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렌 아데, 역대 두번째 황금종려상 수상 여성감독 기대돼
▶ 자비에 돌란, 올리비에 아사야스 작품 혹평
박찬욱 감독.
제69회 칸 영화제가 폴 버호벤의 '그녀'(ELLE)와 아쉬가르 파르하디의 '세일즈맨' 등 두 편의 상영만 남겨둔 채 폐막을 향해 가고 있다.
경쟁 부문에 초청된 전 세계 21편의 영화에 대한 언론과 평론가들의 호불호는 두드러지게 갈렸다.
독일의 여성감독인 마렌 아데는 두각을 나타냈지만, '칸의 기린아'인 캐나다의 자비에 돌란은 혹독한 평가를 받았다.
거장 감독 중에서는 크리스티안 문주, 짐 자무시가 여전한 날카로움을 보여준 반면 올리비에 아사야스는 실망을 안겨줬다.
한국 영화는 칸에서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유력 매체로부터 저조한 평점을 받았으나 좋게 평가한 매체도 적지 않아 수상에 대한 여지를 남겨뒀다.
미드나잇 스크리닝과 비경쟁 부문에 각각 초청된 '부산행'과 '곡성'은 현지에서 상업성과 작품성을 크게 인정받았다.
◇ 경쟁 부문 초청작 엇갈린 평가…'토니 에르트만' 최고 평점
영화제 후반부에 상영된 자비에 돌란의 '단지, 세상의 끝'은 그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혹평을 받았다.
칸 영화제 기간 평점을 매기는 양대 매체인 스크린 데일리는 4점 만점에 1.4점, 르 필름 프랑세즈는 2.1점을 줬다.
'단지, 세상의 끝'은 불치병에 걸려 가족을 떠나 전 세계를 떠돌던 작가가 12년 만에 집으로 돌아와 가족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배우 겸 감독인 숀 펜의 '라스트 페이스'가 스크린 데일리로부터 기록적으로 낮은 0.2점을 받지 않았다면 돌란 감독은 '꼴찌'라는 오명을 쓸 뻔했다.
올해 27세인 돌란 감독은 20세 때 만든 장편 데뷔작 '아이 킬드 마이 마더'(2009)로 칸에 초청돼 '깜짝 스타'가 됐다.
이어 '마미'(2014)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에는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선정되기까지 했다.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도 돌란 감독과 비슷하게 몰락의 길을 걸었다. 그의 신작 '네온 데몬'은 스크린 데일리에서 '단지, 세상의 끝' 다음으로 낮은 평점인 1.5점을 받았다.
독일 마렌 아데 감독.
윈딩 레픈은 '드라이브'(2011)로 칸 영화제 감독상을 거머쥐고서 차기작인 '온리 갓 포기브스'(2013)로 스크린 데일리에서 1.5점, 이번에도 1.5점을 받아 연이어 좋은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와 달리 마렌 아데는 그의 세 번째 연출작으로 칸을 뒤흔들었다.
장난기 넘치는 아버지가 일밖에 모르는 딸의 직장에 깜짝 방문해 벌어지는 일련의 소동을 그린 영화 '토니 에르트만'으로 스크린 데일리와 르 필름 프랑세즈 모두에서 최고 평점을 받았다.
스크린 데일리는 영미권 중심의 각국 매체가 참여하고, 르 필름 프랑세즈는 프랑스 평론가가 평점을 매겨 평가가 종종 갈리는 점을 감안하면 양쪽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스크린 데일리로부터는 역대 최고 점수인 3.7점을 받았다. 11개 매체 중 8개 매체가 만점인 4점을 줬다.
칸 역사상 황금종려상을 받는 두 번째 여성감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존 거장 중에서는 루마니아 출신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의 '바칼로레알'이 호평을 받았다.
딸을 영국의 대학에 보내는 것이 삶의 목적인 아버지가 시험을 하루 앞두고 불의의 사고를 당한 딸이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도록 부정한 방법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을 그린 영화다.
르 필름 프랑세즈에서 '토니 에르트만'과 더불어 3.0점을 받았고, 스크린 데일리에서도 비교적 높은 점수인 2.9점을 받았다.
미국 독립영화계 거장인 짐 자무시는 시를 쓰는 버스운전사의 일상을 다룬 '패터슨'으로 스크린 데일리로부터 3.5점을 받아 건재함을 과시했다.
반면 프랑스 거장 감독인 올리비에 아사야스는 자국 매체로부터 버림을 받다시피 했다. 르 필름 프랑세즈는 그의 영화 '퍼스널 쇼퍼'에 최저 점수인 0.9점을 줬다.
'퍼스널 쇼퍼'는 유명인의 개인 쇼핑을 돕는 일을 하는, 파리에 사는 미국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전대미문의 황금종려상 3회 수상에 도전하는 다르덴 형제도 그들의 새 영화 '언노운 걸'이 르 필름 프랑세즈에서 1.7점을 받아 체면을 구겨야 했다.
◇ 박찬욱 '아가씨'의 수상 가능성은
칸 영화제 레드카펫 위의 ‘곡성’ 배우와 감독.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유일한 한국영화 '아가씨'는 예상과 달리 저조한 평점을 받았다.
스크린 데일리는 2.1점, 르 필름 프랑세즈는 1.7점을 각각 줬다. 하위권에 해당하는 점수다.
그렇다고 수상권에서 멀어졌다고는 볼 수 없다. 수상작 결정은 조지 밀러 심사위원장을 비롯한 심사위원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매체 평가와 심사위원 결정 사이에는 작지 않은 간극이 있었다. 언론 평점이 높다는 것은 많은 사람에게 좋게 받아들여졌다는 의미일 뿐이기 때문이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는 2009년 칸 영화제 때 스크린 데일리에서 2.4점을 받았으나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들의 입맛에 맞기만 하면 수상이 가능하다는 방증이다.
게다가 '아가씨'는 다른 매체에서는 준수한 점수를 받기도 했다.
프랑스와 영국, 미국 등 각국 매체가 참여한 갈라 크로와제트로부터는 2.7점을 받아 '토니 에르트만'(2.5점)보다 평점이 높았다. 보는 눈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 있다는 의미다.
경쟁 부문은 아니지만 '부산행'과 '곡성'은 칸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연상호 감독의 실사 장편 데뷔작인 '부산행'은 "역대 최고의 미드나잇 스크리닝"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18일(현지시간) 밤에 상영된 '곡성'은 칸을 공포로 전율케 했다.
프랑스 영화 비평지인 카이에 뒤 시네마의 평론가 뱅상 말로자는 "곡성은 올해의 영화"라고 극찬했고, 스크린 데일리는 "최근 몇 년간의 한국영화 중 최고라고 부를 만하다"고 평가했다.
메트로뉴스의 제롬 베르믈렝 기자는 "곡성이 경쟁 부문에 가지 않은 이유가 설명돼야 한다. 악마에 홀린 듯한 멋진 영화"라는 찬사를 보냈다.
올해 칸 영화제는 22일 폐막식에서의 수상작 발표를 끝으로 12일간의 여정을 마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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