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이나 고국에서 리더(leader) 혹은 지도자 찾기에 한창이다. 고국의 유권자들은 국회의원 선거를 통하여 선량(選良), 곧 정치 리더들을 선출하였고, 미국은 대통령 선거 예비 후보자들이 연일 자신이 미국을 이끌 최적의 리더임을 열변하고 있다.
주위에 리더에 해당되는 용어들이 많이 사용된다. 청소년 리더, 소그룹 리더, 시민사회 리더, NGO 리더, 글로벌 리더, 지도자, CEO 등등 모두 리더를 의미하는 말들이다. 대개 어떤 조직이나 단체 등을 주도하며 이끌어가는 위치에 있는 사람을 리더라고 한다.
리더에 대하여 몇 가지 생각해 보고 싶은 점이 있다. 먼저 리더는 하늘에서 내리는가, 땅에서 솟는가 하는 점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리더를 하늘로부터 오는 ‘특별한 사람’으로 여기기도 한다. 리더의 선천적 비범성 혹은 영적 우월성을 강조하는 이해이다. 아주 틀린 이해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과연 다 그런가? 중세시대 이전 가장 큰 영역의 리더는 단연 왕이나 황제였다. 그 당시 왕의 리더십은 하늘에서 내리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이른바 ‘왕권신수설(王權神授說)’이다. 아무리 형편없는 왕이라도 신하나 백성들은 그 왕에게 거역할 수 없었다. 왕의 리더십에 대하여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거나 리더십의 변경을 요구 할 수 없었다. 이는 제왕적 리더십에 대한 도전이요, 반역으로 여겨졌다.
맹자는 이미 B.C. 4세기, “왕이 반복하여 잘못하고 고치지 않으면 신하가 왕의 자리를 바꾸어야 한다(易位)”는 역성혁명(易姓革命)을 말함으로 왕권신수설을 부정하고, 리더의 진정한 권위와 근거가 시민들 곧 민본(民本)에 있다는 시대를 뛰어넘는 주장을 하였다.
리더의 권위가 하늘로부터 왔다는 제왕적 리더관은 리더와 시민사회 모두에 적지 않은 해악을 주기에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 제왕적 리더십에 사로잡힌 리더는 자신의 과오나 부족에 대하여 인정하기를 힘들어 하며, 상대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을 수치요 패배로 여긴다. 이러한 유형의 리더에게서 볼 수 있는 불통의 이미지는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리더십에 익숙한 시민 역시 막연히, 언젠가 또 ‘하늘로부터 오는 리더’가 오겠지 하며 묵묵히 참고 기다리는 수동적 시민의식에 머물게 된다.
다음으로 리더가 태어나는 자리 곧 산실이 어디인가 하는 점이다. 리더의 조건을 언급하는 책들을 보면 대부분 비전이나 목표, 정직, 책임감, 겸손, 화술, 이타심, 도전정신, 실력, 포용력, 인내심 등등 주로 개인적 성품이나 재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합당한 지적이며 당연한 기술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이러한 자질은 굳이 리더가 아니더라도, 시민이면 누구나 개인적으로 갖추어야 할 필수적 덕목들이다.
이러한 개인적 능력과 함께 진정한 리더는 사회적 통찰이 있어야 한다. 그 사회의 시대적 요구에 대한 인지, 시대의 변화에 대한 자각, 시대의 아픔에 대한 공감 등이 있어야 한다. 비범한 천재는 어머니의 모태에서 태어나지만, 시대를 변화시키는 걸출한 리더는 모순과 문제 투성이의 ‘시대와 역사의 자리’에서 태어난다. 정치적 혼란에서 정치 리더가 태어나고, 촌음처럼 빠른 IT정보과학 시대에 과학계 리더가 태어나고, 남북 분단의 처절한 아픔과 상호 적대의 비애 속에서 통일의 리더가 태어난다.
그러므로 오늘날 리더가 되려는 사람은 자기 내면의 개인적 성품과 실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은 물론 끊임없이 세상 곧 시대와 역사를 주목해야 한다. 동시대인의 아픔과 바람을 듣는 사람(listener)이 되어야 하고, 민심이나 공동체의 마음을 읽어내는 사람(reader)이어야 하며, 인내와 용기를 가지고 함께 변화를 만들어 가는 선구자(pioneer)이어야 한다.
오늘 우리의 삶의 자리가 리더들이 태어나는 산실(産室)이다. 시민사회의 역할은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모양으로 새로운 리더들이 나올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미래를 인도할 리더를 발굴하고 만들어 가는 것이다. 리더는 세상을 변화시키지만, 그 리더를 만들고 바꾸어 가는 것은 시민들이다. 세상은 리더와 시민들이 함께 열어 가는 각본 없는 무대이다.
<최상석 성공회 워싱턴한인교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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