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가까이 심한 알러지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나는 취침할 때 수속절차가 좀 복잡하다. 코뼈가 이상하게 생겼는지 잠자면서 숨 쉬는게 낮에 비해 효율이 떨어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숨 통로를 31%가량 더 넓혀 준다는 반창고와 얇은 플라스틱을 붙여 만든 특허제품을 코위에 붙이는 것이 그중 하나다. 또 하나는 보습기를 켜고 자는 일이다. 공기가 너무 건조하면 호흡기관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보습기는 가습기라고도 불리운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는 가습기에 살균제를 첨가해서 사용하는 것이 폐 손상을 가져와 어린아이들을 포함한 몇백명이 죽고 몇 천명의 건강을 해쳤다는 보도들로 떠들썩하다. 그 살균제의 원료인 폴리핵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폐를 상하게 해서 호흡곤란으로 사람들이 죽었다는 것이니 피해 가족들이 얼마나 원통해할까를 감히 짐작할 수 있다. PHMG는 살균과 향균의 역할을 하는 소위 살생물제(biocide)중 하나라는데 2003년에 정부의 환경당국이 “유독물질에 해당되지 않는다”라고 분류했기 때문에 가습기 제조회사들이 사용하기 시작했었다는 보도다.
PGH란 살생물제도 사용되었던바 여러 사람이 죽고 난 다음에야 정부기관이 PHMG는 2012년 그리고 PGH는 2013년에야 각각 유독물질로 지정했단다. 따라서 정부기관이 독자적인 연구가 아니라 관련업체가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판단을 한 게 이런 비극의 배경이라는 보도다.
그러나 역시 주범은 옥시레킷 벤키저(옥시)회사 라고 할 수 있다. 옥시는 워낙 한국기업으로 출발했다가 영국소재 다국적 회사에 흡수되었다는데 그 회사에서 만든 가습기에 PHMG를 사용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특히 2011년경부터 어린아이가 폐질환으로 죽는 것을 목격한 몇 병원의 소아과 의사들이 가습기 사용을 원인으로 보는 연구논문을 발표하기 시작했다는 2011년 이후부터의 옥시의 행태는 괘씸 그대로다. 특히 2011년 8월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를 폐 손상의 원인으로 지목하자 옥시회사는 이를 반박하기 위해 독성학문분야의 국내 최고권위자들이라는 서울대 조모교수와 호서대의 유모교수에게 살균제의 원료인 PHMG의 흡입 독성실험을 의뢰했단다.
옥시는 연구비로 서울대에 2억5000만원, 호서대에 1억원을 지급했고 자문료 명목으로 두 교수의 개인계좌로 수천만원을 송금했단다. 돈에 눈이 멀었던지 두 교수는 옥시에 유리한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의혹을 받아 서울대 교수는 이미 긴급 체포되었고 호서대 교수도 곧 체포될 것이라는 보도이다.
옥시회사는 올 1월에 검찰수사가 본격화되자 이 보고서들 중 회사에게 유리한 내용만 골라 검찰에 제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인체무해”라는 거짓광고에 관여되었다는 혐의로 옥시의 전대표등도 조사를 받을 모양이다.
그런데 가습기 살균제문제가 심각한 이슈로 등장하면서 화학물질공황(恐慌)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현대인들은 편리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어느 신문의 사설대로 “그동안 별다른 의문이 없이 방향제, 곰팡이제거제, 전자모기향, 손소독제, 물티슈, 다림질 보조제, 유리세정제, 식물잎광택제 등 수많은 제품을 써왔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가습기의 살균제처럼 우리의 건강을 해치거나 심지어는 치명적 결과를 가져오지나 않을지 염려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달 들어 다림질 보조제와 방향제, 탈취제에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쓰인 PHMG나 간 독성원인 물질이 들어있다는 정부조사결과가 보도되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단다.
환경부에서 뒤늦게나마 살균·향균기능의 살생물제를 사용하는 제품허가제를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모양이다. 살생물제만 해도 EU는 500여종을 금지해 놓고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26종만 금지물질이란다.
거기에 더해 국립환경과학원이 2015년에 낸 보고서에서 국내 판매 탈취제·방향제엔 환경부가 “유독물질”로 지정한 원료가 사용되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워낙 내추럴(natural)을 선호하는 아내 덕에 적어도 우리 집 가습기에는 살균제를 한 번도 써 본적이 없는게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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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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