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명시된 선언문이다. 민주(民主)란 개인의 권리에 기초한 국민주권에 초점을 맞춘 가치이다. 공화(共和)란 공동선에 기초한 공동체의 합의에 초점을 맞춘 가치이다. 우리는 이제까지 반세기 훌쩍 넘는 기간 동안 민주(democracy)에만 초점을 맞추었을 뿐 공화(republic)라는 한쪽을 잊은 채 소홀히 여기며 살아왔다. 대한민국 현대사에 가장 중요한 두 사건은 1980년 5.18 민중항쟁과 1987년 6.26 민주항쟁이다. 5월 민중항쟁은 군부독재에 굴복하지 않고 시민의 연대적 저항의식을 깨우치는 공동선과 좋은 삶을 위한 공화제도 실현의 항거였다. 6월 민주항쟁은 정치적으로 대통령 직선제, 국민주권의 민주제도 구현을 위한 항거였다. 과거 1894년 동학혁명과 1919년 3.1운동, 그리고 1960년 4.19 학생운동과 맥이 같다 할 수 있다.
오늘날 현대 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존 롤스는 민주주의는 공화주의에 의해 보완되어야 한다고 공개담론에서 강조하고 있다. 그 이유는 혹시 다수당의 횡포, 권력 독점에 치달을 수도 있는 다수결원칙의 한계를 공동선과 합의에 의해 정치가 운영되어야 함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현대는 합리적 다원주의 사회이다. 보수와 진보, 성장과 복지, 자유시장경제와 사회시장경제,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세계화와 반세계화,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 등 복합적인 다양성(diversity)의 사회이다. 어느 한쪽이 옳다고 할 수 없다. 서로 양보하여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다원주의 사회는 균형이 중요하다. 한쪽을 너무 강조하면 다른 한쪽은 피해를 보게 된다.
경제적 측면에서 예를 들어보자, 시장은 생산활동을 조직하는 유용한 도구다. 시장의 역활은 거기 까지이다. 사회제도를 시장원리가 지배하게 해서는 안된다. 시장은 도덕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을 통해 성장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복지도 중요하다. 인간의 존엄성 가치 측면에서는 자유가 중요하지만 먹고사는 현실 생활에서는 평등이 더 중요하다. 불평등은 시민의 미덕인 연대와 공동체 의식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사회는 공동체라는 기본적인 바탕에서만 존재한다.
민주주의 선거제도는 훌륭한 사람이 권력을 가지게 하는 제도가 아니라 여론에 의해 표를 얻는 제도이다. 그래서 대중에게 많은 지지를 받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를 선택하는 이유는 선거를 통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다수결의 원칙은 분명 소중하고 존중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반드시 다수결의 의견 만이 옳은 것은 아니다. 다수결 힘에 의지한 정치는 독재할 가능성이 높다. 역사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정치란 무릇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정치란 다수의견을 따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시민의 미덕인 연대와 공동체 의식을 키우고 공동선과 좋은 삶을 추구하는것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공화주의는 바로 통치 권력의 사유화 그리고 시장의 독과점에 쐐기를 박고 평등에 기초한 합리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필연적 보완의 가치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절실히 필요한 제도이다. 공화정부란 공동의 문제를 공동으로 토론해서 공동으로 결정하고 공동으로 책임지는 정부이다. 공화제는 군주(왕), 일인 독주(독재), 일당 독주(다수당)가 존재하지 않는 정치 시스템이다.
흔히 미국을 민주공화국의 대표적 모범사례로 보는 이유는 50개의 주정부가 연방정부로 부터 예속되어 통제되지 않고 완전 독립하여 주민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의 신자유주의 성장위주 자유시장경제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상 가장 훌륭한 정치제도를 갖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삼권분립을 통해 권력을 분산하고, 견제하고, 임기를 제한하고, 복수 정당을 허락하고, 언론, 출판, 결사의 자유를 허용하며, 국민이 언제든지 권력을 바꿀수 있는 제도는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미국의 정치인들이 국민을 위한 좋은정치를 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아무리 훌륭한 정치제도라도 민주^공화철학을 정치에 담아내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대한민국이 대표적 나쁜정치의 사례가 아닐까? 국민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소수의 힘 있는 이익집단을 위한 허울 좋은 정치는 이제 그만 끝내야 한다. 언제까지 국민을 외면하는 정치를 할 것인가?
<이형국 버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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