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되면, 언제부턴가 5월에 대한 기억이 복잡하고 어지러워서 말을 꺼내기 조차 무겁다.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라는 노랫가사로 우리는 5월을 처음 접했다. 그리고는 효(孝))와 의(義)를 배웠다. ‘어머니날’과 ‘스승의 날’이 그것이다. 단오가 있는 5월은 ‘시월상달’에 비견되는 좋은 계절이었다.
그런 5월의 한국사회는 이제 어둡고 한서린 계절이 되어버렸다.
‘5.16 혁명’을 기념한다고 한인 신문에 전면광고들이 나왔다. 왕이 다스리는 나라의 신민들에게는 왕은 전지전능이요, 불가침의 영역이고 역성혁명은 불문곡직할 일이다. 왕정에서 처음으로 공화정이 들어서고 이승만이 통치했다.
그를 추앙하는 분들이 있다. ‘그를 왕처럼 받들고 싶어한다’고 이해 하려 한다. 그런 그의 통치를 ‘독재’라고 역사는 이미 규명했다. 공화정하에서 헌법에 반하는 일은 왕정같으면 ‘역성혁명’이다. 이승만과 박정희를 동시에 추앙하는 일은 ‘왕 밑에 신하와 백성’으로 살면서 동시에 역사를 거스리는 쿠데타를 찬양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그 영문을 물어야 할지 헷갈리지도 않는가 보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이런 걸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는 걸로 포장하려 한다. 그건 ‘인간’이 다른 것이다. 범죄자를 좋아하는 것과 진배가 없기 때문이다.
5.18 광주는 지역의 문제도 아니요. 한국의 근현대 역사의 큰 물줄기를 바꿔버렸다. 국제적으로도 이미 인정되고 국가에서도 국가기념일로 제정 되었음에도 가난하고 못살고 핍박받고 소외받은 사람들끼리 서로 위로하고 위해주기는커녕 한편에서는 오히려 그 ‘광주’를 증오하는 요상한 나라가 되어 있다.
공화국에서 전직 대통령이 퇴임 후에 정치적 보복에 의해서 자살을 택해야만 했던 달도 5월이다. 그 사람이 시골에 지은 집을 ‘아방궁’이라고 손가락질을 하고 나중에 보니 수백조원의 국고를 탕진한 사람이 그를 ‘쩨쩨하게 돈받아 먹는 사람’으로 몰아서 죽음에 이르게 했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박수를 쳐대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5월에 일어났다. 그 일들을 비웃으면서 처결했던 4인방(임채진, 이인규, 우병우, 홍만표)중 3명이 7년이 지난 금년 5월에 ‘뇌물’과 관련해서 수사를 받을 상황에 있다.
5.16 쿠데타는 박정희가 일으켰다. 민주정부가 중단되었다. 5.18은 전두환에 의해서 일어났고, 광주시민들은 희생을 당했다. 5.23은 이명박 정권초기에 일어났고 노무현이 죽었다.
박정희, 전두환, 이명박은 가해자의 위치임을 역사적으로 부인하지 못한다. 한국의 민주주의, 광주시민, 노무현은 피해자로 역사에 남아있다. 소수의 가해자들에 의해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일이 공화정 대한민국의 현대사다. 피해자들이 무엇을 잘못했나, 가해자들의 구실은 무엇인가, 판단이 엇갈리고 정답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일들을 ‘역사’가 심판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해자가 피해자라고 우기는 ‘가치의 전도’를 심심찮게 볼 수가 있다.
그래서 ‘역사책’까지를 바꿀려고 무도한 일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엊그제 끝난 필리핀 대선에서는 아주 ‘화끈한’ 대통령 ‘두테르테‘가 당선되었다.
‘6개월 이내에 모든 범죄를 소탕하겠다.’ ‘범죄자 10만명을 처형해서 물고기 밥으로 바다에 던지겠다.’ ‘부패와 범죄를 물리치겠다’는 그를 뽑은 걸 보고 오히려 주변국에서는 우려를 하고 있다.
시의 안전을 위해서 1,000여명을 재판도 없이 자경단에 의해서 처형해 버렸다. 교도소 폭동으로 성폭행당해 죽어나온 호주의 여자 선교사를 보고 ‘자기가 먼저 했어야 했는데‘라는 말을 하는가 하면, 유세도중 여성유권자와 강제로 입맞춤을 한다. 이해를 전혀 못할 바도 아니다. 그런 사람을 뽑은 국민들이 있으니 말이다. 마르코스의 공포정치를 경험했던 필리핀의 앞날이 다시 어른거린다. 이리떼를 몰아내고 나서 하이에나를 불러들인 게 아닌가 해서이다.
히틀러를 숭모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있다고 한다. 독재자들은 인간이 권력에 얼마나 비겁하고 비굴한 지를 잘 알고 있다. 히틀러가 현신해 돌아오기를 바라듯이 한국에도 그런 독재자의 출현을 하늘의 섭리로 기다리고 기리는 일을 백주 대낮에 버젓하게 벌이고 있는 모습에서 필리핀의 일이 남의 나라일 같아 보이지 않고, 그런 필리핀을 원하고 있는 듯하다.
<강창구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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