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버지니아 주 리치몬드 시 교육위원회 회의 도중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었다. 회의 중 주민의견 청취 시간에 전직 시의원 한 명이 교육예산과 관련해 발언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발언 모두에 교육위원 한 명을 지칭하면서 미안하지만 당신의 아버지에 대해서 얘기를 하겠다고 했다. 이 발언자는 리치몬드 시장의 교육예산에 대한 입장에 불만이 많았는데 지칭된 교육위원은 바로 그 시장의 아들이었다.
그 교육위원은 발언 자제를 요청했다. 발언자는 거부했고 시장이 정신 나갔다는 막말을 덧붙였다. 이에 그 교육위원은 발언자에게 당신의 헛소리는 들어줄 수 있지만 가족을 욕되게 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 소리쳤다. 둘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결국 경비를 보던 경찰관은 그 발언자를, 그리고 해당 교육위원 양 옆에 앉아 있던 다른 교육위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난 그 교육위원을 만류하기까지에 이르렀다. 교육위원회 의장은 분위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정회를 선포했다. 회의 속개 후 교육위원회 의장은 주민들이 발언할 때 정중하게 해 줄 것을 부탁했다.
이러한 일은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 내가 교육위원으로 있는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도 매 정기회의마다 주민발언 시간이 있다. 발언자 수는 10명, 발언 시간도 일인당 3분으로 제한하지만, 주민의견 청취 만큼 중요한 것이 없기에 회의에 그런 순서를 꼭 포함시킨다. 그런데 문제는 발언의 내용이다. 과연 발언에 허용되지 않는 부분이나 표현이 있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가 주민들로부터 발언 신청을 접수할 때 신청자에게 일단 발언 주제를 물어본다. 그리고 당일 회의 의제에 관련된 발언 신청자에게 우선권을 준다. 또한 예산, 학교 건축, 학군 조정 등 이미 공청회가 따로 계획되어 있는 사안에 대한 발언은 받아 들이지 않는다. 또한 발언자에게 특정 교직원이나 학생에 대한 발언과 인신공격은 금한다는 지침을 알려준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렇게 발언 신청자에게 주지되었던 지침의 적법성에 관해 버지니아 주 법무부장관이 최근 법적견해(Attorney General’s Opinion)를 공표했다. 주 법무부장관의 법적견해는 특정 법률 사항에 대해 주 의원들이 요청할 수 있다. 이런 견해 자체가 “법”은 아니다. 그러나 법에 상충되지 않고 그러한 견해를 뒤엎는 새로운 법이 제정되지 않는 한 법원이 존중해 준다. 그래서 거의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보아도 된다.
이번의 법적견해는 버지니아 주 남동부에 위치한 하원 제 64지구의 리차드 모리스 주 의원의 요청에 의한 것으로 지난 4월 15일에 발표되었다. 그 견해는 현재 프랭클린 시 교육위원회의 주민발언 지침에 관한 것이었다. 그 견해는 결론적으로 특정 교직원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 금지 규정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했다. 표현의 자유가 자유사회 유지의 근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여러 판례도 있다고 했다. 단지 특정 학생에 관련된 발언은 학생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여러 법들이 존재하고, 그러한 프라이버시 보호에 앞장서야 하는 정부 역할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했다.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도 회의 중 제한하고 있는 주민발언 내용이 프랭클린 시 교육위원회와 거의 비슷하다. 그러므로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도 이제까지 시행해왔던 주민발언 지침 내용을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물론 지금까지 실제로 발언 내용 때문에 발언자와 마찰이 있어 본 적은 드물다. 그리고 교육위원들은 선출직 공직자로 공개적으로 비판을 받아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번에 리치몬드 시 교육위원회에서 일어난 경우처럼 제3자에 대한 인신공격 발언이 있을 때 그에 대해 교육위원들이나 교육감이 공격 당한 사람을 대신해 소명할 기회를 주어야 할지는 연구해 보아야겠다.
한 사회의 민주적 성숙도가 표현의 자유에 주어지는 한계의 정도로 판단할 수 있다고 감히 얘기할 때, 이번 리치몬드 시 교육위원회 에피소드와 주 법무부장관의 법적견해는 그러한 사회의 발전을 위해 좀 더 숙고해야 할 과제를 던져주었다.
<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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