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2015년 4월 27일, 볼티모어에서 발생한 폭동은 흑인 청년 프레디 그레이가 경찰에 구금된 뒤 척추 손상으로 사망하면서 촉발돼 한인 업소 120여 곳을 포함한 지역 사회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며 미국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1년이 지난 지금 볼티모어 폭동을 바라보는 미 주류 언론들의 시각, 한인 사업자들과 흑인 커뮤니티가 겪는 갈등을 상황들을 통해 해결방안을 생각해본다.
보상과 대책은 아직도 미궁…커뮤니티내 갈등도 여전
▲ 사건 발생일지
4월 12일: 경찰 체포 후 1주일만에 프레디 그레이 사망
4월 25일: 1,200여명의 시위대들은 사건 현장에서 시청까지 걸어가며 비교적 평화로운 시위를 벌이고 있었으나 저녁 6시 30분 이후 시위대가 프로야구 홈구장인 캠던야드 앞에서 경찰관과 충돌하면서 경기장에 있던 관중들과 시위대의 또 다른 폭력충돌로 이어지기 시작했고 시위대는 돌과 집기들을 이용해 주변 상점을 부수고 약탈하기 시작했다.
4월 27일: 그레이 장례식 직후 발생한 폭력시위가 서부 지역 전체로 확산되면서 격화되자 래리호건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 주 방위군 동원령을 내렸다.
4월 28일: 볼티모어시에는 비상사태와 통행 금지령이 선포됐고 1,500 명의 주 방위군이 투입돼 시청과 경찰서 등 주요 관공서를 지켰으며 뉴저지 경찰병력까지 볼티모어시로 급파됐다.
4월 29일: 메릴랜드한인회-캐그로는 공동 대책위를 구성하고 피해를 입고 있던 한인상인들을 위한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4월 30일: 주 검찰은 프레디 그레이 죽음과 관련, 경찰관 6명을 2급 살인혐의로 기소한다고 발표했다.
5월 1일: 한국일보, 메릴랜드 한인회-캐그로는 공동 폭동 피해 모금 캠페인을 시작해 두달 여간 총 19만4,191달러의 성금을 모아 각 피해업소당 2,426달러를 전달한 바 있다.
5월 3일: 야간 통행금지 해제
▲ 더 힘들어진 한인 비즈니스
볼티모어 시에서만 3곳의 리커스토어를 운영하는 김 모씨는 27년간 사업을 하면서 지난 폭동과 같은 경우는 처음 겪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두 곳의 가게에서 총 8만 달러가 넘는 피해를 봤다.
그나마 다행으로 한 가게는 보험사로부터 보상을 받았지만 나머지 한 가게는 폭력 시위대로부터 물건을 전부 도난당해 고스란히 피해를 안게 됐다.
김씨는 “창문을 뚫고 들어오려는 시위대를 막으려 밤새도록 두 가게를 왔다 갔다 했지만 소용없었다”며 “당시 처남이 흑인들에게 정신을 잃을 정도로 폭행당해 머리를 다친 일이 가장 가슴 아프고 잊고 싶은 일”이라고 말했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시 정부의 아무런 대책도 듣지 못했다는 김씨는 피해보상은 커녕 현재 가게를 운영하는 환경이 더욱 열악해 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씨는 “가장 어려운 점은 폭동 이후 약탈 등을 경험한 흑인 손님들이 더욱 험악해진 것”이라며 “가게의 절도 및 강도 횟수가 증가하고 있는데도 경찰은 신고를 받고 30-40분 후에나 도착해 안전을 위협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심지어 마약범죄로 가게 앞에서 체포된 흑인이 당일 풀려나는 경우도 봤다”며 “강력한 처벌이 뒤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경찰 신고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경찰에 기댈 것 없이 스스로 지켜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년전 볼티모어 폭동 당시 시위대들이 한인 리커스토어를 약탈하고 있다.
▲ 흑인 커뮤니티 불만 여전
지난해 5월 6일 볼티모어 시에서 열린 연방 법무부 관리들과 한인 및 흑인, 인도계 지도자들과의 면담에서 일부 흑인 지도자들이 폭동과 관련 한인상인들에게도 약탈과 방화를 초래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해 한인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었다.
당시 흑인지도자들은 폭동의 배경과 흑인사회의 불만을 토로하는 자리에서, 한인상인들은 시내에 거주하지 않고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지 않는다고 비판했었다.
면담에 참석했던 송기봉 메릴랜드 한인 식품주류협회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한인 상인들이 경찰·커뮤니티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등 많은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사항들을 예로 들어 반박했었다”며 “흑인 지도자들조차 폭동(riot)으로 인한 과격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시각에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볼티모어 시의 범죄 관련 처벌과 단속에 대한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송 회장은 “가게에서 절도사건이 발생해 신고해도 다음 날이면 범행자가 풀려나고, 다시 손님으로 들어와 절도와 강도짓을 해 신고와 범죄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져 흑인들과 한인들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지난번 경찰청을 방문해서도 이러한 의견을 전달했지만 경찰들조차 공권력 행사에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등의 입장을 보여 답답하기만 하다”고 밝혔다.
김 모씨도 “현재 주변 흑인 커뮤니티에서 한인 상점들이 범죄를 방관한다는 말을 듣는다”며 “가게에서 발생하는 범죄 자체를 사업자들의 책임으로 돌리는 커뮤니티의 시각이 이전과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백성옥 메릴랜드 한인회장도 폭동 당시 자신 소유의 건물이 전소되는 피해를 입었다.
백 회장은 지난 볼티모어 폭동에서 발생한 약탈과 방화는 한인상점들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흑인 커뮤니티와의 갈등은 정치적인 차원에서 법적 강화등의 근본적인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할 것”이라며 “경찰 공권력 회복 등의 과제가 시장과 정치계로부터 먼저 다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회장은 이어 “한인 사업자들이 언어와 문화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주변 커뮤니티와의 원만한 관계 유지 또한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 ‘변한 것 없다’ 언론의 시각
폭동 1주년을 맞아 각 주류언론사들은 논평을 내고 볼티모어시가 여전히 저소득 층의 빈곤과 높은 범죄율에 시달리는 상황을 전달하고 있다.
주류 언론들은 프레디 그레이사망 1주기를 맞아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을 지적하고 있다.
AP는 사설을 통해 “폭동 이후 경찰청장이 경질되고 경찰관들에게 바디 카메라가 장착되는 등의 가시적인 변화들이 있었으나 여전히 높은 범죄율을 기록하는 등 불안한 치안을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케빈 데이비스 경찰국장은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80년대부터 경찰을 마약 조직들의 소탕 작전을 수행하면서 범죄자에 대한 대응책이 고착됐다”고 평가하고 “경찰들이 흑인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각 커뮤니티들과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류 언론들은 볼티모어 정치계를 비롯해 정부 및 시민들이 전면적인 각성을 통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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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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