리적 근거 없이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있다면 이는 부끄러운 일이다.
현대 사회는 남녀, 노소, 장애의 유무를 떠나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며 함께 살아가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이다. 교회 역시 여성의 다양한 역할과 봉사가 필요한 곳이며, 성직 역시 여성이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부활의 첫 증언자가 여성이었듯 초대교회에서 여성의 역할은 매우 활발하였다. 심지어 사도라는 칭호를 받는 여성 사역자들도 있었다.
한스 큉은 그의 저서 『그리스도교 여성사』에서 남성중심의 교권제도를 비판하며 교회의 여성 사제직 허용을 촉구한 바 있다. 성경에 대한 문자주의적 해석이나 교권적 이해를 넘고, 성경의 정신과 인간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하여 하루 속히 교회 안에서 여성 차별의 굴레를 없애야 할 것이다. 남성과 마찬 가지로 여성에게도 교회의 성직은 마땅히 허용되어야 한다.
<최상석 성공회 워싱턴한인교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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